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교육공약 발표를 위해 국회 기자회견장에 들른 강 후보에게 쏟아진 질문은 오세훈 후보, 이명박 현 시장과 관련한 것들이었다. 강 후보는 기자들에게 "교육 공약에는 관심 없으세요(웃음)?"라고 농을 던지며, 정책 승부의 의지를 보였다.
자신이 가장 중점을 두는 분야라며 '교육시장 강금실'을 내세워 그 동안 서울시가 투자했던 교육비의 10배에 해당하는 연간 5천억원의 교육 예산을 편성하겠다는 파격적인 공약을 내세웠다.
강 후보는 ▲사교육비 절감에 2500억 ▲강남북 교육격차 해소에 2000억 ▲평생학습과 직업훈련 확대에 500억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특히 강남북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강북 지역을 중심으로 자치구별 1개 이상의 '거점 명문고'를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강 후보는 '귀족학교'라 불리는 자립형 사립고에는 분명한 반대의 뜻을 드러내며 평준화의 틀은 유지하되 상향 평준화가 될 수 있도록 교육부와 협의해 제도를 바꾸고, 서울시는 예산을 대폭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학벌주의'가 교육을 망친다는 인식 하에 강 후보는 서울시와 산하기관 등 전 기관에 인력채용시 학력요건을 완전 폐지하겠다는 공약도 내놨다.
"이명박 시장, 청사 건립 두 달 연기해 달라"
이명박 시장이 진행해온 사업에 대해 '계승할 건 계승하고 고칠 건 고치겠다'는 기조를 밝혀온 강 후보는 보다 예각화된 입장으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강 후보는 서울시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서울 신청사 건립, 뉴타운 사업, 오페라하우스 등에 대해 "정책은 연속과 승계가 원칙이지만 잘못된 것은 과감히 고치고 수정해서 승계하는 것이 맞다"며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단호한 의지를 보였다.
서울 신청사에 대해서는 "이미 조순·고건 전 시장이 용산 이전을 확정했는데 이명박 시장 때 와서 왜 변경되었는지 정당성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며 "연속성 면에선 오히려 용산 이전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오세훈 후보가 이전비용 등을 문제로 지적하는 것에 대해 "현재 시청 땅값이 평당 5천만원"이라고 일축했다. 아울러 강 후보는 "광화문 성곽을 복원하고 '시민광장-남대문-남산-용산- 관악산'으로 이어지는 역사관광문화벨트를 조성하자는 게 저의 공약인데, 유적지 옆에 시청이 들어서면 모든 게 어그러진다"고 "지금 자리에 짓는 것은 절대 반대"라고 말했다.
다만 강 후보는 "신임 시장이 마음대로 정할 것은 아니고 시장이 되더라도 시민들의 의견을 거쳐서 결정을 하겠다"며 "공사를 최소한 두 달은 연기했으면 좋겠다"고 서울시에 요구했다.
"지지도 격차, 본선 들어가면 역전 가능하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 강 후보는 여러 가지 달라진 면모를 보였다. 차별화에 대한 강한 의지다.
오 후보의 네거티브 선거를 하지 말자는 제안에 대해 "굉장히 기쁘게 받아들인다"면서도 "그건 내가 먼저 제안했고 그 덕분에 한나라당의 (나에 대한) 네거티브 선거가 상당히 가라앉았다"고 꼬집었다.
또한 이계안 예비후보가 '강금실-오세훈 이미지가 비슷하다'며 열린우리당이 전략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경선날 보시면 알게 된다, 내가 압승할 자신이 있다"고 상기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울러 오세훈 후보와의 지지도 격차가 벌어지는 것에 대해 "아직은 심각하게 생각 안 하고 있다, 본선에 들어가면 역전이 가능하다"며 "리더십·능력 등 개인 자질이나 서민을 위한 개혁·강남북 격차 해소 등 정책에 있어서도 상당한 차별성이 드러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오 후보의 보안사 복무 전력에 대해서도 "네거티브 선거냐 아니냐를 떠나서 우리의 어두운 과거와 관련된 부분이라 거론되어야 한다"며 "다만 우리 내부적으로 조사된 게 없으니 오 후보 쪽에서 정리할 문제"라고 공을 던졌다.
가늘고 빨랐던 말투도, 크고 또렷하게 달라졌다. 이에 대해 강 후보는 "지난 20일 동안 선거라는 새로운 문화권에 와서 학습 속도가 매우 빠른 학생으로 칭찬받고 있다"며 "우리당의 지구당 경선, 구청장 경선 다니면서 연설을 몇 번 했더니 내 안의 소질들이 나오고 있다"고 웃어 보였다.
회견이 끝난 뒤 재빨리 사라지던 태도도 바꿨다. "또 악수, 또 악수…"라며 장난기 섞인 태도로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한 뒤 언론사별 부스에도 들러 인사를 나누는 등 언론과의 접촉면을 넓히려는 의지를 보였다.
강금실 캠프의 한 핵심관계자는 "'오랫동안 기다렸다, 한 번 제대로 해보자'는 분위기"라며 오세훈 후보와의 일전에 상기된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