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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매화향 은은한 찻잔
ⓒ 한지숙
흙 주물러 그릇 빚는 이야기를 꺼낸 요즘은 바느질 짬짬이 흙이 떠오르고 그릇들이 떠다닌다. 도예 이야기를 시작했더니 사람들의 반응도 다양하다.

“염색만 하는 줄 알았는데 도예까지요?”
“전은 무엇이고 굽은 또 무엇인가요?”
“한 가지만 하지...”

▲ 첫만남, 머그잔
ⓒ 한지숙
나의 첫작품은 머그(mug)잔이다. 도예를 시작하는 사람들 누구나 한번쯤은 첫만남을 가졌을, 울퉁불퉁 뱀 허리 같은 굴곡을 참 어렵게도 이어올린 ‘흙가래 성형’(코일링기법 : 흙가래를 손으로 굴려 길게 만든 다음 원하는 모양으로 그 위에 켜켜이 말아 올리는 방법)으로 만든 컵.

따로 손잡이를 달지 않고 몸통의 양쪽 허리쯤의 가운데를 엄지와 중지로 살짝 눌러주어 컵을 잡았을 때 편안하게 손아귀에 안기는 모양새다. 유광으로 처리해 번쩍거리는 것이 눈에 거슬릴 뿐 서툰 대로 정감도 있고 첫정이 듬뿍 들어 자주 꺼내 쓴다.

▲ 초 꽂이가 너무 투박해 향초를 올바로 꽂지 못했다.
ⓒ 한지숙
‘전’과 ‘굽’ 이야기를 하면 도예 전문가들께서 코웃음 칠지 모르지만 맛보기만 살짝 들여다보자. 작업하면서 가장 힘들게 건넌 과정이었고, 아직 그 깊은 맛도 다 모른 채 이렇게 말로만 설명할 뿐이지만 내가 경험한 나름대로 간단히 그 의미를 붙여본다.

‘전’은 그릇의 주둥이이고 ‘굽’은 전체를 받쳐주는 엉덩이 부분이다. 굽의 앉음새에 따라 안정감 있고 편안한 그릇으로 태어나기도 하고 조금씩 다른 모양으로 치장을 보태면 작가들의 작품처럼 근사한 탄생을 하기도 한다.

전도 그러하다. 찻잔이나 컵 등 입에 직접 닿는 부분은 특히 신경을 써서 깔끔하게 마무리해야 하고 항아리나 오지그릇 등의 다소 투박한 멋을 표현하고 싶다면 굵거나 구불구불한 손맛으로 그릇 전체의 그림에 맞게 표현하면 그릇의 분위기가 한결 색다를 것이다.

▲ 장작가마에 불 지피던 날
ⓒ 한지숙
어떤 그릇(그릇만을 말하는 건 아니지만)을 만들어야겠다는 그림이 그려지면 어림짐작으로 그만큼의 필요한 흙을 떼어낸다. 실수로 떨어져나갈 양을 포함하여 구웠을 때 줄어들 것까지 염두에 두고 말이다.

흙을 고루 주물러 바람을 빼주는 손질부터 밀대를 이용해 바닥을 고르게 펴 주는 일, 원하는 모양새로 도려내는 일, 코일링으로 한다면 또 그 모양만큼의 흙을 떼어내 국수 말 듯 고르게 둥글려 그릇을 빚기 시작한다.

▲ 나의 식탁을 꾸며줄 그릇을 빚고 싶다
ⓒ 한지숙
많은 시간 공방을 쫓아다니긴 했지만 그 투자한 시간만큼 풍족하게 누려보지는 못했다. 흙 주무르는 것조차 손에 익기까지 더디 흐르는 시간이 답답해 요령을 피우기도 했고, 어떻게 하면 좀더 쉽게 좀더 편하게 빨리 만들까 과정을 대충 생략하여 어설픈 결과로 빚어지기도 여러 차례.

구멍 숭숭 뚫린 촛대 하나 빚어 찻잔과 차받침이 어우러진 나의 다실을 그려본다. 촛대 사이로 잔잔한 빛이 흐르고, 향 하나 오롯이 타들면 이 봄밤에 무엇이, 어느 누가 부럽겠는가.

덧붙이는 글 | 초보의 '그릇 빚기'입니다.
경험한 이야기를 풀어본 것이므로 
잘못 이해하는 부분이 있을까 염려됩니다.
수공예 작업을 하는 많은 분들께
누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조간경남'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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