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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농장 앞에서 비를 맞고 있는 개. 오분 후 종업원에 의해서 죽음을 당했다.
개 농장 앞에서 비를 맞고 있는 개. 오분 후 종업원에 의해서 죽음을 당했다. ⓒ 동물사랑실천협회
“개집이 있었지만 너무 낡아 비가 다 새더라구... 안쓰러워서 마른 수건을 깔아주고... 마침 카메라가 있어 개 농장의 모습이 어떤지 사진에 담으려고 했는데 그때 안에서 나온 종업원이 왜 사진을 찍느냐고 항의를 하는 거야.”

왜 비를 맞는데 그대로 두냐고 묻는 친구에게 한 종업원의 대답.

“그 개요? 원래 그렇게 살아요.”

원래 그렇게 산다? 비를 흠뻑 맞고 사는 게 원래 그렇게 사는 모습이라는 것인가? 잠시 후 농장에서 나오려는데 개 농장의 주인이 욕을 하며 친구에게 다가왔다고 한다. 너무 당황한 나머지 친구는 개가 너무 불쌍하니 자신에게 팔라고 했고 주인은 그러자고 승낙했다고 한다. 그리고 개를 데리러 다시 농장 쪽으로 걸어갔는데... 개가 있던 자리에는 끈만 남아 있고 개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는 것이 아닌가. 그때 농장 안쪽에서 나는 기계음. 친구는 너무 놀라 농장 안으로 뛰어 들어갔는데...

이미 그 개는 종업원의 손에 의해 죽어 털을 뽑는 기계 안에 들어 있었다고 한다. 통 안에 가득한 검은 색 털들. 단 오분의 시간 안에 벌어진 일이었다.

목적지는 경찰서. 택시에서 내려 경찰서 입구에 들어서자 양편으로 복도가 있었고 끝 쪽에 각각 문이 있었다. 왼쪽에 ‘형사계’라고 쓰여 있는 글자가 보였다. 일단 문을 열고 들어갔다. 문이 덜컹 열리는 소리가 나자 안에 있던 형사들의 눈이 나에게 집중되었다. ‘저기... 개를 죽였다는 사건이 있어서 왔는데요’라는 내 말에 한 형사가 이렇게 툭 말을 던진다.

“개를 죽였다고요? 그럼 재물손괴죄네. 경제과로 가세요.”

개를 죽이면 재물손괴죄이다? 개가 물건인가? 문을 열고 나와 반대편에 있는 경제과로 들어갔지만 아직 친구는 도착하지 않았다. 그때 경찰차에서 두 남자가 내리는 모습이 보였다. 개 농장 주인과 종업원이었다. 종업원이 경찰을 따라 경제과 안으로 들어가고 개주인에게 다가가 물었다.

“종업원이 개를 죽였다면서요? 왜 그랬데요?”
“아. 그 개? 폐렴에 걸렸거든.”
“페렴에 걸린 개를 병원에 가서 치료도 안 해 주고 그냥 그렇게 죽여요?”
“치료? 난 수의사한테 치료 안 맡겨. 내가 더 잘 한다구. 수의사들이 뭘 알아?”

수의사를 못 믿는다? ‘병원에 데려가면 돈 들잖아’라는 솔직한 말을 기대한 것은 아니다. 더군다나 개를 방치한 사실이 사진으로 증거가 될까 두려웠다는 고백도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폐렴에 걸려 개를 죽였다는 것을 이해할 사람이 얼마나 될지.

친구는 종업원을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고소하였다. 자신의 개를 죽였다며 종업원을 해고하겠다는 주인. 어차피 벌금 좀 내면 될 텐데... 라며 껄껄 웃는다. 씁쓸하다. 결과는 별로 알고 싶지도 않다. 경미한 처벌을 받을 것이라는 사실은 이 대한민국에서 거의 상식으로 통한다.

현행 동물보호법 6조 1항. ‘누구든지 동물을 합리적인 이유 없이 죽이거나 잔인하게 죽이거나 혐오감을 주는 방법으로 죽여서는 아니 된다.’ 이 규정을 위반하면 어느 정도의 처벌을 받을까? 동물보호법 12조에 의해 최고 2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1991년 동물보호법이 만들어진 이후 경찰에 신고 된 사건은 총 10건. 단 10건의 학대만 있었다고 믿는 바보는 없을 것이다. 대부분은 경찰관과의 합의(?)에 의해 경범죄로 처리되거나 지역사회에서 문제시되는 것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 때문에 흐지부지되었다. 상황이 이러니 신고율이 낮은 것은 당연지사.

6월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는 동물보호법 개정안. 미진한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나 처벌조항만큼은 조금 강화되었다(최고 6월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 하지만 ‘내 개 내 맘대로 하는데 무슨 상관이냐’는 말 앞에 강화된 처벌조항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대한민국은 사유재산을 인정하는 자본주의 국가인데.

얼마 전 어떤 사람이 대낮에 베란다에서 자신이 기르던 개를 빨랫줄에 매달아 죽인 후 잡아먹은 사건이 있었다. 주민들이 보다 못해 신고했지만 ‘처벌할 법이 없다. 물건으로 구분되기 때문에 개 주인이 그렇게 하는 걸 어떻게 막겠냐?’는 경찰의 말에 어떻게 반문해야 할지. 동물의 복지를 위해 만들어졌다는 동물보호법이 동물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동물을 소유한 인간의 편의를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 도통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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