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덕여대 비하 발언으로 최근 구설수에 올랐던 손봉호 동덕여대 총장이 구성원들의 거센 퇴진 압력을 받고 있다.
동덕여대 총학생회와 직원노조는 13일 "밀실 독선행정이 동덕을 황폐화시키고 있다"며 손봉호 총장 퇴진을 위한 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총학생회는 당장 이날 오후부터 무기한 릴레이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직원노조는 19일 임시총회를 열어 총장 불신임 찬반투표를 실시한다.
또 일부 교수들과 69개 교육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동덕여대 문제 해결을 위한 교육·시민·종교계 공동투쟁위원회'도 총학생회와 직원노조 등 학내 자치단체들과 공동보조를 취하기로 해 손봉호 총장의 퇴진 요구가 시민사회로 번지고 있다.
동덕공투위 '국문과 교수 채용보류 이사회 감사' 청구
총학생회는 이날 교내 민주광장에서 단식농성 결의대회를 열어 ▲일방적인 등록금 책정 무효화 ▲동덕인이 동덕의 중심이 되는 학생자치권 보장 ▲교육환경 개선 ▲국문과 교수채용 보류 철회 ▲총장과 '실세 4인방'(부총장, 학생처장, 교무처장, 기획처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총학생회는 결의문을 통해 "오늘 동덕인들의 투쟁은 한겨울 추위조차 녹여냈던 2003년 민주화 투쟁의 성과를 독식하고 자신의 것인 양 민주를 남발하고 있는 실세들의 도취를 드러내어 역사의 뒤안길로 퇴장시키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단식을 결의한 문수연 총학생회장은 "이주미 선배의 교수 채용 보류는 동덕인에게서 희망을 빼앗는 것"이라며 "동덕을 모독한 총장과 실세들은 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덕여대 총학생회는 2003년, 2005년에도 총학생회장이 학교의 독선행정에 항의하여 각각 9일과 19일 동안 단식투쟁을 벌인 바 있다.
직원노조 또한 동덕의 진정한 민주주의 완성을 위해서는 손봉호 총장과 실세 보직자들이 동덕여대를 떠나야 한다며 손봉호 총장 퇴진운동에 가세했다.
유우근 위원장은 "손봉호 총장 체제가 들어선 이후 과거 박정희 유신정권이나 전두환 정권에서나 있을 법한 독재 독선행정이 판을 치고 있다"면서 "19일 열리는 조합원 임시총회에서 총장을 비롯한 주요 보직자들에 대한 불신임안을 반드시 의결하겠다"고 말했다.
손봉호 총장 "총학생회 따르는 학생 10명 뿐이다"
한편 동덕공투위는 12일 동덕여대 총장실에서 손봉호 총장과 비공개 면담을 하고 "학교당국이 총학생회 선거에 개입하여 학생들이 스스로 선택한 총학생회를 불법으로 몰아 학생회비를 0원 고지한 것은 부당한 학생자치권 탄압"이라며 손 총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총학생회는 지난 2학기부터 학생회비가 끊겨 빚을 내거나 외부 지원을 받아 사업비를 대고 있다.
이에 대해 손봉호 총장은 즉답을 피한 채 "총학생회를 따르는 학생은 손에 꼽을 정도로 10명 내외"라며 총학생회의 대표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국가기관인) 중앙선관위의 실사를 통해 총학생회 선거 문제를 풀자"고 이색 제안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 총장은 이날 기자들의 취재를 거부했고 이후에도 인터뷰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구성원들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이른바 '실세'들의 의견도 들을 수 없었다. 교무처장, 학생처장은 오전 오후 계속되는 내부 회의를 이유로, 기획처장은 "노코멘트"라는 말로 사실상 인터뷰를 거절했다. 외부 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김태준 부총장은 연락이 닿지 않았다.
동덕공투위는 또 이날 "2005년 2학기 국문과 신임교수 채용 과정에서 엄정한 심사에 의해 결정된 1위 후보의 임용을 학교당국이 보류시켜 동덕인들의 가슴에 지울 수 없는 상처와 아픔을 안겼다"며 '이주미 교수에 대한 이사회 감사 신청서'를 동덕여대 법인 총무처에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