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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핏빛 선명한 동백꽃이 툭툭 떨어져 있다.
ⓒ 유창하
상하이에서 봄철 들꽃이 개화하는 시기인 지난 토요일 상하이에서 학교를 다니는 초등학생 아이들과 부모들이 함께한 가운데 상하이(上海) 쑹장취(松江區) 서산(佘山) 봄 들꽃 탐사를 다녀왔다.

상하이 교민사회에서 들꽃 관찰을 공개적으로 실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할 정도로 야생 들꽃에 대한 애정이나 인식이 부족하다.

아예 들꽃이란 단어가 이곳에서는 너무나 생소한 단어로 비쳐질 정도로 들꽃사랑은 전무하다. 기껏해야 화단 조성 꽃장식이나 꽃꽂이가 있을 뿐이다.

상하이 서산은 90m 높이의 최고 산

▲ 서산90m 정상에 우뚝 서있는 서산성당
ⓒ 유창하
서산이란 곳은 과거 동한(東漢) 때 서 장군(佘 將軍)이 살았던 지역인데 장군의 성을 따 산 이름에다 붙인데서 유래한다.

서산은 도로를 경계로 서서산(西佘山)과 동서산(東佘山)으로 나누어진다. 들꽃 관찰은 서산성당이 자리 잡고 있는 서서산이 좋다. 왜냐하면 서서산이 성당 때문에 개발의 손길이 덜미쳐 자연환경이 좋은 편이기 때문이다.

청나라 강희(康熙) 때 강희제(康熙帝)가 강남지역을 순회하다 서산에 들렀던 적이 있는데 이때 산속 죽순에서 은은한 난향이 나왔다고 해서 한동안은 이곳을 난주산(蘭竹山)이라 부르기도 하였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서산에는 대나무 밭이 무성하며 봄철에는 죽순이 솟아나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이곳 서산 주요 볼 거리는 개화기 근대에 세운 상하이 인근 강남지역에서 유명한 서산성당이 있고, 중국 최초의 천문대인 서산천문대와 천문대박물관이 있다. 그밖에 수련자탑 등 크고 작은 유적들이 있는 국가지정관광지구이다.

서산 들꽃을 찾아서

▲ 노란색 민들레 한송이가 방긋 얼굴을 내밀고 있다.
ⓒ 유창하
지구에는 37만 종이 넘는 식물이 있다고 한다. 이곳 상하이에서도 수많은 야생식물이 발견된다. 쉽게는 집 근처 아파트 단지 정원에서 보리뺑이, 민들레 등을 쉽게 발견할 수 있고, 도로 시멘트의 갈라진 틈새에서 싹을 틔워 살아가는 방가지똥 같은 생명력이 강한 길가에 피는 식물도 관찰된다. 물이 흐르는 하천가에서 마름, 개구리밥 같은 수생식물도 쉽게 발견된다.

이번에 상하이에서 유일한 산에 속하는 90m 높이의 서산을 오르며 제법 많은 봄철 들꽃을 관찰할 수 있었다. 중국에서 어떤 이름으로 불리는지 정확히 모르지만 한국 야산에서 찾아보았던 들꽃 이름을 유추하며 서산에서 자라고 있는 들꽃을 관찰하였다.

▲ 등대 모양을 한 등대풀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 유창하
서산에 도착하니 오르는 길가에는 모양이 등대처럼 생겼다고 이름이 붙여진 등대풀이 보인다. 등대풀 모양은 상하이에서도 변함이 없다. 다만 등대풀이 군락을 이루고 자라는 게 조금 다를 뿐이다. 잎이 층을 이루어 피어난다고 붙여진 층층이꽃이 군락을 이루어 자라고 있다. 이 꽃 역시 생김새가 다르지 않다. 생명력이 질긴 독초에 속하는 돼지풀이 여기서도 많이 보인다.

서산성당 올라가는 산길을 따라 서산을 오르기 시작하자 상쾌한 공기가 코끝에 와 닿는다. 시원한 공기를 들이마시니 속이 맑아지는 느낌이 들고 기분마저 상쾌해진다. 늘어나는 차량으로 공기오염이 심해지는 시내의 탁탁한 공기와 완연히 다름을 느낀다. 그래서인지 서산 주변에 부자들의 별장들이 하나둘 생겨난다.

산을 오르며 들꽃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산 정상에 오르면 천문대와 성당 구경하느라 시간을 많이 빼앗길 것 같아 산을 천천히 오르며 들꽃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들풀들은 키가 작아 산을 오를 때 낮은 자세에서 관찰해야 잘 보인다.

죽순과 제비꽃, 보랏빛괘불주머니, 괭이밥이

▲ 제비꽃
ⓒ 유창하
산책로를 따라 숲속에 들어서니 좌우로 제비꽃이 여기저기 피어 있다. 제비꽃 종류 만해도 수십 종에 이를 정도로 종류가 많다. 하지만 이곳 서산에서는 꽃잎이 크고 줄기에 털이 달린 털제비꽃처럼 보이는 제비꽃이 보라색 꽃을 피우고 있다.

▲ 대나무 숲에서 새순이 벌써 자라 쑥쑥 크고 있다.
ⓒ 유창하
대나무 숲도 많이 조성되어 있다. 대나무 숲에 들어서니 봄 죽순이 대지를 뚫고 솟아나고 있다. 죽순은 엄청 빠른 속도로 자라 일주일 만에 어린이 키만큼 자라기도 한다. 가끔 중국 음식점에서 맛보는 죽순이 생각난다. 죽순은 반찬 재료로도 많이 활용된다. 심지어 죽순으로 만든 떡볶이도 있다.

대나무 아래를 바라보니 보라색 제비꽃이 많이 피어있다. 잎이 커다란 괭이밥이 작은 분홍색 꽃을 자랑하듯 내밀고 있다. 괭이밥 잎이 이렇게 큰 건 처음 본다. 또 제비꽃 틈새에서 민들레 노랑꽃 한 송이가 얼굴을 쫑긋 내밀고 있어 대나무와 더욱 어울려 운치를 더해준다.

▲ 보랏색 자주괘불주머니
ⓒ 유창하
산책로를 따라 걸어가니 보랏빛괘불주머니와 보라색 물풀류도 눈에 들어온다. 높지 않은 산이지만 아직 이곳 사람들의 야생 들풀에 대한 관심이 적어 사람의 발길이 숲속으로 닿지 않아 들꽃들이 훼손되지 않고 제법 자연모습 그대로 잘 자라고 있어 여간 다행스럽지 않다.

▲ 양지바른 곳에 자라는 양지꽃이 무더기로 피어 있다.
ⓒ 유창하
서산 정상 입구에 있는 서산천문대 대문에 도착하니 양지바른 곳에 자라는 키가 나지막한 양지꽃이 특유의 노란 형광 색깔을 반짝이며 탐사일행을 반긴다. 천문대 담장에는 중국개나리가 길게 늘어서 있어 웨딩촬영에 따라 나선 예비 신혼부부들이 카메라 촬영기사의 요구에 따라 다정한 포즈를 바꾸어가며 정겨운 모습을 하고 있다.

서산천문대 뜰에는 선운사 핏빛 동백꽃이

천문대 박물관의 천문기기들을 잠깐 구경하고 천문대 정원으로 나서니 핏빛 동백꽃이 눈에 확 들어온다. 상하이 아파트 정원에서 보어오던 화단조성용 개량종 중국 동백꽃이나 일본 동백꽃이 아닌 한국의 선운사에서 보았던 핏빛 선명한 '토종 동백꽃'이다. 동백나무 아래에는 꽃잎이 통째로 여기저기 떨어져 있어 동백꽃의 처절함, 비장함을 보여주어 가슴이 찡해진다.

▲ 핏빛 선명한 동백꽃
ⓒ 유창하
날씨가 제법 쌀쌀해서인지 아직도 떨어지지 않은 동백 꽃망울들이 있다. 올해 겨울추위가 늦은 4월까지 지속되는데다 이곳도 명색이 산이라 동백꽃이 일찍 지지 않은 것 같다. 이곳 동백꽃을 보노라니 거제도 동백꽃 보호지역의 동백과 선운사 경내의 동백꽃을 보는 것만 같아 고향에 온 듯 기분이 좋다.

천문대 정원을 지나 백여 년의 전통을 지닌 웅장한 건축물인 서산성당을 구경하고 성당 신도들의 예배 드리는 모습을 뒤로 하고 발길을 돌려 산길을 따라 내려오니 냉이 캐는 중국 아주머니들이 군데군데 고개를 숙이고 나물을 열심히 캐고 있다.

▲ 서산에서 봄 냉이를 캐는 중국 아주머니들
ⓒ 유창하
십자화과에 속하는 냉이는 5월에 흰 꽃을 피우는 식물로 봄에 여린 잎과 줄기를 데쳐서 나물로 먹기도 하지만 냉이국을 만들어 먹으면 향긋한 특유의 냄새와 맛으로 입맛을 돋게 한다. 봄나물의 대표적 식물 종이다. 중국 아주머니를 따라하다 냉이 두개를 발견하고 캐어 보았다. 냉이 냄새가 향긋하다.

상하이 유일산인 서산의 천문대와 성당을 탐방하고 서산에서 자라는 봄철 들꽃을 관찰하는 이번 탐사를 마치면서 지난 시절 한국의 야산을 찾으며 들꽃을 탐사했던 기억이 새삼스럽게 떠올라 묘한 여운이 남는다.

산이 없어 삭막한 상하이이지만 시내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가까운 곳에 위치한 서산이나마 자주 들러 봄여름가을 계절 따라 피고 지는 아름다운 들꽃을 관찰하며 자연사랑 이야기, 들꽃 이야기를 상하이 거주 어린이와 학부모들에게 알려주는 기회를 자주 가져야겠다는 다짐을 하여본다.

이날 관찰한 들꽃들을 과연 중국이름으로 뭐라고 부르는지도 궁금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중국인들에게 한국의 들꽃사랑 메시지를 전달하는 야생화 전령사가 될 수도 있다는 기대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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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오랜 기간 오마이뉴스에서 쉬었네요. 힘겨운 혼돈 세상, 살아가는 한 인간의 일상을 새로운 기사로 독자들께 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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