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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먼타임스
(채혜원 기자) "빨래가 바람에 제 몸을 맡기는 것처럼 인생도 바람에 맡기는 거야. ♬"

창작뮤지컬 '빨래'는 화려한 무대, 낭만적인 사랑이야기가 강조되는 기존 뮤지컬과 달리 좁은 달동네 골목길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작은 동네서점, 허름한 단칸방, 반지하방과 옥탑방이 무대이고, 등장하는 인물도 꿈을 잃어버린 20대 직장여성,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 공장에 다니는 이주노동자, 장애인 딸을 방 안에 가두고 사는 할머니 등 모두 우리 이웃이자 소외계층이다.

'빨래'는 지난해 제11회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소극장 뮤지컬로는 드물게 창작뮤지컬 최우수작품상 후보에 올랐고, 극본상, 작사상을 수상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평범한 일상에서 소재를 찾아 무대에 올린 점이 신선하다는 평을 얻고 있다. '빨래'의 이 같은 힘은 추민주(32) 연출가의 생생한 체험에서 나온 것이다. 그는 자신이 7년 전에 살았던 서울 자양동 노륜산 근처를 배경으로 작품을 만들었다.

빨래를 널던 옥상에서 만난 검은 피부의 이주노동자 총각은 작품에서 '솔롱고'라는 인물로 등장한다. 주인공인 20대 직장여성이 다니는 작은 서점 역시 그가 한때 일했던 곳을 재현한 것이다. 또 엄지발가락을 다쳐 병원조차 가지 못할 때 도와줬던 옆집 할머니, 뒷집 아저씨, 앞집 할머니와 손자들도 나온다. 자신이 골목, 옥상, 직장에서 만난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뮤지컬로 담아낸 것이다.

빨래의 또 다른 매력은 '유쾌함'이다. 이주노동자, 장애인, 비정규직 문제 등 뮤지컬에서 다루기에는 다소 무거운 이야기를 희망의 노래로 풀어낸다. '서울살이 10년째, 세 번째 적금통장 해지. 이사를 다니고 다니다 깨진 건 적금통장과 부부금실', '생리휴가, 육아휴직 그런 것들은 없어요. 직장 잘리고 느는 건 술, 담배 그리고 변비.'

서민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담긴 가사는 유쾌한 음악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달된다. 피아노, 더블베이스, 오보에 소리가 풍성한 음악은 객석 바로 옆에서 들려주는 기타 소리로 인해 더욱 빛을 발한다. 라이브 연주를 좋아하는 연출가가 관객들을 위해 라이브 기타 연주를 마련한 것이다.

'열혈녀자 빙허각', '쑥부쟁이' 등 여성들의 삶을 이야기한 작품으로 주목받아 온 추민주씨는 앞으로 자신의 이야기가 어디로 향할지 자신도 잘 모르겠다고 말한다.

"다양한 여성들이 살고 있는 이 세상에 대해 여성의 입을 통해 나오는 이야기를 계속 다루고 싶어요. 급진적이거나 계몽적이지 않으면서 우리 삶의 정수가 묻어나는 그런 이야기요."

ⓒ 우먼타임스
추민주 연출가의 대학 졸업작품이기도 한 뮤지컬 '빨래'는 지난해 4월 국립극장 새단장축제 초청작으로 2주 동안 공연되었다. 대학로 상명아트홀에서 4월 23일까지 무대에 올려지는 이 작품은 관객들의 전폭적인 지지로 약 한 달 동안 연장공연에 들어갈 예정이다. '빨래'는 얼룩지고 구겨진 힘든 일상을 깨끗하게 빨아 바람에 말리고 싶은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빨래처럼 흔들리다 떨어질 우리 일상이지만 당신의 젖은 마음 빨랫줄에 널어요. 바람이 우릴 말려줄 거예요. 당신의 아픈 마음 털털 털어서 널어요. 우리가 말려줄게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성종합신문 <우먼타임스>에서 제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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