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들은 순진한 농민들을 속였습니다. 주정용이라고 하던 그 수입쌀들이 전국의 양곡 창고로 분산, 보관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분산 수용하려던 쌀 중 일부인 260톤은 경남 함안에 있는 한 창고로 올 예정이었습니다. 2005년 12월에 창고업자와 이미 계약까지 한 상태였지요.
그런데 24일 밤 11시쯤 쌀을 창고로 몰래 내리다가 결국 농민들에게 들켰습니다. 밤에 '몰래 작업'을 했던 이유가 뭘까요? 그렇게 '몰래 작업'을 해야 할 일이라면 차라리 사오지 말지, 숨겨가며 이리 옮기고 저리 옮기면서 바쁜 농민들만 괴롭히고 있습니다.
트럭 기사의 말로는 "농민들이 이렇게 강하게 나올 줄을 몰랐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막으면 돌아가기로 했다"고 합니다. 이는 수입당국이 농민의 반발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말입니다.
심지어 나이 많은 한 농민은 "농사 짓는 일도 바쁜데, 이런 것도 다 해야 되고…" 하시며 한숨만 내쉽니다. 참으로 어이없는 일입니다.
농민들은 쌀을 실은 트럭 한 대를 함안군청 앞으로 끌고 와서 도로 위에 쌀을 뿌렸습니다. 시민들에게 보라고 뿌린 것이지요.
그러면서도 농민들은 아무리 다른 나라에서 온 쌀이지만 이렇게 함부로 대하는 것이 마음에 걸리나 봅니다. 그 나라에서는 힘들게 농사 지은 쌀일 텐데, 왜 우리나라로 와서 이렇게 천대를 받아야 할까요? 한 농민은 제게 와서 외칩니다.
"묵을 기 없어 굶는 사람들이 얼마나 쌔삣는디, 물을 거 많이 있는 나라에 못 포라서 이 난리를 허는기요? 차라리 굶는 나라에 주먼 될 꺼 아이요?"
이번에 중국산 쌀을 사 온 단체는 '농수산물 유통공사'(02-6300-1114)입니다. 당당하게 낮에 일하지 못할 거라면 그게 어디 정당한 일이겠습니까?
어제 초저녁부터 모인 농민들은 저녁밥도 먹지 못하고 이렇게 밤을 꼬박 새우고 있습니다. 25일 새벽 6시에 수입쌀을 실으러 온다 하기에 밤을 새우며 기다리는 것입니다. 수입쌀이 함안군에서 나가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이 나라, 대한민국에서 사라지는 것이 목적입니다. 꼼수를 노리는 농수산물유통 담당자는 함안에서 나가면 농민들이 좋아할 줄 아나 봅니다.
화를 삭이려고 들이붓는 막걸리와 소주는 화를 삭이기보다 기름이 되어 타오릅니다. 시간이 갈수록 경찰들도 모여들고 날씨는 추워집니다. 그래도 농민들은 떠나지 않습니다. '저런 개도 안 묵을 걸 뭐하러 지켜?" 하며 고함을 지르는 농민도 있습니다. 그래도 떠나지 않습니다. 함안이 아니면 또 다른 어딘가로 가져 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누가 저 농민들을 다시 들녘으로 보낼 수 있을까요? 누가 저 농민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요?
못자리를 하고, 하우스를 하고, 돼지를 키우고, 소를 키우는 농민들은 순수한 마음을 가졌습니다. 비가 내리면 비를 맞고, 햇살이 비치면 젖은 몸을 말립니다. 그렇게 살았던 농민들인데, 그렇게 밭둑에 자라난 잡초처럼 치이며 살았습니다.
하지만 이젠 참지 못하고 폭발했습니다. 아침이 되면 얼마나 많은 시련이 이슬을 말리려 올지 아무도 모릅니다.
덧붙이는 글 | 어제 밤부터 예고 없이 진행된 농민들의 수입쌀 저지 투쟁입니다. 밤 7시부터 시작되어 언제 끝날지 모릅니다. 들에서 일하다 소문을 듣고 달려온 농민들은 모든 걸 팽개치고 와서 밤을 지새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