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아침 산책길에서 아주 작고 귀여운 꽃을 발견했습니다. 식물도감에서 이름을 찾아보니 '봄맞이꽃'이라고 합니다. 봄이 온 지 꽤 되었는데 이제야 봄맞이꽃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작고 앙증맞은 꽃이 무더기로 피어 있는 모습이 소풍 온 유치원생 마냥 즐거워 보입니다. 어떤 꽃은 흰색이고, 어떤 꽃은 분홍색이 물들어 있어 더 고왔습니다.
봄을 맞이하는 꽃이어서일까요? 언뜻 보니 봄 날 따스한 햇살을 닮은 것 같기도 합니다. 봄바람에 하늘하늘 나풀거리는 모습이 봄나들이를 나온 귀여운 아가 같기도 하고, 소꿉장난하다 토라진 어린 시절 동무 같기도 합니다. 작은 꽃이지만 가느다란 꽃대에 당당하게 피어 있는 모습이 봄을 맞이하는 꽃답습니다. 이미 봄은 한참 가버렸지만 말입니다.
고등학교 때 읽은 책에 "행복은 크고 거창한데 있는 것이 아니라 들꽃 한 송이에도 있을 수 있다"라는 글귀가 있었습니다. 그 후에 지나가는 들꽃을 보면서 저 꽃에 어떤 행복이 담겨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고는 들꽃을 보면서 행복해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중압감에 시달린 기억이 납니다.
제가 다니던 고등학교 등굣길엔 산이 있었습니다. 그 길가엔 까치수영이나 현호색이 참 많았습니다. 친구들은 까치수영이나 현호색이라는 들꽃 이름을 아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는 소리를 했습니다. 이렇게 "친구들로부터 대단하다는 소리를 듣는 것이 들꽃이 주는 행복인가"하며 엉뚱한 생각을 하기도 했던 생각이 납니다.
구례에 내려와서 들꽃에 관심을 가지고 다니다 보니 여기저기 고운 들꽃이 많이도 핀다는 생각이 듭니다. 매일 지나던 도로 옆, 논둑길 아니 땅이 있는 곳엔 어김없이 들꽃이 존재했습니다. 매일 반복 되는 일상에 숨은 행복처럼 말입니다. 일상에 행복이 우리 곁에 항상 존재하지만 행복인지 모르고 지나치기 쉽듯이 들꽃을 보려면 그만큼의 관심 있어야 하는 듯합니다.
일상의 행복에 관심을 갖고 느끼려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듯이 말입니다. 오늘 아침 가족과 함께 한 밥상도 행복일 수 있고, 동료들과 마신 차 한 잔, 아니 숨쉬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오늘 만난 봄맞이꽃도 관심을 갖고 찾아봐야 눈에 들어오는 작은 꽃이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시선을 낮춰 고개를 숙이지 않으면 볼 수 없습니다.
작은 꽃을 만나려거든 내 스스로 낮아져 고개를 숙여야 하듯 일상 속 작은 행복도 내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느낄 수 없을 것입니다. 행복은 돈처럼 저축이 되지 않습니다. 그때그때 느껴야지 나중에 적금 타듯 한 번에 느낄 수는 없습니다. 봄맞이꽃의 아름다움도 봄이 아니면 안 되듯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