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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근종
어린시절 해마다 봄이면 집 밖에 지천으로 깔려 있던 것이 제비꽃이었다. 제비꽃은 땅에서 가장 이른 시기에 봄을 알리는 꽃 중의 하나이기에 제비꽃이 피면 비로소 봄이 왔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valign=top제비꽃은 왜 오랑캐꽃으로도 불릴까

제비꽃은 오랑캐꽃, 병아리꽃이라고도 하는데 '오랑캐꽃'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조금 가슴을 아프게 하기도 한다. 오래 전 제비꽃이 필 무렵이면 어김없이 중국 오랑캐들이 침입해 노략질한 것에서 유래했다는 얘기를 들으니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병아리꽃이라는 이름은 얼마나 예쁜가! 이 이름은 꽃의 앙증맞은 모양새와 연관이 있지 않을까 싶다.

제비꽃은 아주 척박한 곳에서도 꽃을 피우는 강인한 꽃이다. 씨앗이 날아와서 틈만 조금이라도 있으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운다. 아스팔트로 포장된 도로는 물론이고 시멘트 담장 아래에도 꽃을 피운다. 그래서 제비꽃에 더 애정이 가는지도 모르겠다.

제비꽃이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자라고 있는 것들 중에 미국제비꽃도 있고 호주제비꽃도 있다. 그리고 꽃집에서 팔리는 바이올라 역시 서양의 제비꽃들이다. 하지만 그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으로 따지만 우리 제비꽃을 당하기엔 역부족이다.

지금으로부터 십수 년 전 처음으로 사진에 빠지게 될 무렵이 봄이었는데 그 시절 가장 많이 찍은 사진들이 가장 흔하게 만날 수 있는 보라색의 제비꽃이었다. 그래서 제비꽃은 보라색만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제비꽃은 색상만 다양한 것이 아니라 그 종류 또한 다양하다.

색깔만으로 나눈다면 크게 세 종류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가장 흔한 보라색 계열 그리고 고산지대에서 볼 수 있는 노랑색 그리고 흰색이다. 보라색은 보라색도 있지만 분홍색에 가까운 보라색을 띤 제비꽃들도 많다.

우리의 제비꽃들은 이름 또한 예쁜 것들이 많다. 각시제비꽃이 있는가 하면 고깔제비꽃, 금강제비꽃, 낚시제비꽃도 있다. 단풍잎제비꽃, 아욱제비꽃, 뫼제비꽃, 졸방제비꽃과 알록제비꽃은 또 어떤가!

우리나라에 과연 몇 종류의 제비꽃이 자라고 있을까? 내가 살고 있는 진주 인근에만 해도 10여종은 족히 될 것 같다. 아마 전국으로 따져 보면 20여종은 넘지 않을까 싶다.

내가 찍은 제비꽃은 몇 종일까? 그리고 내가 찍은 제비꽃들의 정확한 이름이 궁금해 인터넷에 검색을 해봐도 검색 사이트에서 찾을 수 있는 것들은 극히 한정적이다. 도감을 뒤져도 다 알기 어려울 때가 많아서 아쉽다.

내가 살고 있는 진주에서 가까운 남해에 가면 따뜻한 섬 지방이라서 그런지 다른 곳보다 많은 종류의 제비꽃을 만날 수 있다. 그냥 제비꽃은 물론이고 연보라색의 제비꽃과 흰색 꽃에 이파리가 신기하게 생긴 남산제비꽃도 만날 수 있다. 또 산에 오르면 뫼제비꽃도 가끔씩 만날 수 있는 곳이 남해다.

제비꽃 중 가장 보기 힘든 것은 어떤 제비꽃일까? 정답부터 말하자면 '노랑제비꽃'이다. 노랑제비꽃은 산의 정상 부근 높은 곳에서 자라는데 흰색이나 보라색과는 거리가 먼 노랑색이라 눈만 크게 뜬다면 산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내 고향 산청 황매산에 가면 철쭉이 필 무렵 많이 만날 수 있다.

이제 지금 밖에는 온갖 제비꽃들이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내일 또 가까운 곳으로 나가 제비꽃을 한 번 살펴볼 요량이다. 언젠가 친구랑 나갔다가 새하얀 제비꽃 한 송이가 다소곳하게 피어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이번에 또 이런 기회가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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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경상대학교 러시아학과에 입학했고,지난 1998년과 1999년 여름 러시아를 다녀와서 2000년 졸업 뒤 사진전 "러시아 1999"를 열었으며 2000년 7월부터 2001년 추석전까지 러시아에 머물다 왔습니다. 1년간 머무르면서 50여회의 음악회를 다녀왔으며 주 관심분야는 음악과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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