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의 서울시장 예비후보로 나선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이 첫 외출장소는 청계천이었다. 현직 이명박 서울시장의 최대 치적지라는 점에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졌지만 강 전 장관이 의미를 부여한 곳은 청계천에서도 '전태일 거리'였다.
7일 오후 청계천의 입구인 광화문에서 평화시장까지 1시간 30분 가량을 걸어서 도착한 강 전 장관은 '전태일 거리'에 도착해 전태일 열사 동상에서 전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를 만나 잠시 담소를 나눴다.
사실 여기까지가 예정된 공식 일정이었다. 그 뒤 강 전 장관은 수행원들에게 "온 김에 평화시장도 좀 둘러보겠다"고 말한 뒤 "장사에 방해된다"며 취재진을 물리친 채 상가를 돌며 상인들의 얘기를 들었다.
"미래와 과거, 이 곳 청계천에 있다"
가벼운 복장에 캐주얼화를 신은 강 전 장관이 전태일 거리에 도착해 맨 처음 찾은 것은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동판이었다. 강 전 장관은 기자들의 요청에 따라 자신의 동판에 새겨진 글귀를 소리내 읽었다.
"낮은 곳에서 아픈 사람과 항상 함께 있는 사람, 그 사람 이름, 전·태·일. 강금실."
강 전 장관은 "동상이 너무 찻길로 나와있어서 (사람들이) 쳐다보기가…"라며 동상 위치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아울러 그는 "아직도 우리 경제가 굉장히 많이 발전하고 윤택하고 있는 것 같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선 여전히 전태일씨가 있을 때와 거의 다름없이 굉장히 고생하고 열악한 환경에 있는 노동자들이 많다"며 "항상 그것을 우리가 마음에 새기고 살아야겠다"고 말했다.
이명박 시장에 대해서는 "굉장히 훌륭한 업적을 남겼다"고 평가한 뒤 "다만 원래의 청계천 꿈과는 달리 물을 끌어들이고, 관리비가 많이 나가고, 전체의 우리 서울 물길과 연결이 안 되는 미비점들이 있는데 그런 부분은 승계하면서 고쳐나가겠다"고 밝혔다.
"광화문부터 걸어왔는데, 시민들의 휴식 공간을 도심 한가운데 열고, 물이 흐른다는 어떤 미래지향적인 우리의 꿈도 있다. 또 여기 '전태일 광장'에 이르니까 우리의 아픈 과거도 여전히 남아있다. 우리가 과거 역사도 끌어안고, 미래로 나가야겠다."
"여전히 전태일처럼 열악한 노동자들, 마음에 새기자"
이 날 기자들에게 둘러싸인 강 전 장관은 "(시민들과 상인들에게) 불편함을 끼치는 안되는데…, 여기 빨리 비켜줘야 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으며, "주변에 (시민들에게) 지장을 주면 안 되니까, 이제 마쳐도 될까요?"라고 기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일정을 마쳤다.
이외에도 기자들을 물리친 채 둘러본 시장을 둘러본 강 전 장관은 "(상인들 말이) 너무 어렵고 너무 장사가 안 된대요. 너무 힘들다고 하네요"라면서 걱정어린 눈빛을 보였다. 이에 '뭐라고 상인들에게 말했냐'는 질문에는 "열심히 들어야죠"라고만 답했다.
'전태일 거리'를 떠나기 위에 차에 올라탄 강 전 장관은 차가 막혀 움직이지 않자, 창문을 열고는 상인들에게 들은 이야기를 두서없이 쏟아냈다. "새벽에 손님이 하나도 없대요. 많이 힘들다고…, 중국 옷들이 너무 싸게 들어와서 경쟁이 안 되니까…, 여러가지 원인이 있으니까…, 그런데 차가 (왜) 안 가죠(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