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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목장으로 가기 위해 소들이 언덕길을 오르고 있다.
방목장으로 가기 위해 소들이 언덕길을 오르고 있다. ⓒ 안서순
끝도 없는 드넓은 초지에 소 수백 마리가 방목 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카우보이가 말을 타고 한 손에는 올가미를 들고 빙빙 돌리며 소를 한곳으로 몰아가고 소몰이용 개가 뒤따르는 영화 같은 목가적인 풍경을 잠깐 떠올렸다.

그러나 그런 환상은 이내 무참히 깨어졌다.

오토바이 서너 대와 트랙터가 목부(牧夫)가 되어 카우보이를 대신 하고 경적을 울리며 겨우내 우리 안에 가두어 두었던 한우들을 풀밭으로 내몰았다. 2미터 남짓한 목장길 양쪽으로는 전기가 통하는 전선 가닥이 늘어서 있어 샛길은 생각하지도 못한다.

방목장으로 가기 위해 벚꽃나무 터널을 지나는 소떼
방목장으로 가기 위해 벚꽃나무 터널을 지나는 소떼 ⓒ 안서순
오토바이와 트랙터가 밀어대는 대로 소들은 쫓겼다. 소들은 입에 거품을 물고 언덕길을 뛰어오르고 내리막길을 내달렸다. 그래도 풀밭에 도착해서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이내 평정을 되찾고 봄풀을 뜯어 먹었다. 이 소들은 이제 겨울이 오기 전인 11월 말까지 풀밭에서 살아야 한다.

충남 서산시 운산면 원벌리에 있는 농협 한우개량사업소가 17일 봄을 맞아 지난해 12월부터 이달 중순까지 다섯 달 가깝게 우리 속에서 키운 암소 800마리를 방목했다. 이번에 방목된 암소들은 계획적인 번식관리를 통해 '보증씨 수소'가 될 우량송아지를 생산하게 된다.

풀밭에 들어서는 소떼
풀밭에 들어서는 소떼 ⓒ 안서순
운산 한우개량사업소는 초지 전체 면적이 여의도의 4배에 달하는 340만 평에 한우 2000여 두를 사육하고 있고 우리나라 전체에 보급하는 한우 정액(160만 개)을 100% 맡고 있는 '한우개량사업소'다.

한우개량 사업소가 '한우개량'에 주력하는 것은 무한경쟁시대를 맞아 '한우'가 외국산 쇠고기에 비해 품질면에서 우위를 차지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사업소의 오규락 소장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는 한우뿐만 아니라 육우고기, 돼지고기, 닭고기에 이르기까지 그 영향력이 클 것으로 예상되고 특히 그 가운데 한우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클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방목장에서 풀을 뜯어 먹고 있는 소떼.
방목장에서 풀을 뜯어 먹고 있는 소떼. ⓒ 안서순
오 소장은 "미국산 쇠고기 뿐만 아니라 외국산 쇠고기와 경쟁해서 이길 수 있는 '품질 우위'가 절대 필요한 만큼 한우 개량에 박차를 가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초지에는 서양풀보다는 '우리풀'이 더 많이 있다. 초지 340만 평은 소 수백 마리가 한가히 풀을 뜯는 목가적인 풍경과는 달리 미국산 소와 호주산 소 등과 싸워 이길 수 있는 힘을 기르는 피 터지는 실전을 방불케 하는 훈련장이고 전쟁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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