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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철 김은주 부부와 주례를 맡은 손석춘 선생님
정수철 김은주 부부와 주례를 맡은 손석춘 선생님 ⓒ 이예복
H통신회사에 다니는 정수철씨와 K여고 교사 김은주씨. 이들은 2년 전 한겨레문화센터 '손석춘의 청년학교'에서 만났다. '손석춘의 청년학교'는 2003년 겨울 <오마이뉴스>의 칼럼니스트이기도 한 언론인 손석춘씨가 '평생을 청년의 마음으로 올곧게 살고 싶은 모든 사람을 위한 교양강좌'를 목표로 마련한 진보 배움터다.

정씨는 바로 그 해(1기)에, 김씨는 이듬해인 여름(3기)에 청년학교와 첫 인연을 맺었다. 한 달 정도 과정의 강좌가 계절마다 한 번씩 진행되니 사실 두 사람 사이에는 무려 6개월이라는 시간 간극이 놓여 있는 셈이다. 이들의 만남이 특별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회 강좌를 경험해본 이들은 알겠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짧은 인연을 이어가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정씨는 손석춘 선생님을 비롯해 40여 명 동기들과의 만남이 너무도 소중했고, 자신과 같은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청년학교의 문을 두드리게 될 '후배'들과의 인연도 그러했다.

생각 끝에 정씨는 뜻을 같이 하는 몇몇 동기들을 모아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인연을 이어가기 위한 또 다른 공간을 가꾸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바쁜 직장생활 가운데도 다음 기수의 뒤풀이를 찾아 자신을 소개하며 수줍게 손을 내밀었다.

'술이 좋아서가 아니라, 사람이 좋아' 새벽까지 남아 술잔을 사이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며 진심을 전했다. 정씨의 노력이 헛되지 않은 까닭일까. 지난 3년간 청년학교를 거쳐 간 이는 줄잡아 300여 명, 온라인 커뮤니티(http://cafe.daum.net/sonschool)에는 그보다 많은 500명이 가입해 있다. 어느새 10번째 강좌를 앞두고 있고 답사모임, 독서토론모임, 영화소모임, 그리고 <한겨레21> 토론모임 등의 소모임들도 만들어졌다.

결혼은 진정한 사랑을 배우기 위한 입학식
결혼은 진정한 사랑을 배우기 위한 입학식 ⓒ 이예복
그러나 겉으로 드러난 규모의 차이가 전부는 아니다. 정씨는 세상사에 무감각하던 사촌동생을 설득해 청년학교 강좌를 수강하도록 했다. 첫날 술을 마시다 지각했다는 그 사촌동생은 지금 정씨 못지않은 열성을 보이며 청년학교를 위해 생활의 절반을 헌신하고 있다. 그리고 정씨 자신은 얼마 전 노동조합의 전임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김은주씨 역시 자신의 제자들에게 청년학교를 소개하며 기꺼이 자신의 지갑을 연다. 얼마 전에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대의원으로 나섰다. 이런 두 사람의 쉽지 않은 결정 뒤에 청년학교가 있었음은 물론이다. 청년학교를 통해 두 사람과 그 주변 사람들이 의미 있는 변화를 겪은 셈이다. 그리고 결국 두 사람은 영원한 동지를 얻었다.

손석춘씨는 이날 주례사를 통해 "결혼은 사랑의 완성이 아닌 진정한 사랑을 배우기 위한 입학식"이라며 "서로에게 기대기보다는 베풀 줄 아는 자주적 사랑, 그리고 서로의 차이와 모자람 속에서 함께 만들어가는 창조적 사랑을 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행복한 표정으로 결혼식을 마치고 나온 정수철 김은주 부부는 "주례사를 실천하며 살겠다"는 짧은 말로 배움과 인연의 공간을 마련해준 손석춘 '선생님'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두 사람을 축복해주기 위해 멀리 서울에서 내려와 준 청년학교 벗들을 향한 약속이기도 하다.

청년학교 벗들과 함께
청년학교 벗들과 함께 ⓒ 이예복
'절망에 잠긴 한국사회에서 서로 손을 내밀어 깨끗한 희망을 키워가려는 작은 출발'. 한겨레문화센터 청년학교 소개란에 적힌 말이자 청년학교의 설립자 손석춘 '선생님'의 바람이 담긴 말이다.

새로운 희망을 찾고자 모여든 배움의 공간에서 스스로 희망이 되기로 다짐한 정수철 김은주, 두 사람이 함께 엮어갈 새로운 삶이 부디 그 출발만큼이나 아름다운 맺음으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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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옆 앞 '기찻길옆골목책방' 책방지기. 서울에서 태어나 줄곧 수도권에서 살다가 2022년 전북 익산으로 이사해 지방 소멸의 해법을 찾고 있다. <로컬 혁명>(2023), <로컬꽃이 피었습니다>(2021), <슬기로운 뉴 로컬 생활>(2020), <줄리엣과 도시 광부는 어떻게 마을과 사회를 바꿀까>(2019), <나는 시민기자다>(2013)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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