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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부대에서 근무했던 분들 중에는 더덕에 대해 한마디씩 안 하는 분이 없을 정도로 더덕은 군대 이야기에도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입니다.
근무 중이거나 행군 중에 더덕향기가 나서 더덕을 캤는데 "엄청 크더라" 든가, 아니면 "엄청 많더라" 이런 식의 이야기 말입니다. 저의 경우 부산에서 근무해서 더덕구이를 알고 있을 뿐 더덕이 어찌 생겼는지 모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리산 근처에서 살다 보니 더덕이 어찌 생겼는지 모른다는 것이 창피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지리산이 코 앞에 보이는 곳에 산다면 야생 더덕 정도는 찾을 수 있어야 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더덕도 구분하지 못한다는 말을 들을까봐 묻지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지인의 산에 일이 있어 함께 산 길을 오르는데 이것이 야생 더덕이라며 손으로 더덕을 가리키는 것이 아닙니까? 하지만 더덕의 모양을 모르니 한눈에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어떤 것일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가리키는 손끝을 보니 덩굴나무 순처럼 보이는 것이 있습니다. '아 이것이 더덕이구나' 싶어 가까이 다가가니 손으로 건들면 향기가 난다고 해 '톡' 치고 냄새를 맡아보니 더덕 특유의 향기가 진하게 퍼집니다.
야생 더덕은 10년을 커도 손바닥보다 크기 어렵다고 합니다. 숲이 아직은 풀이 많지 않아서 더덕이 잘 보이는 것 같습니다. 주변에도 몇 뿌리가 보입니다. 더덕도 한 곳에 무리 지어서 자라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한 번에 많이 캤다라는 말을 했던 것 같습니다.
더덕 옆에는 야생 취나물이 보입니다. 지리산에는 취나물이 꽤 많은 편입니다. 취나물은 재배한 곳과 한 발만 떨어져 야생에서 자라도 그 향과 맛이 천지 차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재배한 것만 판매하는 곳에서는 야생의 것을 팔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야생의 것을 맛본 사람은 재배한 것을 쉽게 구별하고 맛도 없다고 항변하기 때문이라는데 도공이 최고의 도자기를 깨버리는 이유와도 닮아 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야생취나물을 조금 뜯어왔습니다. 집에 돌아와 쌈을 싸서 먹어보니 지리산의 향기가 그대로 묻어나는 것 같습니다. 더덕은 너무 작아서 맛을 보지 못한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지리산의 취나물만 먹어도 맛있는 저녁 식사가 되었습니다.
야생더덕을 이제서야 알고 나니, 어렸을 때 "서울 사람들은 벼도 모르고 쌀밥을 먹는다"고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어떻게 자신이 매일 먹는 쌀이 벼에서 나는지도 모르고 옆에 벼가 자라고 있어도 이것이 벼인지 잡초인지 구분을 못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기가 막혔던 것입니다.
매일 더덕을 먹지는 않지만 그래도 지리산을 지척에 두고 살면서 더덕도 모른다는 소리를 듣지 않게 되어 지리산에 사는 사람으로써 좀 체면이 선 것 같습니다. 더덕도 모르는 사람에서 탈출했으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