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영 열린우리당 인권위원장이 '광주 5·18 군 개입은 질서유지 목적'이라는 발언이 여당을 난감하게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이 의원의 발언이 광주와 전남지역 지방선거 최대 악재로 부상하고 있는데 대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14일 열린우리당 최고위원회는 "이 의원의 발언은 잘못된 것으로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 드려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우상호 대변인을 통해 밝혔다.
우 대변인은 "문제를 정략적으로 확대·왜곡해서 이용하려고 하는 것은 오히려 5·18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어쨌든 이 문제로 광주 5·18 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쳤다"고 사과했다.
이어 "이 문제에 대한 책임을 물어서 이원영 의원의 인권특별위원장직을 면직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이 의원의 처신에 대해서 보다 더 심도깊은 소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당 윤리위원회에 회부해서 소명을 듣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중앙당은 서울서, 이원영 의원은 광주서 거듭 '사죄'
이같은 조치는 이 의원의 발언에 대해 민주당 광주시당과 전남도당이 이를 선거 쟁점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 민심 이반 확산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특히 당사자인 이원영 의원은 14일 오전 첫 비행기로 광주로 내려와 정수만 5·18유족회장 등 5월 단체 대표들을 찾아 사과했다. 또 이 의원은 오후 5·18 26주년 행사위원회 사무실도 찾아 자신의 진의가 잘못 전달했다고 해명했다.
앞서 이 의원은 이날 오전 11시 열린우리당 광주시당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80년 5월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숭고한 목숨을 바치신 민주영령과 광주시민께 저의 경솔한 발언을 참회하고 깊은 사죄의 마음을 전했다"고 거듭 사과했다.
이 의원은 "저는 전두환을 위시한 신군부가 광주에 군부대를 파견한 행위를 절대 인정할 수 없다"며 "질서유지 차원에서 개입했다는 신군부의 입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5월 영령께 죄스럽고 부끄러울 따름이며 깊이 반성하고 사죄드린다"며 "저는 인권위원장직을 사퇴하고 제 스스로 중앙당 윤리위에 징계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회자가 '광주사태'라고 표현한 부분에 대해서 광주민중항쟁으로 정정하지 못한 것 또한 잘못했다"며 "저는 평택의 경우 '군사보호시설'이므로 군이 주장하는 질서유지 목적의 투입이라는 명분은 있지만 진압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러나 80년 광주 군 투입은 질서유지라는 명분에도 맞지않고 실제 군부독재는 학살까지 했다는 점을 분명히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평택과 광주의 군 투입은 동일할 수 없다"며 "광주 투입 군인은 반란군이고 평택은 정당한 군인이다"고 말했다.
이날 이 의원의 기자간담회에 배석한 우리당 우윤근 의원도 해명을 하느라 진땀을 뺐다. 이날 기자간담회 자료에는 이 의원이 민변 창립회원이자 인권변호사로서 활동한 경력과 의문사진상규명위 활동 내용 등이 담겼다.
우 의원도 "이 의원은 과거 군부독재 시절 잔인했던 범죄에 대해서 공소시효를 둬서는 안된다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탈당과 의원 사퇴 주장에 대해 "거취문제는 좀 더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5월 단체 "당 공식사과해야... 정치적 이용은 말라"
14일 오후 (사)5·18민주유공자유족회(회장 정수만), (사)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회장 김후식), (사)5·18구속부상자회(공동회장 이무헌, 이성길)와 기념사업을 주관하는 (재)5·18기념재단(이사장 박석무)은 성명을 내고 "이 의원의 발언은 심히 유감스럽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5월 단체는 "우리는 이 발언이 진의가 아니라는 개인적 해명을 믿고 싶으나 그 내용과 사회적 파장을 생각할 때, 이원영 의원은 자신의 발언에 대해 그 진의를 설명하고 5월 영령과 국민 앞에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또 "열린우리당은 당 차원에서 공식적인 사과를 하라"면서도 "5·18민중항쟁의 숭고한 정신을 실추시킨 이 같은 발언이 어떠한 정치적 목적으로도 이용되어서는 안된다는 점도 밝힌다"고 민주당의 정치 쟁점화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오병윤 민주노동당 시장 후보도 14일 논평을 통해 "정동영 의장은 광주정신을 이야기하며 17일 광주에 내려와 선거운동을 시작하기에 앞서, 광주시민에게 진심으로 사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열린우리당이 "진의가 잘못 전달됐다"며 거듭 사죄하고 나섰지만, 이원영 의원의 광주민중항쟁 관련 발언 파문은 쉽사리 가라 앉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 광주시당 한 관계자는 "해명을 해 보지만 답답하다"며 "난감할 따름이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데 지방선거를 완전 죽쓰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원영 의원은 12일 평화방송(PBC) 라디오 시사프로 <열린 세상 오늘, 장성민입니다>에 출연해 장성민씨가 '과거 전두환 정권이 광주사태에 개입했던 것이 질서유지 차원에서 군이 개입했다고 본다는 것인가?'라고 묻자 "네, 그런 경우로 봅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