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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 시설이 좋지 않아 실내는 어둡습니다. 승강장에서 피우는 담배연기가 대합실 안에까지 번져 오고, 청소는 언제 했는지 불쾌한 냄새가 코를 자극합니다. 대합실이 불편한 승객들은 대합실 바깥에서 서성입니다. 어른들이야 그렇다 치지만 아이들은 갈 곳이 마땅치 않습니다. 아이들과 노인, 그리고 장애인들에 배려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습니다.
버스 시간표는 너무 높이 매달려 있고, 알아보기도 쉽지 않습니다. 버스 터미널에 올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매표소의 구멍 뚫린 유리 칸막이는 없앴으면 좋겠습니다. 안내하는 사람이 따로 없는 터미널에서 표를 파는 직원에게 행선지를 물어 보는 사람들이 꽤 많은데, 직원과 승객 사이를 저렇게 가로막을 이유가 있을까요?
터미널 시설이 이 정도인데 버스 안의 사정이라고 별반 다르기야 하겠습니까. 덥지나 않을지, 난폭운전으로 아이들이 놀라지나 않을지, 걱정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버스를 타고 오라고 한 게 후회가 됩니다. 시간이 걸리고, 비싼 기름을 길바닥에 버리더라도 차라리 집에 가서 차로 함께 움직이는 게 마음은 더 편할 뻔했습니다.
불편한 마음 애써 누르며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뜻밖의 모습이 눈앞에서 펼쳐집니다. 버스가 도착하자마자 운전기사 님이 버스에서 먼저 내리더니 짐칸의 짐을 꺼냅니다. 그런 후 문 앞에 서서 손님이 내릴 때마다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합니다. 어린아이가 내릴 때는 손을 잡아 주기도 하고, 짐을 들고 내리는 손님이 있으면 짐을 들어주기도 합니다. 기사님들의 인사는 마지막 손님이 내릴 때까지 이어집니다.
이제까지의 불편했던 마음은 눈 녹듯 사라졌습니다. 운전 기사님이 손님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 운전하는 동안 어떻게 했을지도 짐작이 갑니다. 분명 안전운전 하며 왔을 테고, 손님들에게 불편한 점 없는지 꼼꼼히 챙겼을 테지요.
몇 대의 차가 더 들어오는 동안 지켜봐도 대부분의 기사님들이 손님을 깍듯이 대합니다. 회사에서 그런 지침을 내렸는지, 아니면 기사님들이 자발적으로 그렇게 하시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렴 어떻습니까. 제 가족을 정성껏 대해 주는 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드디어 제 아내와 아이들이 탄 차가 도착했습니다. 먼 길 오느라 피곤할 텐데도 표정이 밝습니다. 저를 발견한 아이들이 먼저 달려와 품에 안깁니다. 아내도 차 놔두고 버스로 움직이게 된 것에 대해 불평하지 않습니다.
오래 된 시외버스 터미널의 시설이 낡은 것은 개 보수 내지는 따로 신축하기 전까지는 어쩔 도리가 없을 겁니다. 청소 자주 하고, 편의시설 좀 더 보충해서 승객들의 불편을 조금씩 줄여 나가는 수밖예요. 하지만 거기서 일하는 분들이 승객을 친절하게 대하는 것은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겠지요. 다 내 가족이라 생각하고 조금만 더 신경 써 주면 좋겠습니다.
승객들은 그 친절에 감동하여 다음에도 다시 버스를 이용하게 될 겁니다. 저희 가족이 앞으로 버스를 자주 이용하리라 마음먹은 것처럼 말입니다. 제 가족을 친절과 안전으로 대해 주신 기사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