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유력한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오세훈(45) 변호사가 노태우 정권 시절 국군보안사령부(현 국군기무사령부) 2처(정보처) 장교로 근무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오 변호사는 지난 1988년 5월 사법연수원을 마치고 육군에 입대했으며, 이후 보안사에서 근무한 뒤 1991년 2월 중위로 군 복무를 마쳤다.
오 변호사의 보안사 근무 경력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오 변호사가 복무한 시기는 공교롭게도 보안사의 불법 민간인 사찰이 사회 문제가 된 때(1990년 윤석양 이병 양심고백 사건)와 일치한다.
그동안 오 변호사의 군 경력은 사법연수원 수료 후 법무장교로 36개월간 복무한 것으로만 알려져 왔었다.
오 변호사는 20일 <오마이뉴스>와 단독으로 만난 자리에서 군 복무에 대한 질문을 받자 "기무사에서 (복무했다)"라며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법무장교 자격으로 간 것"이라고 말했다. 오 변호사가 말한 기무사는 당시 보안사령부였다.
또 오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수료 이후 법무장교를 지원했으나 정훈 파트를 맡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오 변호사는 보안사 정보처로 발령받아 약 30개월간(89년 7월~91년 1월) 근무했다.
'보직이 무엇이었나'라는 질문에 대해선 "보안사 전역자들은 나오면서 비밀유지 각서를 쓴다"면서 "사실 정보처(2처)에 있었다는 것도 말하면 안 되는데 오해를 할까봐 밝힌다"고 밝혔다.
'보안사 2처'는 정보수집과 방위업체 감시 업무 수행
오 변호사가 근무한 '보안사 2처'는 일반적으로 정보처로 불리던 곳이다.
정보처는 보안사 내에서도 '일반정보수집 및 국내 방위산업체 등에 대한 감시 및 보안 업무'를 담당하고 반공 교육 등 국가 교육도 맡았다. 일반정보수집이란 정치·언론·학원·노동 등 각계 정보를 수집하고 동향을 감시하는 일이다.
이밖에도 오 변호사 근무 당시 보안사는 1처(보안처)와 3처(대공처)가 군내 주요 지휘관의 동향과 간첩이나 대북정보를 수집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인사처·군수처·기획조정처 등 나머지 3처를 합쳐 총 6처가 운용됐다.
오 변호사가 정보처에서 어떤 임무를 수행했는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공식적으로 오 변호사는 정훈장교(군사교육정책분석장교)로 주로 '문무대전방입소'(80년대 대학생 입소훈련)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하지만 군 출신의 한 변호사는 "보안사령부는 특성상 서울대나 연세대, 고려대 등 엘리트 출신 법학전공자, 사법연수원 출신을 선호한다"며 "정훈장교로 발령받았을지라도 법률자문 등 다른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오 변호사가 복무할 당시 윤석양씨는 "보안사가 1303명에 이르는 정치계, 학계, 종교계, 노동계, 학생 명단을 관리하며 사찰을 해 왔다"고 폭로해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보안사 사찰 대상에는 노무현 현 대통령도 포함돼 있었다.
윤씨가 폭로한 명단 작성을 주도한 곳은 '보안사 3처'인 대공처로 알려졌다. 따라서 정보처에서 근무한 오 변호사는 민간인 사찰과 직접 관련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인권 변호사'로 알려진 오 변호사가 80년대 녹화사업과 '민간인 사찰'로 악명을 떨쳤던 보안사에 근무한 경력이 처음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오 변호사는 "보안사 정보처에서 군 복무한 것은 사실"이라며 "법무장교 자격으로 정훈업무를 맡아 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3년 근무하고 나가는 단기복무 장교에게 그런 일(정보수집이나 사찰)을 맡기지 않는다"며 불법 민간인 사찰 관여 의혹을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