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칠레산 거봉 포도는 1kg에 9천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그에 반하여 국내산 거봉 포도의 경우 3~4만원이다. 이처럼 가격 차이가 큰 것은 한-칠레 FTA와 칠레가 남반구에 있어 우리와 계절이 반대이기 때문이다. 즉 우리의 겨울이 그들의 여름이다보니 국내 생산 농가가 하우스에서 높은 기름값과 씨름하며 생산하는 것과 달리 칠레는 단 한 방울의 기름도 들지 않아 가격 경쟁이 되지 않는 것이다.
칠레는 과일수출 최강국인 나라다. 남반구 과일 수출 1위인 나라가 바로 칠레다. 또한 세계 포도 수출 1위이며, 사과 2위·배 3위·키위 4위·복숭아 5위의 과일 강국이다.(한국 농촌경제 연구 자료집) 그런 칠레와의 FTA는 농가 피해는 당연한 것이었다.
당시 정부는 포도를 FTA지원사업으로 확정하고 비가림재배(포도가 비를 맞지 않도록 씌워주는 일종의 우산) 시설에 정부보조와 유통센터를 건설 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그러나 천안 입장면에서 6000평에 과수원에 13년간 거봉을 재배한 박씨에 따르면 "비가림재배시설의 경우 평당 경비가 6~7만원 선인데 정부 보조가 많아야 50% 전후인 상황에서 농민들이 3~4만원을 투자해 비가림 시설을 하는 것은 또 다른 부채를 얻는 결과일 뿐"이라며 "지금은 포도 재배에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 그만둘 것인지를 결정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즉 유통센터나 보조자금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수입 저지가 필요한 상황인 것이다.
최근 박씨가 사는 연곡리는 거봉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어 재배농가가 24농가에서 13농가로 줄었다고 한다. 그나마 하우스 재배로 승부를 걸었던 농가조차 껍질을 벗겨먹는 칠레산 거봉포도가 수입되자 진퇴양난의 늪에 빠져 버린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한미 FTA까지 실시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현재 칠레산 포도의 경우 우리가 본격적으로 포도를 수확하는 8~9월은 남반부라는 계절적 요인과 11월에서 이듬해 4월 사이에만 관세를 낮추는 '계절관세'를 부과하고 있어 노지 재배를 하는 농가는 그나마 약간의 숨통이 남아 있는 상태다.
그런데 한미 FTA가 체결되면 우리와 기후 변화가 같은 미국산 포도 수입이 증가하여 겨울엔 칠레에 여름에는 미국에 눌려 포도 재배 농가는 그 마지막 설 자리까지 빼앗겨 버리게 된다. 미국은 세계 포도 수출 3위이며 국내는 칠레의 이어 2위 수출 국가다.
농산물 수입은 국민의 신선한 농산물 선택권을 빼앗는 정책이다
칠레 포도가 국내 식탁에 오르기까지 최소 50일 이상 소요된다고 한다. 냉장보관을 해서 수입한다고 하지만 국내 포도와는 신선도에서 비교 할 수 없다. 과일 맛은 신선함에 있다. 농산물의 경우 유통 단계가 늘어날수록 신선도가 떨어진다.
가장 유통 단계가 복잡한 수입 농산물은 가장 신선하지 않은 농산물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수입 포도의 꼭지가 말라 있는 것은 그런 이유다. 결국 정부의 농산물 수입은 국내 생산농가를 몰락하게 하여 국민들이 신선한 농산물을 먹을 자유를 빼앗는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경남에서 몇 년간 친환경 농업을 하는 장씨는 정부에서 수입에 대비해 친환경 농업을 권장해 지난 몇 년간 친환경 농업을 해지만 수익성에서 별다를 차이가 없고, 작년의 경우 판매가 부진해 결국은 포도즙으로 가공했는데, 그나마 판매가 부진한 상황이라고 한다.
또한 "정부에서 보조해주는 비가림 재배 시설을 하면 생산량이 증가하는데 생산이 늘면 가격을 더 큰 폭으로 떨어져 수익성이 오히려 떨어져 맞지 않는다"며 "농민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농사를 포기하는 길 뿐"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사라지는 포도밭을 지키는 일은 세 가지 뿐
포도를 지키는 첫째 방법은 농산물 수입을 중지하는 것이다. 둘째는 한미 FTA를 하지 않는 것이다. 셋째는 소비자들이 수입 농산물을 외면하는 것이다. 껍질을 벗겨먹는 칠레 포도로 인해 국내 농가들의 살림이 벗겨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농민들의 야윈 살림을 위해 무슨 대책이 있는지 묻고 싶다.
덧붙이는 글 | 당신의 소비가 세상을 바꾼다. '참거래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