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맨몸으로 서울 양재동 현대차본사 사옥 건설현장의 크레인에 올라간 순천 현대하이스코 해고자 2명의 '고공농성'이 열흘째를 맞고 있다.
현대하이스코 해고자들의 고공농성은 벌써 3번째. 경찰은 크레인 아래 안전그물을 설치하고 매트리스를 갖다 놓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그 아래에서는 금속노조와 다른 해고자들이 매일 집회를 열고 있다.
하지만 사회의 반응은 냉담하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 큰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지만 언론의 적극적인 보도도 찾아보기 힘들다. 국민들의 외면 속에 해고자 2명은 '외로운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추운 게 가장 문제죠."
10일 저녁 전화로 연결된 농성자 중 한 명은 21층 높이의 크레인 꼭대기에서 몰아치는 바람과 추위가 견디기 힘들다고 말했다. 더 견디기 힘든 것은 국민들의 싸늘한 시선과 냉담한 반응이다.
"경찰들도 내려오라거나 하는 선무방송같은 것은 안 해요. 회사측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다는데…. 밑에 상황이 돌아가는 것도 잘 모르겠어요."
그는 "희망을 가지는 게 가장 중요한데 회사의 성의 있는 태도가 없다는 얘기를 들을 땐 솔직히 힘이 빠진다"고 말을 이어나갔다.
열흘 전 크레인에 오를 때 두 사람은 입고 있는 옷만 걸치고 있었다. 뒤늦게 올라온 동료들이 물과 식사, 이불과 옷가지를 올려 보내 하루하루를 버티는 중이다. 하지만 이틀 전에는 이마저도 끊겼다. 회사는 농성장으로 올라가는 반입품을 모조리 차단하고 있다.
"물은 얼마 전에 올려 보낸 게 남아 있어 견디고 있는데, 이틀째 식사를 못하고 있어요. 어제, 오늘은 한 사람이 김밥 한 줄로 버티고 있죠."
잠을 자거나 화장실을 가는 것도 큰 문제다. 그는 "용변은 위에서 어떻게든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밤이 되면 두 사람은 크레인 운전석으로 들어간다. 가로세로 1m도 채 안되는 좁은 공간에서 두 사람이 칼잠을 자고 있다.
좁은 크레인 운전석에서 칼잠... 가족들 응원에 힘 얻는다
이불이 있어 다행이지만, 얼마 전 내린 비로 그나마 이불이 젖어 추위를 막기엔 역부족이다. 옷도 몇 차례 젖었다 말랐다를 반복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농성을 이어갈 체력이 바닥나고 있다.
"처음부터 몇일 농성하고 내려가겠다는 결정은 하지 않고 올라왔어요. 열흘째 추위에 시달리다 보니 체력도 떨어져 걱정입니다."
무엇보다 남겨두고 온 가족들이 눈에 밟힌다. 농성 초기엔 아내와 아이들과 통화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일부러 전화를 걸지 않는다. 가족들의 걱정을 키울까봐 두려워서다. 그래도 가족들이 자신의 '투쟁'을 믿어주고 응원하고 있어 조금은 마음이 놓인다.
"가족들도 투쟁을 접고 내려오라거나 하는 얘기는 안 해요. 하루 이틀 끌어온 문제도 아니고, 해고 때부터 모든 과정을 알고 있으니까. 걱정은 하지만 힘을 보태주고 있죠."
그는 현대하이스코가 노조와 체결한 확약서를 하루 빨리 이행해야 한다고 몇 번이나 강조했다.
"모든 문제 해결의 열쇠는 현대와 하이스코가 쥐고 있습니다. 국내 굴지의 그룹이 노동자들을 이렇게 대해서는 안 됩니다. 확약서 이행 약속이 있을 때까지 몇일이라도 크레인에서 농성을 벌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