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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석 할아버지는 소로 쟁기질을 하십니다.
고재석 할아버지는 소로 쟁기질을 하십니다. ⓒ 조태용
들판에 소가 사라지고 기계가 쟁기질을 대체하기 시작한 지 이미 오래 전 일입니다. 소가 쟁기질하는 모습은 동화책이나 TV 영상으로나 볼 수 있는 풍경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소 쟁기를 고집하는 분이 있습니다. 구례군 문척면의 고재석 할아버지는 농사를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소 쟁기를 고집하셨다고 합니다.

"3년 전에 이놈을 사가지고 교육을 했지. 한두 달 교육을 해야 제대로 쟁기질을 하게 돼. 이 힘센 놈이 말을 안 들어봐, 어떻게 쟁기질을 시키겠어?"

할아버지는 소가 쟁기질을 잘한다고 하니 대뜸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소는 쟁기질을 하면서도 가끔 이렇게 풀을 먹습니다.
소는 쟁기질을 하면서도 가끔 이렇게 풀을 먹습니다. ⓒ 조태용
기계를 쓰면 편한데 소로 쟁기질을 하는 이유에 대해 묻자 큰 기계가 들어오면 논, 밭이 딱딱해져서 농사가 잘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더구나 소가 있기 때문에 기계를 쓸 필요도 없다는 것입니다. 할아버지도 젊었을 때는 광주에서 직장생활을 20년이나 했지만 집에 농사지을 사람이 없어 내려왔다 합니다.

이 소가 있기 전에는 23년이나 함께 한 소가 있었는데 새끼를 22마리를 낳고 더는 새끼를 낳지 못해 어쩔 수 없이 팔았다면서 그 소는 참 일을 잘했다고 회상을 하십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황희 정승의 일화가 갑자기 생각나 저 젊은 소가 들으면 기분이 나쁠지도 모르겠다는 엉뚱한 생각이 들더군요.

소의 힘찬 쟁기질
소의 힘찬 쟁기질 ⓒ 조태용
쟁기질을 시작한 지 20여 분도 되지 않아서 어느새 밭은 쟁기질이 끝났습니다. 할아버지는 이 밭에 고추를 심을 거라고 합니다. 할아버지는 요즘 젊은 사람들은 농사를 안 지으려고 해서 노는 땅이 많다면서 땅이 너무 아깝다고 하십니다.

할아버지도 이제 나이를 먹어 농사를 많이 짓지 못한다면서 식구들 먹을 것과 도시에 나가 있는 자식들에 보낼 것만 농사짓는다시며 답답한 속내를 털어놓습니다. 소가 하던 일을 기계가 대체했듯이, 이제는 우리 땅에서 키워야 할 식량을 남의 나라 농부가 책임지게 생겼으니 한국의 농부로서 아마 답답하시기도 하실 겁니다.

"워워" "이랴, 이랴" 소와 할아버지는 호흡이 척척 맞습니다.
"워워" "이랴, 이랴" 소와 할아버지는 호흡이 척척 맞습니다. ⓒ 조태용

밭은 어느새 쟁기질이 끝났습니다.
밭은 어느새 쟁기질이 끝났습니다. ⓒ 조태용

시골에 농사지을 사람이 없다면서 걱정을 하십니다.
시골에 농사지을 사람이 없다면서 걱정을 하십니다. ⓒ 조태용

쟁기질을 마친 소를 배려해서인지 수레는 직접 끌고 가십니다.
쟁기질을 마친 소를 배려해서인지 수레는 직접 끌고 가십니다. ⓒ 조태용
"워워"는 멈추라는 말이고 "이랴, 이랴"는 가라는 말입니다. 소에게 이 두 단어를 교육해 말을 듣게 하는 데 2개월이 걸렸다고 합니다. 할아버지는 앞으로도 소 쟁기를 자신이 농사짓는 동안은 계속 할 것이라고 합니다.

아마 고재석 할아버지가 소 쟁기질을 그만두면 "워워", "이랴, 이랴"를 외치는 들판의 농부도 사라질 것입니다. 우리나라 농업 자체가 사라질지 모를 위기에 처해 있어 농업의 생존 자체가 어려운 시대입니다. 할아버지는 쟁기질을 마치고 소를 끌고 집으로 돌아가십니다. 지친 소를 배려하는 것인지 수레는 할아버지가 끌고 갑니다.

고기를 얻기 위해 키우는 소들은 빨리 키워서 팔아야 이득일 것입니다. 축사에 그냥 서 있다가 어느 날 도살장에 끌려가 죽지만 저 소는 힘든 일을 하는 대신 할아버지가 농사를 짓는 동안은 오래오래 살 것입니다. 소와 할아버지의 쟁기질 모습이 오랫동안 들판에 남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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