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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한국을 뒤흔든 '황우석 사태'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책이 나왔다. 아직 진행형인 사건에 대해 책으로 엮기에는 너무 이르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들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덮으면 황우석 사태가 일어나기까지 모든 것을 방치해둔 한국사회의 자성이 늦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PD수첩 파동'이 일어났을 무렵에는 생각을 바꾸게 되었지만 나 역시 그 이전에는 황우석 교수에 대해 '우리나라의 미래에 빛을 던져주는 참 된 과학자'라는 점에 추호의 의심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PD수첩에 사람들이 분노하고 담당PD의 가족사진이 돌아다니며, 결국 광고마저 전면 중단되는 사태를 보며 '광기'와 '무서움'을 느꼈다. 그 당시 어떤 이는 "사람들이 다 돌아버린 줄 알았다."고 얘기할 정도였다.

이 책의 저자 이성주 전 동아일보 기자는 이러한 광기에 대해 '한국 히스테리의 원형은 최근 몇 년 동안 서울의 광화문을 중심으로 나타났다 사라지곤 했다'고 술회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과는 아주 다른 분위기였다. 저자는 '아름다워 보이는 집단 히스테리'도 있다고 얘기하지만 책의 본문에서 말하듯이 '탄핵사태 때에는 촛불시위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을 비난하는 일이 횡행했다' 같은 차원과는 달랐다. PD수첩 보도 당시 황우석 교수를 의심하는 입장을 조금이라도 밝히는 사람에게 단순한 비난의 차원이 아니라 저주와 보복이 난무하였다. 특히 온라인상에서 벌어진 일은 상상을 초월할 지경이었다.

뭔가 이상한 분위기를 깨달은 사람들은 자연히 자신들과 비슷한 의문을 가진 사람들을 찾기 시작했다. 그래서 떠오른 곳이 브릭과 디시인사이드 과학 갤러리였으며 줄곧 의문을 제기한 프레시안의 강양구 기자였다. 이제는 다 아는 얘기지만 결국 브릭에서는 구체적인 논문조작의 증거를 제시하기 시작했고 상황은 반전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을 계속 되고 노성일 이사장의 기자회견으로 황우석 찬가를 불러오던 언론들이 슬며시 발을 빼는 상황이 시작되었다. 물론 빨리 정신을 못 차린 언론도 많으며 지금도 황우석의 우상화에 미련을 못 버린 언론과 언론인들이 남아있는 형편이기도 하다.

<황우석의 나라>는 이러한 일련의 상황을 죽 지켜본 사람들에게는 새롭게 다가오는 내용은 없다. 그래서 언론에서는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내용인 '책에 인용된 특정 언론과 개별 기자들의 에피소드에 대한 것'에 초점을 맞추었을 지도 모른다. 저자는 이에 대해 <오마이 뉴스>를 통해 '현재진행형인 이 일에 대해 통과의례로 여기며 토론을 할 때'라며 제대로 읽어주기를 바란 바 있다.

그럼에도 '상식적이고 이성적인 시각'에서의 사실 정리가 이 사태를 신중히 지켜본 이들에게는 새로운 화두를 제기해 주기보다는 아직 끝나지 않은 논란의 소지만 남기고 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현 시점에서는 황우석 교수 지지자들에게 이성적인 목소리나 토론을 바란다는 것은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물론 이 책은 저자가 항상 강조하듯 우리사회에 발전적인 화두를 던지는 것이지만 황우석 지지자들과 일단 가차 없이 선을 그어버렸다는 점은 한계로 보인다.

이 책의 결론 부분에서는 저자의 인식에 대해 의문이 가는 곳이 있다. 앞서 밝힌 한국 히스테리의 원형에 대한 부분이 그러하며 다음에 제시하는 부분은 줄곧 언론에 대한 문제를 통렬하게 지적했던 저자의 인식에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시각의 한계와 벽'을 느끼게끔 만든다.

"언론의 신뢰성 추락은 외적인 요인에서 기인한 측면이 있다. 좌파정부와 우파언론의 전쟁에서 좌파정부의 대리역할을 자임한 KBS, MBC,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오마이뉴스 등의 주류신문 공격이 전체 언론의 신뢰성 붕괴를 촉진한 부분이 있다. MBC PD수첩이 주류언론으로부터 부당한 공격을 받은 것은 이전에 스스로가 언론의 신뢰를 파괴하는 작업에 앞장섰다는 점에서 인과응보인 측면도 분명 존재한다."

여기 쓰인 '좌파', '우파'라는 말도 맞지 않거니와 언론비판에 대한 저자의 인식은 분명 논란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

물론 이보다는 언론의 문제에 대해 통렬히 비판하고 자신의 행동까지도 솔직히 인정하며 반성하는 모습이 더욱 자주 나오는 것이 이 책의 주요 논점이자 내용이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황우석 사태에 대해 이 책을 통해 문제점을 인식해 보았을 때 과연 우리에게는 어떤 숙제를 남길까? 그것은 내용물을 알고 있음에도 끈을 풀지 못한 보따리와도 같을 것이다.

황우석의 나라 - 황우석 사건은 한국인에게 무엇을 말하는가

이성주 지음, 바다출판사(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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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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