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2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평화누리에서는 북한 어린이를 돕기위한 어린이 평화축제가 열렸습니다. 어린이들이 직접 북한 어린이들을 돕기 위한 전국 최초의 평화축제였지요. 지난해 조성된 평화누리는 분단의 비극을 평화의 장소로 바꾸기 위한 생명, 평화, 상생의 정신이 깃들어 있는 곳입니다.
이날 행사에서 어린이들은 북한 어린이들에게 전달할 저금통으로 한반도 지도를 만드는 퍼포먼스를 진행하며 북녘 어린이와 어린이날을 함께 하기를 기원했고, 또 북한 어린이들에게 보내는 편지와 그림을 준비해 와서 편지를 읽은 뒤 만국기를 만들어 즉석에서 깃발 전시회를 가졌다고 합니다. 당일 행사에 참석하지 못한 저는, 신문에서 기사를 접하고 어제 그곳을 다녀왔습니다.
국제구호단체 월드비전이 한달 전 서울과 경기지역 유치원으로 사랑의 빵 저금통을 보내 아이들이 한푼두푼 모은 성금으로 함경북도 개마공원 씨감자 생산사업을 지원, 굶주리는 북한 어린이들에게 양식을 제공한답니다.
"어린이날이라고 우리끼리만 즐거울 수 없잖아요. 북한에 있는 친구들도 우리처럼 활짝 웃었으면 좋겠어요"라고 어느 유치원생이 노란색 저금통으로 탑을 쌓으며 말했답니다.
그곳에 가보니, 제일 먼저 3000개의 파랑, 빨강, 노랑, 초록, 하양 등의 색깔로 이루어진 해바라기 처럼 보이는 바람개비들이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멀리서보니 세계지도의 모양이었고, 그중 노란색 바람개비로는 한반도 모양을 새겼더군요. 바람처럼 경계를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고 하더군요.
바람의 언덕에서 불어오는 부드러운 바람을 타고 팔랑팔랑 바람개비가 노래를 불러주었고. 파란 하늘을 닮은 이 세상 모든 아이들은 어느새 바람개비와 친구가 되어있었습니다
지구상 마지막 남은 냉전지대 한반도. 군사분계선을 앞에 두고 분단의 아픔과 고통을 간직하고 있던 임진각이 평화와 통일의 메시지를 65억 세계인과 공유하는 평화의 장으로 새롭게 변화하여 ‘생활속의 평화’를 구현해가고 있는 모습이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이곳 임진각 평화누리에서는 어린이날 연휴, 매일 낮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어린이날 특별공연, 부모님과 함께 하는 평양 민족 예술단 공연, 뮤지컬 <맘마미아> 등을 공연한다고 합니다. 저도 이곳 운영팀에게 협조를 구해, 바람의 언덕 입구에서 5일과 7일 ’소망을 적어주세요‘를 작은 이벤트로 진행하려 합니다.
바람의 언덕에 아이들의 소망쪽지를 걸어주다가 만나 뵙게 된 인천에서 오신 한국전쟁에 간호병으로 참전한 75세의 할머니 두 분은 “우리 아이들이 미래에 대한 꿈과 소망을 품고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란다” 면서 “간호사가 꿈이라는 어떤 아이의 소망쪽지를 손주, 손녀 쓰다듬어 주듯이 한참동안 매만지시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이들이 씨앗이야. 소망씨앗!“
4천5백만, 가슴 속 통일의 염원을 간직하고 있는 임진각에서 65억 세상 모든 이와 나누는 평화 이야기의 터전인 평화누리는 희망의 메시지를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었습니다. 어린이 평화축제를 알리는 팸플릿을 펴보니 다음과 같은 편지글이 있었습니다. 그 내용을 소개해 드리며 글을 맺습니다.
오늘 우리들은 즐거운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너희들이 사는 곳에서 가까운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이렇게 큰 잔치를 벌이고 있단다. 그런데 말이야. 우리들은 임진강 건너 이렇게 가깝게 살고 있는데, 왜 함께 모여 놀 수도 없는지 정말로 안타깝고 마음이 많이 아프단다.
지금 당장 만날수는 없지만 우리들의 작은 정성과 사랑이 담긴 편지와 선물이 너희들 마음속에 전해져서 모두들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어른들께서 힘을 많이 써서 하루빨리 통일이되면 우리 모두 함께 모여. 즐겁게 노래하고 손에 손을 잡고 춤추고 뛰놀 수 있을텐데. 그때가 빨리 오기를 우리 모두 두 손 모아 함께 빌어. 그럼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
덧붙이는 글 | 포크레인에 허물어진 평택 대추분교를 보며, '대추리 사태'의 본질은 한반도의 평화임을 가슴아프게 느낍니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물려줄 세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