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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중음식 붐을 일으켰던 MBC 드라마 '대장금'
궁중음식 붐을 일으켰던 MBC 드라마 '대장금' ⓒ imbc
MBC 드라마 <대장금>의 영향일까. 2005년 드라마에선 음식 소재가 유행했다. MBC <사랑찬가>, MBC <내 이름은 김삼순>, SBS <온리유>, KBS <러브홀릭>의 이야기 무대는 레스토랑이었다. <사랑찬가>와 <온리유> <러브홀릭>은 이탈리아식, <내 이름은 김삼순>은 프랑스식 레스토랑이 주무대였다. <사랑찬가>의 장서희는 웨이트리스, <내 이름은 김삼순>의 김선아는 파티셰(제빵사), <온리유>의 한채영과 <러브홀릭>의 강타는 요리사였다. 이들 드라마들은 요리와 요리사에 대한 주목을 이끌어냈지만, 음식에 대한 성찰은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공중파 방송에서 음식과 맛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교양 프로그램이 넘쳐난 지는 꽤 되었다. <결정! 맛대 맛> <찾아라, 맛있는 TV> <비타민>의 <위대한 밥상>은 물론 <6시 내고향>과 <출발 모닝와이드> <세상의 아침>같은 종합 매거진 프로그램에서 공통적으로 다루는 소재는 음식과 맛이다.

최근엔 단순히 음식이나 맛 집 소개뿐 아니라 음식에 관한 정보와 지식, 들어가는 재료와 전체 영양관계에 대해서 종합적으로 알려주는 인포테인먼트(정보와 재미-Infortainment)로 가고 있다. 일부 프로그램은 재래시장 살리기 차원에서 전국 시장을 돌면서 맛 집을 찾고 있다. 그러나 상업성 미디어라는 한계점도 여전하다.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는 지역 축제에서도 음식은 단골 메뉴다. 올해 들어서도 각종 음식 축제가 풍성하게 이어진다. <2006 서울세계관광음식박람회> <경주 한국의 술과 떡 잔치> <광안리어방축제> <동백꽃 주꾸미축제> <장호원 복사꽃 음식 축제> <보성 다향제 차 음식 축제> <담양 대나무 음식 축제> <논산 딸기 축제>가 그것이다.

이러한 지역축제엔 지역 특성과 전통성이 깃들어 있다. 또한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측면에서 톡톡히 그 역할을 해내고 있다. 다만 행사홍보만 요란하고 볼거리 먹을거리는 없는 가운데 가격만 비싼 경우가 많이 있어 주의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음식만화 열풍, 그러나 대부분 일본 만화

허영만의 음식만화 '식객'
허영만의 음식만화 '식객' ⓒ 김영사
음식에 관한 만화들도 인기를 끌어왔다. 허영만의 식객(食客)은 훈훈한 인심과 감동, 한국인의 정서를 통해 본격적으로 심도 있게 음식 이야기를 극화했다.

<심부인의 요리사(沈夫人の料理人)>는 정통 중화요리의 다양함과 중국 귀족 문화에 대한 고찰을 보여준다. <심부인의 요리사>가 중국요리를 다루었다면 <대사각하의 요리사(大使閣下の料理人)>는 프랑스 요리를 본격적으로 다룬다. 다양한 식 재료와 퓨전 되는 프랑스 요리의 변화무쌍함을 다룬다. <화려한 식탁(華麗な食卓)>은 상상을 초월하는 다양한 커리,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친절한 레시피, 요절복통하게 하는 우스개와 화끈한 요리 대결이 흥미롭다,

<미스터 초밥왕>은 기본에 충실하고 인간미가 가득한 청년 쇼타가 만들어내는 꿈과 감동을 담은 초밥이야기다. 삶과 요리, 음식을 본격적으로 살펴 초밥 열풍을 만들어낸 작품이다.

같은 초밥 이야기를 다룬 <키라라의 일(きららの仕事)>은 초밥 요리사의 장인 정신, 초밥 기초 지식, 정통 초밥 용어의 사용이 무협지 코드와 어울려 인기를 끌고 있다. <라면 요리왕(ラ-メン發見傳)>은 장인 정신을 조명하는 가운데 창업 지침서 역할을 한다는 평가를 들었다. 격식에 구애받지 않는 라면의 다양한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러한 음식 만화는 대부분 일본 만화라는 점이 눈에 띈다. 국내 창작 만화계 또한 문화 사회적인 측면에서 요리와 음식을 성찰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음식 유행 따라 관련 출판시장도 팽창

책 '자연을 담은 소박한 밥상'
책 '자연을 담은 소박한 밥상' ⓒ 북센스
만화라는 창작 작품을 넘어 요리를 다룬 출판시장도 팽창되어 왔다. 세 가지 유형이 있는데 요리 실용서와 건강음식 안내서 그리고 음식에 대한 비판적 성찰의 책이 그것이다.

요리 실용서 중엔 <2000원으로 밥상 차리기>를 손꼽을 수 있다. 2003년 11월 출간된 이 책은 지금까지 50만부 넘게 팔렸다. <5000원으로 손님상 차리기> <1000원으로 국, 찌개 만들기> <2000원으로 아이들 밥상 차리기> <3000원으로 원조 맛집 표절하기> 등이 잇따라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이른바 <…원 시리즈> 판매량만 100만부를 훌쩍 넘겼다.

두 번째는 건강관련 음식 안내서다. <당뇨병 다스리는 최고의 밥상> <생로병사의 비밀> <비타민> <위대한 밥상> <자연을 담은 소박한 밥상> <누가 해도 참 맛있는 나물이네 밥상> <잘 먹고 잘사는 법 시리즈> 등과 같은 책들의 판매량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식원성 증후군> <탄수화물 중독증> 등은 음식에 대한 비판적인 책들이다.

인기를 얻고 있는 음식 서적들을 좀 더 세밀히 살펴보면 단순히 건강 정보와 음식 정보만을 담고 있지 않다. 어렵고 생소하게만 느꼈던 의학 상식, 식품 상식, 조리법 등을 알기 쉽고 재미있게 설명한다. 다만 공동체 관점에서 요리에 접근하는 책들이 적다는 지적이다.

음식 유행, 공연예술장르에서도 등장

음식 체험극 '가루야 가루야'
음식 체험극 '가루야 가루야' ⓒ PMC
공연 예술과 음식의 만남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 음식은 그 자체가 표현행위기 때문에 공연예술장르와 밀접하다.

아이들이 '식빵 도화지'와 '잼 물감'으로 맛있는 그림을 만들어보고 음식과 관련된 재료나 주제로 제작한 작품들을 전시하는 세종문화회관 광화문 갤러리의 <아트&쿡-상상레시피>를 예로 들 수 있다. 류정미의 인형 전시회에는 침을 '퉤' 뱉어 세어보는 생선장수 아줌마, 초콜릿을 뺏길세라 움켜쥐고 몰래 꺼내먹는 아이, 오징어 다리를 뜯는 야채 파는 아줌마들이 등장한다. 이른바 음식과 관계성에 대한 맛보기다.

부모와 아이가 직접 참여하는 새로운 형식의 밀가루 체험 공연 <가루야 가루야>도 공연된 바 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바지를 걷어붙이고 밀가루와 통밀에 묻혀서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다. '공연'의 차원을 넘어서 밀가루를 이용한 '체험 공연'이다. 흥겨운 타악기 연주와 함께 밀가루 반죽 놀이, 밀가루 그림 등이 아이들의 시선을 끄는데 직접 밀가루 반죽을 만들고 밀가루 그림도 그리고 직접 만든 반죽을 틀에 넣고 찍어내면 여러 모양의 과자 완성! 부드러운 감촉의 물건을 만지게 해 아이들 지능과 정서 함양에 도움이 되게 만들었다.

연극 <짬뽕>은 '먹을거리'를 소재로 관객의 웃음과 눈물을 뽑아냈다. 광주민주화운동이 짬뽕 한 그릇 때문에 일어났다는 어이없는 플롯을 설정했는데 언뜻 말도 안 되는 듯하지만 비극적 역사의 소용돌이와 음식을 연결했다는 재기발랄한 상상력이 돋보였다.

음식은 색깔 자체가 마음을 즐겁게 하고 심리적인 치료 효과를 발휘하기도 한다. '컬러테라피'(color theraphy)는 눈을 즐겁게 하는 색깔 있는 음식들이 마음까지 즐겁게 만드는데 착안한다. 토마토의 빨간색은 달콤함을 연상시켜 활력과 식욕을 자극하는데 시선을 한곳으로 집중시켜 혈액순환을 돕기 때문에 피로를 푸는 데도 효과가 있다는 것. 따뜻한 분위기를 주는 노란색은 신맛과 달콤한 맛을 동시에 느끼게 해 식욕을 촉진한다.

왜 음식인가? 외식 문화, 솔로문화 확산 이유
방송, '화면발' 때문에 채소보다 육식 주로 다뤄


음식 축제 '한국의 술과 떡 잔치' 중에서
음식 축제 '한국의 술과 떡 잔치' 중에서 ⓒ 한국의술과떡잔치
고가의 유기농 식품 매출이 연평균 20% 이상씩 증가하고 있고, 회원제 유기농 직거래 전문점의 확산이 급속하게 느는 것은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가족문화와 솔로문화가 확산되면서 외식에 대한 관심, 혼자 요리해 먹는 문화에 대한 관심이 는 것도 '음식 문화' 붐의 한 이유로 꼽힌다.

좀 더 근원적인 점을 살필 필요도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음식은 하나의 상품이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몸에 좋지 않은 성분과 재료라 하더라도 기업에겐 얼마든지 경제적 이익을 만들어줄 수 있다. 맥도널드 음식은 사람들이 싼 가격에 허기를 면하게 해주었지만 대신 성인병과 비만을 안겨주었다. 이것이 자본주의 속 음식의 딜레마다.

이 딜레마 속에서 사람들은 보다 안전한 음식을 찾고 있다. 이러한 관심 때문에 방송 프로그램은 그렇게도 음식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대중문화, 특히 방송은 맛있는 음식에 집중한다. 근본적으로 상품 구조 속 음식문화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는데 인색하다. 개인화된 음식문화를 조장하는 측면도 있다. 이른바 '화면발'을 잘 받게 하려고 채소보다 육식을 주로 다룬다. 더구나 끊임없이 농촌은 맛있는 음식점이 많은 곳으로 설정된다. 사실 도시인들이 맛있는 음식을 먹는 데도 말이다. 주부들 중에는 이러한 프로그램을 싫어하는 경우도 많다. 끊임없이 외식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선정과정에 잡음이 생긴다. 방송 출연한 점포는 그것을 광고수단으로 삼는다. 요즘에는 너무 많다보니 오히려 방송에 나오지 않는 맛있는 집이 인기다.

많은 프로그램들은 음식 자체에만 머무는 경향이다. 음식은 그 자체가 아니라 관계 속에서 맛이 나온다. 하나의 음식은 사람마다 그리고 집마다 달라진다.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먹을 때 맛있는 음식이 있다. 같은 음식이라도 상황이나 장소에 따라 맛은 움직인다.

또한 음식마다 사연과 추억이 있다. 음식은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방송의 음식들은 그 맛 자체로만 끝난다. 음식은 곧 문화다. 하지만 방송에선 문화가 거세된 음식이 나온다. 게다가 방송에선 음식이 커뮤니케이션이자, 의사소통 그 자체임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전반적으로 대중문화에서 놓치는 점이다.

음식문화의 근본적인 전환 필요…

다큐멘터리 영화 <슈퍼 사이즈 미>(Super Size Me)를 만든 모건 스펄록은 <먹지 마, 똥이야!>라는 책에서 패스트푸드 식품에 대해 다시 경고를 하고 있다. 이 책뿐만 아니라 <패스트푸드의 제국> <육식의 종말> <음식혁명> <슬로푸드> <희망의 밥상> 등은 치밀하게 패스트푸드나 육식의 폐해, 해당 기업들의 부도덕성을 분석해 왔다.

특히 <희망의 밥상>은 대안 중심으로 먹을거리 문화 변화에 접근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 제인 구달은 1ha 농지에 감자를 심으면 22명이 1년을 살지만 그 땅으로 고기를 생산하면 기껏 1~2명뿐이라며 각종 먹거리 관련 협동조합 활동과 소비자 모임 참여 등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유기농산물이 비싸다지만 비유기 농산물로 인한 땅과 공기, 물 오염의 복원비, 자식들의 <건강보험료> 등을 따져보면 훨씬 싸다는 주장을 한다. 이는 자본주의 상품구조 속에 포획된 음식문화를 해방시켜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음식은 국가 안보라는 주장도 되새길 만하다. 식품 다국적기업과 농산물 대국에 종속되는 경향을 경계하고 국가가 음식의 중요성을 인식해 값싼 가공식품, 인스턴트 식품에 대한 음식정책을 체계적으로 세울 때라는 것이다.

슬로우 푸드 운동의 필요성은 여전하다. 이는 단순히 패스트푸드에 반대되는 개념이 아니라 생물학적 종의 다양성을 보호하고 지역 공동체 음식을 강조하는 개념으로 산업형 농업 대신 대안농업의 길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만화, 공연예술, 드라마와 교양 방송 프로그램, 그리고 각종 지역축제와 연관된 개별적인 맛, 음식이 아니라 생태학적 공동체적 나눔과 생명의 음식과 맛 문화를 열어가는 작업이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 EBS <한영애의 문화 한페이지>에서 말한 것을 고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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