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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탐사 수역 안에 포함된 독도. 사진은 지난 2005년 3월에 촬영한 것으로 한 어선이 독도 부근 해역에서 고기잡이를 하고 있다.
일본의 탐사 수역 안에 포함된 독도. 사진은 지난 2005년 3월에 촬영한 것으로 한 어선이 독도 부근 해역에서 고기잡이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일본의 탐사결정으로 동해상의 경제수역이나 '독도'가 또다시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되는 또 다른 측면이 있다.

그것은 불과 며칠 전만 해도 동북아의 최대 이슈가 북-미 간의 6자회담 파행이었다는 점이다. 그러한 긴장상태가 지속하면, 미국으로서는 북한과 타협하든지 아니면 압박을 한층 더 강화하든지 양자택일을 하는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미국의 파트너'인 일본의 '도발' 덕분에, 북·미 양국은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되었다.

달리 말하면, 북미관계의 긴장이 한일관계의 긴장으로 일단 봉합 내지는 은폐될 수 있게 되었다. 이 덕분에 북-미가 일단 '시간'을 좀 더 벌 수 있게 되었지만, 그로 인해 한국은 문제의 돌파구를 찾지 않으면 안 되는 '숙제'를 떠안게 되었다.

일본, 어디까지 생각하고 있을까

문제를 일으킨 일본 지도부는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 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본 지도부가 처한 3가지 객관적 조건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첫째는 한일관계, 둘째는 일본 자체 문제, 셋째는 동북아 국제관계다.

'한일관계'라는 측면에서 볼 때, EEZ 경계선 획정이나 '독도'는 일본 측이 언젠가는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과제다. '일본 자체 문제'라는 측면에서 볼 때,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이끄는 집권 여당은 '아시아 외교의 실패'로 인해 국내외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동북아 국제관계'라는 측면에서 볼 때, 지금 일본은 미국의 주도 하에 한국과 함께 북한을 압박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러므로 지금의 상황에 임하는 일본 지도부의 판단 속에는 위 3가지 요소가 함께 작용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물론 그 외에도 다양한 측면들이 있지만, 여기서는 논의의 편의상 위 3가지 요소에만 국한하기로 한다.

위와 같은 3가지 객관적 조건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본으로서는 ▲아시아 외교의 실패를 가중시키지 않고 ▲미국-일본-한국의 대북 압박 연대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EEZ와 독도에 대한 '예금계좌'를 늘려갈 필요가 있는 것이다.

'예금계좌를 늘려간다'는 말은, 지금 당장에는 일본 역시 EEZ와 독도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점진적인 문제제기로 '예금액수'를 늘리는 쪽을 선택할 것이라는 말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에, 일본이 지금 당장에 EEZ와 독도를 '결판'내는 것은 무모하고 어리석은 짓이다.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고이즈미 총리가 한일관계를 더 악화시키면, 아시아 외교가 한층 더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대북 압박을 위한 미-일-한 3국 연대까지 훼손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일본 지도부는 한 번에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점진적인 문제제기를 통해 한국의 명분을 서서히 약화시키는 쪽을 택할 것이다. 4월 14일자 기사에서, 일본의 탐사결정이 동아시아 패권경쟁의 '서곡'이라고 한 데에는 그러한 이유가 있었다. 일본은 점진적인 문제제기와 '착실한 예금축적'을 바탕으로, 훗날 '포스트 미국' 시대에 본격적인 패권경쟁의 막이 열리면 그때 '목돈'을 찾으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가만히 있어도 되는가

일본이 지금 당장 무슨 결판을 내려는 게 아니라면, 이번에는 문제를 조용히 덮어두는 게 좋을까? 물론 그렇지는 않다. 일본 선박이 한국측 EEZ나 독도 주변 수역을 탐사하는데도 한국이 침묵을 지킨다면, 일본은 한층 더 강경해지고 또 노골적인 태도를 취할 것이다. 이는 일본의 '예금계좌'가 늘어나는 대신 한국의 '예금계좌'는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이 점과 관련하여 한·중·일 3국의 문화적 차이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누구든지 네 오른편 뺨을 치거든 왼편도 돌려 대라"(마태복음 5장 39절)는 예수의 말씀은 한국이나 중국에서는 쉽게 공감을 얻을 만한 말이다. 한국이나 중국의 사대부(선비) 문화에서는 '모욕을 견디는 것'이 미덕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다르다. 일본 무사(武士, '사무라이')에 관한 전문가인 구태훈 교수(성균관대 사학과)는 일본 무사에 관한 특강에서 "일본 무사 사회의 전통에서는, 상대방이 모욕이나 위해를 가함에도 이를 참는 것은 그 자체가 수치스러운 것으로 인식되었다"면서 "상대방이 가하는 모욕을 참고 이해하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하는 한국이나 중국과는 다르다"라고 말했다.

일본 선박이 한국측 EEZ나 독도 주변수역을 탐사하는데도 한국정부나 한국 국민이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으면, 일본의 한국에 대한 '업신여김'은 한층 더 심해질 것이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혹시라도 한국의 대일 외교라인이 이 문제를 외형상 무마시키기 위해 일본과 '뒷거래'를 한다면, 예컨대 다른 외교 현안에서 일본에 은밀하고 일방적인 양보를 해준다면, 일본은 앞으로 한국을 더욱더 업신여길 뿐만 아니라 이런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터지게 될 것이다. 혹시라도 그런 식으로 문제를 봉합하면, 앞으로 일본은 한국에 요구할 것이 있을 때마다 독도나 동해 수역에 대해 시비를 걸 것이다.

일본의 탐사 결정에 대한 원칙적인 대응은, 일본에 대해 단호하고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할 뿐만 아니라, 필요한 경우에는 강력한 대응도 불사한다는 태도를 확립하는 것이다.

그럼, 우리가 일본에 대해 어떤 일격을 가할 수 있을까? 물론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대응 방안은 외교통상부 당국자들이 결정할 사안일 것이다. 여기서는 문제 제기 혹은 대안 제시의 수준에서 논의를 한정하기로 한다.

한국이 경제적으로 우월한 나라라면 미국이 북한에 경제제재를 가하듯이 대일(對日) 경제제재를 가할 수도 있겠지만, 또 한국이 군사적으로 우월한 나라라면 미국이 북한 코앞에서 핵전쟁 연습을 벌이듯이 일본 앞에서 군사적 시위를 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처한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우리가 그러한 카드를 쓴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모하고 또 쉽지 않은 일이다. 그것은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일'이다.

다시 말해, 경제나 군사 측면에서는 우리에게 '비교우위'가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일본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외교적 측면에서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외교적 '일격'을 고려할 수 있을 것

어떤 구체적 수단을 구사하든지 간에, 한국의 대일 압박은 2가지 측면에서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일본 자체를 압박하는 한편, 그 일본을 움직이는 미국에 부담을 주는 방법을 구사해야 한다. 다시 말해, 일본을 직간접적으로 압박해야 한다.

중국의 야스쿠니 비판이 효과를 보는 것은, 이로 인해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까지 난처한 상황에 처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야스쿠니 비판이 얻는 효과에 대해서는 2월 14일자 기사인 '중국이 미국의 동북아전략을 흔드는 방법'을 참조할 수 있다.

미국을 배제한 채 일본에 대해서만 초점을 맞춘다면, 한국의 대일 압박은 아무 소득 없이 무위로 끝나고 말 것이다. 주변국들의 끊임없는 견제와 비판에도 일본이 여전히 '뻔뻔스러운 태도'를 취할 수 있는 것은 다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지 않았다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제까지 한국의 대일외교가 번번이 실패한 것은 바로 그 점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외교적으로는 그리 대단할 것 없는 일본한테 우리가 번번이 당한 것은, 한국의 대일 외교가 '미국'이라는 요소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이번에도 한국이 일본에 대해서만 비판을 가한다면, 일본은 예전과 똑같은 태도를 취하게 될 것이다. 또 별다른 심리적 압박도 느끼지 않을 것이다. 그러다가 때가 되면, 또다시 동일한 행동을 반복할 것이다. 한국이 단독으로 일본에 위협을 줄 수 없는 상황에서, 아무리 일본을 비판해 봐야 일본은 꿈쩍도 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정부가 강도 높은 비판을 하건 혹은 독도나 동해 수역에 해군을 파견하건 간에 일본은 그다지 위협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설사 한국이 군사적 시위라는 강수를 꺼내든다 해도, '한국이 미국의 영향하에 있고 한국군이 미군의 작전통제하에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일본은 그에 대해 별로 겁을 먹지 않을 것이다. 강력한 자위대가 있는 일본을 상대로 군사적 압박을 가하는 것은 '부자 앞에서 돈 자랑'을 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일본이 진짜 무서워할 만한 카드 구사해야

대일 압박이 실효성을 띠려면, 이번만큼은 '일본이 진짜 무서워할 만한 카드'를 꺼내들어야 할 것이다. '일본이 무서워할 만한 카드'라는 것은 일본의 외교적 곤경을 한층 더 심화시킬 뿐만 아니라 미국을 압박함으로써 미국의 대일 설득을 유도하는 것이다.

일본의 외교적 곤경을 심화시킬 수 있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그 중 한 가지는 바로 6자회담이다. 지금 일본 지도부는 미-일-한 연대하에 북한을 압박함으로써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덕분에 몇 년째 일정한 국민적 지지도 확보하고 있다. 과거 '3김 시대'에 한국의 정당들이 지역감정에 의존했듯이, 지금 일본 지도부는 '반북감정'에 상당 부분 의지하고 있다.

그런 일본에 타격을 주려면, 북한과 민족공조를 하든 안 하든 간에 이번만큼은 한-미-일 공조에서 발을 뗄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일본의 대북 압박에 차질을 초래하고 또 일본의 외교 전략에 흠집을 낼 수 있을 것이다. 대북 압박이 실패한다는 것은, 일본 지도부가 국민적 지지 확보에 실패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처럼 일본 지도부가 가장 아끼는 것에 흠집을 내지 않고는 절대로 일본을 압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일본을 압박하는 동시에 미국도 함께 압박해야 한다. 지금 미국은 동북아의 '위성국가'들인 일본-한국을 확실히 단속하여 북한을 압박한다는 기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일 간에 갈등이 생기는 것은 미국의 대북 전선에 차질이 생기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미국은 한·일 간 갈등을 일단 지켜보되, 상황이 극한적으로 치닫는 것만큼은 어떻게든 막으려 할 것이다. 그렇게 미국이 개입한다면, 일본의 입지가 자연스레 축소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미국을 개입시키는 것은 미국에 의존하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게 아니다. 미국은 일본을 움직이는 나라이고, 일본의 외교적 행위 중 상당 부분이 미국과의 명시적 혹은 암묵적 교감 하에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결정권자인 미국을 끌어들이지 않고는 절대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미국을 끌어들이는 방법은 둘 중 하나다. 극단적인 상황을 만들어서 미국이 스스로 개입하게 하든지 아니면 처음부터 한국이 미국의 역할을 촉구하든지 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이 미국의 역할을 촉구한다고 해서 미국이 쉽사리 응하지는 않는다. 미국을 압박할 만한 방안을 동시에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은 미국의 6자회담 전략과 대북 압박에 대한 한국의 지지를 거두는 것이다. 그런 강수를 쓰지 않고는 미국의 협력을 이끌어낼 수 없을 것이다.

외교적 대응 외에는 길이 없다

지금 우리가 일본의 EEZ 침범계획에 타격을 입히는 방법은 외교적 방법밖에 없다. 그 외교적 방법 중에서 가장 현실적인 것은, 바로 6자회담 국면에서 일본의 대북 압박을 교란하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의 동북아전략에 대한 협력을 거부하고 미국에 문제해결에 나서도록 압박을 가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일본을 움직이는 방법을 취하지 않으면, 이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군대를 파견해 독도와 동해를 수호하는 식의 '가장 확실한 방법'을 취하는 것은 지금으로서는 그리 현명한 방법이 아니다. 그것은 최종 카드로 남겨 두어야 할 것이다. 인정하기 싫지만, 우리에게는 지금 그럴 만한 여유가 없다. 외교적 방법으로 일본에 타격을 가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값싼' 방법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뉴스 615>에도 동시에 실리는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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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친일파의 재산,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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