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9월 영국에서 숨진 유학생 고 이경운(당시 17세)군의 유가족 대표이자 부친인 이영호씨는 지난 26일 주영대사관을 방문해 지난달 23일 영국 현지에서 실시된 국과수 부검 소견서를 수령했다.
4월 13일자로 작성된 국과수 부검서에는 "두개골 골절, 다발성 늑골 골절, 골반골 골절 등 전신에 광범위한 손상"을 지적하며 "이런 외상은 교통기관을 제외하고는 그 원인을 제시하기 어렵다"는 소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부검을 집도한 김윤신 박사는 부검 직후 언론을 상대로 한 부검 결과를 브리핑하는 자리에서도 위와 유사한 소견을 내놓은 바 있다.
한편 유가족대표 이영호씨는 "이번 국과수 부검서와 영국측 1차 부검서 내용 중 다른 부분도 있고 변호사와 상의할 사항이 많다"며 영국 당국에 맞설 기본적인 절차를 거치기 이전까지는 왈가왈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영국 당국은 이경운군이 대형 통학버스에 치여 역과되며 현장에서 즉사한 단순 교통사고로 사망했다고 결론내렸으며, 유가족측은 시신 공개를 거부하는 등 사망 초기부터 벌어진 여러 의심스러운 상황 속에서 단순 교통사고가 사망원인이라는 데 쉽게 동의할 수 없었다.
유가족은 6년여 동안 장례를 거부하고 시신을 냉동 보관한 채 객관적인 진실 규명에 매달렸다.
지난해 9월 해외 국정감사 당시 주영한국대사관측은 사망 초기 대사관측의 초동 대응이 미흡했음을 유가족에게 사과하며, 국과수 부검단이 영국 현지에서 이군의 시신을 재부검할 수 있는 절차를 밟아 나가기 시작했다.
올해 초 영국 의료 위원회가 국과수의 영국내 의료 행위를 승인하며, 3월 23일 김윤신 박사가 집도하는 국과수부검단이 엘리자베스 여왕 모후 병원(켄트 마게이트 소재)에서 이군 시신의 2차 부검을 실시했다.
부검 소견서를 수령한 이씨는 "사건이 종결된 것이 아니라 이제야 비로소 진실을 밝히는 첫 발을 뗀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국과수 부검서를 영문으로 번역하고 법적 효력이 있도록 공증을 거치고 영국 당국이 발행한 1차 부검서, 사건 관련문서, 증거와 비교 검토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밝혔다.
덧붙여 이씨는 경운군 시신 매장도 위와 같은 과정을 거친 후에나 논의될 수 있다는 것이 변호사의 견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