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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북면 초록리에서  총각무를 수확하고 있는 마을 아낙들
고북면 초록리에서 총각무를 수확하고 있는 마을 아낙들 ⓒ 안서순
"젊은 여자들이 고북 총각무수를 많이 먹으면 아들셋은 어렵잖게 날 수 있슈."
"총각무수는 여기 거라야 제 맛이 나유, 왠고허니 황토땅이다가 바닷바람이 불어대니께 맛이 기가 막히거든"

시장에 내다 팔기 위해 모여 앉아 총각무를 뽑고 있는 촌부들의 저마다 한마디씩 한다. 초록바다다. 총각무 밭이 끝도 없다. 보이는 것은 모두 총각무 뿐이다. 충남 서산시 고북면 가구리, 초록리, 장요리, 기포리, 정자리 일대는 전국에서도 유명한 총각무 생산단지다. 이 지역 120농가에서 54만6000평에 총각무를 재배하고 있다.

맛과 향이 뛰어난 고북 총각무
맛과 향이 뛰어난 고북 총각무 ⓒ 안서순
이곳에서는 지금 총각무가 다자라서 수확이 한창이다. 박상섭(46) 초록1리 총각무 작목반장은 "지난1월 심은 것이 다자라 지난달 20일부터 출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지역에서는 1년에 3번 총각무를 심어 수확한다. 1년에 생산되는 량은 1만920톤으로 5톤 트럭 2184대 분량이다. 요즘에는 하루에 5톤 트럭 50여대분이 수확되어 서울 가락시장 등으로 실려 나간다.

햇볕을 가리기 위해 챙이 긴 모자에 수건까지 뒤집어쓰고 긴팔셔츠에다 몸빼바지 차림에 총각무를 부지런히 뽑고 있던 이춘자씨(56. 여. 서산시 고북면 장요리)는 "겁두 안나유, 겨울버텀 일년 내내 외지 장사꾼, 동네 장삿꾼 할 것 없이 들끓어 대거던유" 라고 말했다. 그랬다. 바다 같은 밭 가운데로 뚫린 농로길 가에는 외지 장사꾼이 타고 온 듯한 승용차가 드문드문 서있고 말쑥하게 차려입은 사람 서넛이 '총각무 밭'을 서성거렸다. '고북 총각무'가 유명세를 타고 있다는 것이다.

3KG한단씩 묶어진 총각무
3KG한단씩 묶어진 총각무 ⓒ 안서순
고북 총각무가 유명한 것은 단지 재배면적이 넓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이 아니다. 선황토의 좋은 땅에다 좋은 해양성 기후, 지하 150m에서 뽑아 올려 쓰는 지하수로 인해 맛이 아삭하며 달고 단단한데다 특유의 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김기선씨(45.서산시 고북면 가구리)는 "고북 총각무에다 고춧가루 듬뿍 섞어서 젓갈 넣구 버무려서 한 이틀 두었다가 먹어봐, 다른 반찬이 뭐 필요있어?"하며 고북 총각무에 대한 자랑에 침이 마른다.

고북 총각무의 역사는 24년전인 198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록리 2구 출신인 방창국(64)씨가 지역 주민들에게 재배기술을 보급하고 부터다. 김광섭(70) 고북면 총각무 작목반 회장은 "고북 총각무가 전국적으로 유명하다보니 다른 지역에서 재배된 것이 고북 총각무로 둔갑해서 팔려나가고 있다"며 "고북 총각무는 다른 지역에서 재배된 것과 달리 확연하게 다른 특유의 맛을 지니고 있어 한번이라도 먹어본 사람은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것과 바로 구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확한 총각무를 화물차에 옮겨싣고 있다.
수확한 총각무를 화물차에 옮겨싣고 있다. ⓒ 안서순
고북 사람들이 수확한 총각무를 화물차에 싣는 솜씨는 환상적이다. 왜 그렇게 공들여 쌓느냐는 말에 총각무를 싣던 김기동씨(35.고북면 장요리)는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듯 총각무도 예쁘게 실어놔야 가락시장에서 장사꾼들의 눈에 띄어 제 대접을 받거든요"라고 말했다.

총각무는 무우길이가 10~15cm되는 크기에다 끝이 뭉툭하고 잎이 누런 잎이 생기기 않은 진한 녹색을 최상품으로 친다. 고북 총각무는 맛만 좋은 것이 아니라 재배농가당 평균 6000여만원의 소득을 올리는 등 농촌경제에도 한몫하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총각무 밭
끝이 보이지 않는 총각무 밭 ⓒ 안서순

화물차에 실리는 총각무는 예술품이다.
화물차에 실리는 총각무는 예술품이다. ⓒ 안서순

화물차에 실리는 총각무
화물차에 실리는 총각무 ⓒ 안서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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