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5월 2일. 본회의장 안만큼 긴박했던 바깥 풍경을 기록한 <오마이뉴스> 기자들의 취재수첩을 공개한다.
▲ [오후 2시] 한나라당은 철수, 열린우리·민주노동은 입장
- 안경률 한나라당 원내 수석부대표가 본회의장 안의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전원 퇴장'을 제안. 안 부대표은 본회의 시작에 앞서 재석 의원수를 맞춰줘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한나라당 의원들을 일단 철수시킴.
- 본회의가 끝난 뒤 열린 이재오 원내대표의 기자간담회에서 밝혀진 한나라당의 애초 작전은 "(회의장 밖으로 나와) 개별적으로 본회의장을 찾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을 몸으로 막겠다는 전략이었다"며 한나라당의 '재치'를 과시.
- 그러나 본회의 시작과 동시에 민주당 의원 6명이 들어와 버림. 또한 오후 1시 30분께 본회의장 문이 열리면서 보좌진의 보호 아래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이미 입장을 완료한 상태였음.
▲ [오후 2시 10분 전후] 손발 안맞는 한나라당
- 엉겹결에 본회의장을 나선 한나라당 의원들, 어리둥절. "(안경률 부대표가) 정족수를 채워주면 안 된다기에…"
- 안경률 부대표, 몰려든 취재진에 화들짝 놀라며 "반대하는 법안을 처리하는 데 앉아있을 수 없었다, 의사진행에 협조할 필요 없지 않냐"고 항변.
- "열린우리당+민노당으로 의결정족수 된다"는 기자들의 반박에, 식은 땀을 흘리는 안 부대표. "잠시만 정족수 확인 좀 해보겠다"며 보좌관의 도움을 요청했지만, 누가 알리오. 분명한 것은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공조로 이미 본회의는 시작됐다는 것.
- 이때부터 안절부절 못하는 한나라당. 한 쪽에서 안 부대표가 "하여튼 오늘 본회의는 전원 보이콧이다"고 말하던 도중 이재오 원내대표 등 한나라당 의원 20여명은 본회의장으로 돌진. "법안 통과된다는데 이러고 있을 수 없다!".
- 취재 기자들도 술렁이기는 마찬가지. "정족수가 얼마였는데?" "민주당은 왜 갑자기 들어갔대?" 자문자답 중.
- 민주당의 '돌발' 참석에 망연자실한 한나라당 지도부.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 이규택 최고위원. "현재 심정으로는 6월 국회도, 원 구성도 받아들일 수 없다. 의원 생활 몇 년만에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잽싸게 움직인 민주당에 탄식.
- 본회의장 맞은편 예결위회의장 문을 지키던 안 부대표, 한나라당의 애초 작전을 말한다.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이 먼저 본회의장에 들어가 잠복하고 있다가 문이 열릴 때 나머지 의원들이 쏟아져 들어가는, 일명 '트로이의 목마' 작전을 쓰려고 했다".
- 하지만 수적 열세에 부딪혀 어쩔 수 없었다는 것. 안 의원의 힘없는 한마디. "트로이의 목마가 다 타버렸네".
▲ [2시 30분] 본회의장의 의사봉 소리, 그리고 한숨소리
-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순식간에 법안 6개를 통과시키고 본회의장을 퇴장. 본회의장 문 앞에서는 보좌관들이 두 줄로 서서 박수로 의원들을 맞음. "수고하셨다" "박수 받을 만 하다"며 대만족.
- 본회의장에 남아있던 한나라당 의원들 맞은편 예결위회의장으로 직진. 박형준 의원의 넋두리. "열린우리당, 날치기당이 돼버렸다".
- 상기된 한나라당 의원들로 예결위회의장은 침울. 의원들 곳곳에서 "서있는데 꼬집혔다"는 토로에서 "OOO 열린우리당 의원 봤나, 나를 때리더라, 어이가 없다"는 울먹임까지.
- 예결위회의장을 지키고 있던 박근혜 대표. "다 끝난 것인데, 민주당은 참여 않는다고 했는데…"라며 말을 아낌.
▲ [2시 40분] 의원총회, 곧바로 비공개로 전환
▲ [2시 45분] 5분만에 끝난 한나라당 의총
- 박 대표의 퇴장과 함께 곧바로 문이 열리며 의총이 끝나버림. 이 원내대표가 "차후 논의하자"며 일단 봉합.
- 감정 조절 들어간 한나라당 의원들. 이규택 최고위원 "초선들 뭐했냐, 몸으로 좀 막았어야지". 김충환 의원 "오늘같은 날 이야기를 하면 감정적으로 나올까봐 이만 마친 것 같다".
- 의총을 마치고 국회를 나서는 동료 의원들을 바라보는 또 한 무리의 한나라당 의원들. 전날(1일)부터 한남동 총리공관을 사수했던 한선교, 김정부 의원들의 복귀.
▲ [오후 4시] 이재오 원내대표, 기자간담회로 상황 마무리
- 지도부를 향한 당내 불만 여부를 묻자 "사람들이 왜 말이 없겠나, 그러나 대세를 이루기에는… 글쎄요, 모르겠다"고. "내가 한 점 부끄럼없이 했다"고 강조.
- "사학법 재개정은 물론 해야 한다. 지방선거가 있는 5월 임시국회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렵고, 6월 국회로 넘기겠다".
- "기자 여러분들, 어제 밤부터 이런 꼴 보느라 고생 많이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