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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하나가 내 몸에서 차지하는 중요도나 활용도는 어느 정도나 될까? 딱히 잘라 얼마다 말하긴 힘들겠지만, 적어도 평소 우리가 생각하는 것의 몇십 몇백 배쯤은 되지 않을까 싶다. 최근 잘 하지도 못하는 축구를 하다가 손가락 하나를 다친 내 지난 며칠간의 경험에 비춰보면 말이다.
내가 다친 손가락은 오른 손 검지손가락. 골키퍼를 본답시고 달려 들어오는 상대 공격수를 막다가 부딪치는 과정에서 잘못 손가락 하나가 뒤로 꺾이면서 부상을 입었다. 손가락이 찐빵처럼 부풀어올라 마디를 구부릴 수 없을뿐더러 옆 손가락과 마주 스치기라도 하면 만만치 않은 통증이 느껴질 정도였다.
다행히 주변 사람들의 조언을 받아 한의원에서 침을 맞는 등 응급처치를 잘한 덕분에 며칠이 지난 지금은 상태가 많이 좋아졌지만, 그 며칠간 겪은 고생은 손가락 하나라는 존재에 대한 내 생각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손가락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을 완전히 떨쳐버리게 됐다고나 할까.
한 번 가만히 생각해 보자. 오른 손 검지손가락 하나를 다쳐 못 쓰게 됐다고 가정했을 때 어떤 불편이 예상되는가를…. 모르긴 몰라도 그 정도 가지고 뭐 불편하면 얼마나 불편하겠느냐는 생각이 앞서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나 또한 직접 경험해 보지 않았다면 그 같은 물음에 대해 거의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경험자의 입장에서 봤을 땐 그건 천만의 말씀이다. 오른 손 검지손가락 하나의 존재와 역할이라는 건 우리가 평소 느끼는 것의 몇 십 몇 백 배쯤은 될 정도로 그 무게가 결코 만만치 않다.
예를 들어 오른 손 검지손가락을 다친 순간부터 나는 차 시동 거는 일 하나조차 변변히 해내기가 어려웠다. 평소엔 별 힘드는 줄 모르고 무심코 해오던 그 간단한 동작이 손가락 하나를 다치는 순간 고난도의 무엇이 돼 버렸던 것이다. 오른 손으로는 도저히 안 돼 왼 손으로 시동키를 돌려야 했기에….
밥 먹는 일도 쉽지가 않았다. 그나마 밥은 숟가락으로 떠먹는 거라 영향을 별로 받지 않았지만 젓가락질을 요하는 반찬 먹는 일은 거의 포크질 수준 이상은 하기가 힘들었다. 자연 손가락이 불편한 요 며칠 사이 반찬과 안 친해질 수밖에 없었고, 회사 식당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밥이라도 먹을 경우 허겁지겁 밥과 국만 겨우 먹기 일쑤였다.
이밖에도 평소처럼 컴퓨터 키보드를 치려다 보면 손가락이 꼬이기 일쑤였고, 요즘 한찬 재미를 붙이고 있는 사진 찍기를 위해 카메라라도 들라치면 셔터 누르기도 쉽지 않았다. 이 경우들, 다친 검지를 대신해 중지손가락을 활용해 보곤 했지만 머리가 아닌 몸이 익힌 길 위에서 내 몸은 종종 균형을 잃고 헤매곤 했다.
다친 손가락 하나로 인해 이렇게 생활 속에서 크나 큰 불편을 겪으면서 나는 당연하게만 여겨왔던 건강한 내 몸 구석구석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아보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됐다. 좀 못 생기고 상대적으로 허약한 팔 다리를 가졌다고 불평불만을 갖곤 했던 게 부끄럽게 여겨질 정도로….
그리고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 대해 앞으론 좀 더 배려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손가락 하나가 잠시 겪은 장애가 이러할진대 더 큰 장애를 평생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 것인가 하는데 뒤늦게 생각이 미친 까닭이다.
갖지 못한 것들보다는 현재 내가 갖고 있는 작고 소중한 것들에 감사하고, 더 많이 가진 사람들을 동경하고 부러워하기보다는 나보다 덜 가진 사람들을 돌아보고 배려하며 함께 살아간다면 우리 사는 세상이 지금보다 조금은 더 살만해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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