지난 2004년 7월,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이 1년5개월여만에 장관직을 내놓은 이유는 불분명했다. 노 대통령의 절대적 신임을 받고있다는 인상이 지배적이었던 만큼 그의 퇴임은 급작스러웠다. "휴식을 취하고 싶다는 개인 의지가 강했다", "검찰총장과의 불화다", "청와대와의 갈등이다" 등등 해석이 분분했다.
강 전 장관은 5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은 의문에 대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청와대와) 검찰 개혁에 대한 방향이 달랐다"며 "스스로 나온 것은 아니다"라고 말해 청와대와의 갈등설을 뒷받침했다.
강 전 장관은 당시 "검찰 내부 인사의 민주화를 진행하면서 조직개편을 시도하고 있었는데 청와대가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고비처)안이 나오니까 검찰 내부의 기능을 전부 빼앗아간다는 오해가 나왔고, 더이상 일하기가 힘들어졌다"고 털어놨다.
이어 강 전 장관은 "고비처는 청와대와 부패방지위원회가 추진했고, 나는 의견을 내는 정도였다"고 말해 고비처 추진과정에서 법무부장관이 '소외' 되었음을 드러냈다.
다음은 강 전 장관과의 일문입답이다.
- 장관 퇴임식 때 '저만 즐거워서 죄송해요'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는데 굉장히 홀가분해 보였다. 무엇으로부터의 자유를 느낀 건가.
"권력으로부터의 자유라고 표현할 수 있다. 제가 판사·변호사 때부터 사회적 관심을 갖고 살았지만 법무부 최고 상층부에서 권력간의 갈등을 조절하면서 일을 해야되는 그 부담이 너무 컸다. 순수하게 국민을 위해서 정책을 만들고 일하기에는…. 가지고 있는 힘을 다 쏟아야 할 정도로 권력 상층부에서 느끼는 부담이 컸다. 어찌 보면 그것이 '개혁의 과정'이었을 것이다."
- 퇴임 이유가 불분명했다. 대통령과의 불화설도 돌았는데 '쫓겨난 것' 아닌가.
"쫓겨났다기보다는…. 검찰 개혁에 대한 방향이 좀 달랐다. 저의 견해와 청와대가 준비한 견해가 달랐다. 그 당시 청와대의 입장은 검찰 권력을 분산시키자는 생각이었다. 저의 입장은 1단계로 검찰 내부 인사의 민주화를 진행하면서 조직개편 작업을 했다. 그게 충돌했다.
검찰이 직접 수사로 너무 비대해진 것 아니냐는 문제가 있었다. 검찰의 특수수사 기능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중요하지만, 한편으로는 원래의 법에서 요구하는 '검찰다움'을 잃어버렸다. 검찰은 수사를 지휘·감독하는 기능이 중심이 돼야 한다. 형사소송법에서 수사의 주체가 검사이고 경찰은 보조자라고 한 것은 검사가 수사를 하라는 것이 아니라 브레인 역할을 하라는 의미다.
검찰의 '준사법기관화'로 정상화시키는 작업에 주력했다. 그런데 청와대는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고비처)를 준비했다. 그러면서 조직개편이 난관에 부딪힌 것이다. 대검찰청 중수부가 검찰 이미지를 나쁘게 한다는 내부 여론이 있었기 때문에 중수부의 이관 문제, 특수수사의 조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그런데 고비처가 나오니까 검찰 내부의 기능을 전부 빼앗아간다는 오해가 나왔고 더이상 일하기가 어려웠다."
- 조정해 보려는 노력은 했나.
"고비처안이 이미 나왔는데 어떻게…. 나는 의견을 내는 정도였고, 청와대와 부방위가 추진을 했다. 이런 얘기를 너무 자세히 할 필요는 없는데…. 이런 걸 정리할 의무가 있다고 봤기 때문에 올초 책으로 내려고 했었다."
- 결국 내부갈등으로 나왔다는 것인가.
"나 스스로 나온 것은 아니니까…. 굉장히 의무감으로 버티는 상황이었다."
- '내부 장악력이 약했다'는 등 법무부장관으로서 리더십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상을 봐야 한다. 검찰법상으로는 검찰총장 이하의 검사가 하나의 일체를 이루는 '검사동일체원칙'이 있다. 수사의 일치성 때문이다. 업무가 바뀌어도 계속 수사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법무부는 '후견적 지휘'다. 인사권으로 검찰 업무가 제대로 행해지는지 지휘·감독하는 것이다.
수사권과 지휘권, 두 권력이 분리돼있는 게 합리적인 제도이지만 우리 정치 상황에는 안 맞다. 법무부가 (수사와 관련해서) 직접 전화하는 일이 비일비재했기 때문에 검찰 입장에선 우리 일을 침해하고 있다는 거부감과 저항적 정서가 굉장히 뿌리 깊다. 그런 정서에서 문제를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런 현실에서 제가 지휘·감독권과 인사권으로 검찰을 개혁하겠다고 하니까 많이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아시다시피 처음에 아무런 지지기반 없이 혼자서 법무부에 들어갔다. 저항이 있을 수밖에 없다. 거의 100%로 저항하는 상황에서 시작했다."
- 스스로 평점을 매긴다면?
"흡족치는 못하다. 좀더 만회할 부분이 있었는데…."
- 시간이 좀더 있었으면 하는 생각도 드나.
"이번에도 선거 준비하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조직의 구성원이 무엇을 생각하고 어떤 점을 느끼고 있는지를 밖에서 볼 때와 실제 겪는 것과는 많이 다르다. 검사 지휘에 맞는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그래서 개혁은 과정이라고 본다. 아무리 머리로 구상을 해도 정서가 다르면 실현이 안된다. 막상 가서 보면서 이해 못하는 부분도 알게 됐다. 사람 삶이 그렇지 않나. 제 딴에 많이 이해한다고 했는데, 어떤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우리 자신이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