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광주광역시당이 내분에 휩싸일 조짐이다. 오는 13일 광주광역시장 후보 경선을 앞두고 지역 국회의원 6명이 공개적으로 조영택 예비후보 지지 의사를 밝힌 데 대해 김재균(시당 위원장) 예비후보가 의원들을 중앙당 윤리위에 제소하겠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앞서는 김 후보와 친한 것으로 알려진 광주시당 특별위원장들이 조 후보를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하자 조 후보를 지지하는 기초단체장 공천자들이 "해당행위"라고 비난하는 성명으로 맞서기도 했다.
국회의원들 "조 후보 정당한 평가 못받아 안타깝다"
7일 오후 염동연 의원을 제외한 정동채·김태홍·양형일·지병문·김동철·강기정 의원 등 광주지역 국회의원 6명은 광주시당에서 공천자 20여명이 배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고 공개적으로 조영택 후보 지지 의사를 밝혔다. 염동연 의원 역시 회견문에 이름을 올려 뜻을 같이했다.
이들 의원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우리는)우리당의 승리와 시민들께 책임있게 내세울 수 있는 역량 있는 인물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며 "그 결과 지방행정과 중앙행정, 그리고 22개 정부 부처의 정책을 조정해본 경험을 갖춘 조 후보를 적임자로 영입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속도감 있는 광주 발전과 성장을 위해 조 후보가 광주시장으로서 매우 적합한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김동철 의원은 "조 후보를 시민들이 잘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그를 후보로 영입한 의원들로서는 조 후보가 정당한 선택을 못 받는 현실을 방치하는 건 도리가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기자회견 배경을 밝혔다.
의원들은 또 조 후보측의 선대본부장, 전략기획본부장 등을 맡아 직접 지원에 나섰다. 지금까지 조 후보는 임택 동구청장 후보, 김종식 서구청장 후보, 이상갑 광산구청장 후보와 시의원 12명, 구의원 43명 등과 함께 정책연대를 추진하면서 세를 불려왔다.
김재균 "조 후보는 의원들 치마폭에서 벗어나라"
의원들의 기자회견을 지켜본 김 후보는 곧바로 회견을 열고 정면으로 맞섰다.
김 후보는 "중앙당 공천심사위원이면서 시당 선거관리위원장, 시당 공직선거자격심사위원장 등을 지내고 있는 의원들이 특정 후보를 지원하고 나선 것은 당규를 위반 한 것"이라며 지병문·김동철·강기정·양형일 의원 등을 중앙당 윤리위에 제소할 뜻을 밝혔다.
그는 "의원들이 조 후보를 영입했으니 시민들이 지지해 달라고 강요하는 것은 오만한 자세로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며 "조 후보는 진정성 있는 호소력이 없이 의원들의 치마폭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마마보이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공천자·당직자들 사이에선 비난 성명전
국회의원들과 김재균 후보간의 갈등은 지난 3월 일부 의원들이 전략공천을 주장하는 등 경선방식을 둘러싼 신경전에서부터 싹트기 시작했다.
이 같은 내분 양상은 광주지역 기초단체장 공천자들과 당직자들 사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6일 서형진 우리당 광주시당 특별위원회위원장단 회장 등 특별위 위원장 7명은 성명을 내고 "광주시장 후보 중 한 명은 현직 시장시절 뇌물 수수로 보직 해임됐고, 부동산 투기로 많은 돈을 벌었으며 지금도 부동산 임대 사업을 하고 있다고 언론에 보도됐다"며 조 후보를 비난했다.
이들은 "비리공무원 출신을 광주시장 후보로 선출한다면 광주시민이 받아들일지 묻고 싶다"면서 "국회의원들이 특정 후보의 캠프에 참여하는 등 비민주적인 경선 분위기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우리당 광주 동구 공천자인 임택 부위원장 등 30명과 특별위원회 위원장 27명은 반박성명을 통해 "특별위원장 7인은 해당행위를 중단하라"고 맞섰다. 이들은 "특정후보에 대해서 허위사실을 유포해 당원과 시민의 올바른 판단을 그르치는 흑색선동에 대해 우려한다"며 "해당행위를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 | 국회의원 vs 김재균의 자존심 대결? | | | 우리당 광주시장 경선 감상법 | | | |
| | ▲ 조영택(사진 가운데) 전 국무조정실장의 우리당 영입 이후 지역 의원들과 김재균 후보 사이의 신경전과 갈등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사진은 지난 4월 14일 지방선거필승대회 겸 조 후보 입당식 모습. | ⓒ오마이뉴스 강성관 | 우리당의 광주시장 경선을 앞두고(최종 결정 13일) 지역 국회의원들과 김재균 광주시장 예비후보 겸 시당 위원장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앞서 일부 지역 국회의원은 조영택 전 국무조정실장을 영입하면서 '전략공천'을 주장해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이 때문에 김재균 위원장은 지난달 14일 열린 광주지역 지방선거필승대회 겸 조영택 전 실장의 입당식에서 "환영"이라는 말을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중앙당과 지역 국회의원, 조 전 실장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다. 그는 환영사를 대신하면서 조 전 실장의 입당사를 겨냥해 "조 전 실장이 대안을 많이 말했지만 모두 시당에서 논의한 것"이라고 핀잔을 줬다. 물론 이 자리에서도 전략공천이 아닌 경선을 치러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후 김 후보는 의원들의 조 후보 지원에 대해 "분열주의 조장", "구청장과 광역의원 후보 줄세우기"라며 불공정성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그러나 의원들의 조 후보 지지와 지원은 더욱 표면화돼 왔고 급기야 지지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모양새가 우리당 광주시장 경선이 '조영택 vs 김재균'이 아닌 '국회의원 vs 김재균'의 대결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것.
경선 결과에 따라 이들의 희비는 엇갈릴 수밖에 없다. 김재균 후보가 경선에서 승리할 경우, '국회의원 7명이 1명의 전직 구청장을 이기지 못했다'는 지적이 불거질 것이고 이는 지역에서의 정치적 영향력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국회의원들과 김재균 후보의 악연은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광주시당 위원장 선거에 나선 한 국회의원은 김재균 북구청장과의 대결에서 패배했다. 김재균 청장의 당 장악력을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이후 일부 국회의원들과 김 청장 사이에서 미묘한 신경전이 지속돼 왔다.
이런 가운데 조영택 후보는 의원들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세불기에 나섰고 김재균 후보는 경선 불공정성을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의원들이 체면치레는 할지, 내상을 입을지 관심이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