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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국씨는 화단 안에 설치된 새시를 화단 밖으로 옮겼다. 화단 안쪽에 새시를 세웠던 못자국(붉은 원 안)이 있다.
이정국씨는 화단 안에 설치된 새시를 화단 밖으로 옮겼다. 화단 안쪽에 새시를 세웠던 못자국(붉은 원 안)이 있다. ⓒ 오마이뉴스 박수원
"여기 못 자국 보세요. 화단 안쪽에 설치된 새시를 떼내 다시 밖으로 설치했다니까요. 이건 분명한 이중 부담입니다."

이정국(33)씨는 4월부터 입주가 시작되는 경기도 평택 장당 택지지구 우미아파트 3단지 34평(전용면적 25.7평) 입주 예정자다.

분양이 되고 1년이 지난 2005년 3월 12일 이씨는 우미건설 모델하우스에서 발코니 새시에 대한 계약서를 썼다. 34평을 기준으로 새시 금액은 기본형은 284만원이었고, 고급형은 568만원이었다.

"시공사에서 단체로 새시를 접수받는다고 안내문이 왔기 때문에 소규모 업체보다 낫겠다는 생각에 284만원에 계약을 했습니다. 나중에 애프터 서비스 문제도 있고 해서요."

그런데 3월 사전점검 때 새시가 설치된 것을 본 이정국씨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화단 발코니 새시가 화단 밖으로 설치된 것이 아니라 화단 안쪽에 설치돼 있었던 것. 화단 발코니 새시는 화단 밖으로 설치돼 있는 것이 일반적. 화단 안쪽에 새시가 설치되면 화단 기능은 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비싸게 주고 한 새시가 화단 안쪽에... 124만원 더 들었다

"화단 발코니 새시의 경우 입주자들의 편리성을 감안해 준공 후 화단 밖으로 설치하는 것이 관례로 알고 있습니다. 새시쪽 일을 하는 분들도 그렇게 말씀하시고요. 그런데 여기는 어떻게 된 건지 입주자의 편의는 고려하지 않고 일을 처리했더군요."

이씨는 어쩔 수 없이 화단 안쪽에 설치된 새시를 철거하고 다시 화단 밖으로 새시를 설치했다. 철거하는 데 10만원, 다시 새시를 설치하는 데 70만원이 들었다. 그런데 새시를 다시 설치하면서 업자에게 이씨는 더 화나는 이야기를 들었다.

"소매로 새시 공사를 하는 분한테 물어보니까 34평의 경우 220만~240만원이면 설치가 가능하다는 거예요. 품질도 뒤지지 않고요. 우미건설은 단체로 시공하면서도 소매가보다 20% 정도 비싸게 받았다는 게 이해가 안 가요. 장당지구 우미건설 3단지와 5단지를 합쳐 553 세대입니다. 우미건설은 새시 팔아서 회사 운영합니까?"

결과적으로 이씨는 220만~240만원이 들어갈 새시에 364만원의 돈을 쓰게 생겼다. 적어도 124만원을 더 쓰게 된 꼴.

평택 지역에서 새시 공사를 하는 D업체 관계자는 "우미건설 34평의 경우 230만원이면 원래 건설사가 해놓은 새시보다 품질이 높은 것으로 공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억울한 마음에 우미건설 애프터 서비스 센터에 위 내용을 지적했다.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계약 당시(2005년 3월) 건교부의 '공동주택 간이화단 시공 지침'에 근거해 화단 바깥쪽 설치를 엄격히 규제했다"면서 "화단 바깥 쪽 새시는 시공내역 계약서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 마디로 계약서대로 처리했다는 이야기다.

우미건설 "법대로 했다"... 그러나

우미건설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 불법을 조장할 수는 없는 일 아니냐"면서 "발코니 관련 제도가 바뀌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새시를 화단 안쪽에 설치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가격 논란에 대해 "우리가 설치한 새시와 '야매'로 설치하는 새시는 품질과 함께 단열·방음 등의 효과에 차이가 있다"면서 "새시에 대한 애프터 서비스 보증기간도 2~3년이 되기 때문에 가격이 다를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우미건설에 따르면 553 세대 가운데 회사와 계약을 해서 화단 안쪽에 발코니를 설치한 세대는 111 세대가 된다. 111 세대는 불편을 감수하고 살든지 아니면 설치된 새시를 뜯어내고 다시 밖으로 공사를 해야 한다.

그러나 우미건설의 설명과는 달리 건교부의 법적 해석은 화단 밖 발코니 설치가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다.

건교부 건축기획팀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2일 '아파트 발코니 구조 변경'을 합법화 이후 그 이전까지의 법들은 의미가 없어졌다"면서 "발코니 구조 변경 합법화 이후에는 화단 밖으로 새시를 설치해도 문제될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법 개정 이전에도 관례적으로 화단 밖 새시 설치가 일반적이라고 건설업계는 입을 모았다.

아파트 건설현장 소장으로 있는 정인식 제일건설 이사는 "과거 새시를 화단 밖으로 설치하는 것이 불법일 때도, 거의 100% 준공 후 개개인에게 동의서를 받아 화단 밖으로 새시를 설치했다"면서 "화단 활용도를 높이고 소비자들 편의를 위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GS건설도 준공 검사 이후 소비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화단 밖 새시 설치를 허용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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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 정신을 신뢰합니다. 2000년 3월, 오마이뉴스에 입사해 취재부와 편집부에서 일했습니다. 2022년 4월부터 뉴스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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