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는 9일 장기화되고 있는 부천 세종병원 파업사태의 빠른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릴레이 단식투쟁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날 오전 세종병원 앞마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밝히고 세종병원 박영관 이사장이 직접 교섭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노조는 이와 함께 김동기 세종병원 경영지원본부장의 구속 처벌을 요구했다.
이번 보건의료노조의 단식투쟁 선언은 곧 시작될 산별교섭 국면과 맞물리면서 '세종병원사태=보건의료산업 노사 대리전'을 공식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홍명옥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3월 말부터 노조에서는 집회와 시위를 의식적으로 자제하면서 교섭국면을 열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해왔다"고 강조하고 "그런데도 사용자 쪽은 오히려 교섭권을 경총에 넘기는 등 진정으로 대화하겠다는 의지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단식을 선택한 배경을 설명했다.
첫날 단식농성에 나선 홍명옥 위원장은 노조탄압을 상징하는 5kg 무게의 '춘향이 칼'을 목에 메고 시위를 벌이며 병원 쪽을 강하게 규탄했다. 홍 위원장은 "경총이 나선다고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오히려 사태가 더 악화될 것"이라며 당사자끼리의 대화를 촉구했다.
그러나 세종병원 쪽은 교섭권을 이미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 넘겼으니 경총과 교섭해보라는 입장이다. 앞서 세종병원은 4월17일자로 경총에 공문을 보내 노사 교섭권을 위임하겠다는 뜻을 전달했고 경총은 이를 즉각 받아들였다.
노조는 병원이 교섭권을 김동기 본부장에게 위임한 것이나 경총에 위임한 것이나 본질적으로 달라진 게 없다고 보고 있다. 파업사태를 풀기 위해서는 병원 경영의 모든 책임과 권한을 가진 이사장이 직접 교섭에 나설 때만 가능하다는 것.
신교훈 세종병원 총무팀장은 "노사간에 견해차가 너무 커 대화가 잘 안되고 있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그는 "교섭은 해야겠는데 노조에서는 김동기 경영지원본부장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해 어쩔 수 없이 경총에 교섭권을 위임했다"면서 "지금으로서는 경총이 노조와 소신 있게 교섭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병원 쪽은 박영관 이사장이 노조와 직접 교섭에 나서지 않는 이유에 대해 ▲박 이사장이 연로하며 ▲여러 가지 경영상의 바쁜 일정이 겹쳐 있고 ▲노사문제는 김동기 경영지원본부장에게 전권을 위임한 때문이라고 밝혔다.
신교훈 팀장은 "노조가 지금 단식농성하고 있는 장소(병원 1층 출입문 앞)는 법원이 인정하지 않은 별도의 지역"이라며 "법원이 결정한 '가' 지역(병원 1층 원무과 뒤 복도 부분)으로 농성 장소를 옮기든지 불법 점거농성을 즉각 중단하지 않으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혀 노사 충돌 가능성을 높였다.
이에 대해 노조는 병원이 고용한 경비직원(용역)들이 위원장을 끌어내거나 농성장을 무단 침탈할 경우 모든 조합원이 쇠사슬 농성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근선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은 "수십 수백 명이 점거 농성을 벌이는 것도 아닌 일인시위(단식농성)에 대해 업무방해 운운하며 중단하라고 협박하는 것은 법을 자기들 입맛대로 해석했기 때문"이라면서 "노조는 결코 일인시위를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