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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봄 햇살이 섬진강에 가득합니다. 강변 논에는 하나둘 피기 시작했던 자운영이 한 가득 피었습니다. 논에 살던 자운영 씨앗이 비를 타고 흘러들었는지 섬진강에도 한두 송이씩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자연은 누구에게나 자리를 내어 줍니다.
봄 햇살이 따뜻하기 때문일까요? 섬진강이 순한 새색시처럼 착해 보입니다. 섬진강은 격류가 있는 것도 아니요, 갑작스럽게 휘어져 당황스럽지도 않습니다. 섬진강은 자연 그대로 유유자적합니다. 느린 듯 부드럽게 휘어지고, 곧장 흐르다 다시 느려집니다. 강은 직선으로 시선을 끌고 곡선에서 사람들을 품어 여기 저기 마을을 만들고 함께 어울려 살아갑니다. 강 넘어 집을 지을 수 있는 곳이면 어김없이 마을이 있고 그 마을에는 강을 닮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것입니다.
구례에 흘러들어 처음 만나는 섬진강과 지리산은 오래된 연인이라도 되는 듯 다정해 보입니다. 강에서 보면 산은 강의 배경이 되고 산에서 보면 강은 산의 배경이 되어 줄 것입니다. 구례에서 지리산을 만난 섬진강은 저 멀리 하동을 넘어서기까지 손을 놓지 못하고 지리산과 함께 흘러갑니다.
그러나 만남에는 항상 헤어짐이 존재하는 법이죠. 강은 바다로 흘러 이별의 슬픔을 소멸로 해방시킵니다. 그러나 뒤돌아보면 강과 산을 그대로 존재합니다. 인간의 눈에만 한 세상이고 한 목숨이며 이별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산과 강에게는 한 세상도 한 목숨도 이별도 없는 듯합니다. 그저 오랜 시간 스스로 존재했던 것이고 존재할 것입니다.
눈을 낮추어 보니, 강 물 낮은 곳에는 소금쟁이들이 봄날의 소풍이라도 나온 듯 함께 모여 분주합니다. 저처럼 봄날을 즐기는 것일까요? 소금쟁이의 모습을 본 지도 참 오랜만입니다. 시골 동네 개울엔 어김없이 있던 놈들인데 말입니다. 이 놈들 한 번 못 볼 만큼 바쁘게 살았던 것일까요?
고개를 돌려 17번 국도를 보니 씽씽 거리는 차들로 분주합니다. 자가용, 트럭, 트레일러 온갖 차들은 무엇인가를 행해 달려갑니다. 목적이 무엇인지 알 수 는 없지만 섬진강을 만나시거든 잠시 차를 세워 강처럼 잠시 여유를 가져 보면 어떨까요?
오늘은 참 '봄스러운' 날입니다. 이런 날은 하루 종일 봄빛에 취해 섬진의 강변을 걸어도 좋을 듯합니다. 꽃을 보고 섬진강을 보고, 지리산을 보고, 나를 돌아보며 걷는 다면 어느새 행복해지는 법을 배우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