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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져 내린 현대아이파크 입구 처마. 연결 부위에 철근이 몇 가닥만 박혀 있다.
무너져 내린 현대아이파크 입구 처마. 연결 부위에 철근이 몇 가닥만 박혀 있다. ⓒ 독자
사고가 난 114동 1층에는 어린이 집이 있다. 자칫 잘못했다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사고가 난 114동 1층에는 어린이 집이 있다. 자칫 잘못했다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 오마이뉴스 박수원

"가까이 가면 위험해, 가면 안 돼."

경기도 파주 자유로 현대아이파크 114동 1·2호 라인 앞에는 붕괴된 구조물이 그대로 보존돼 있었다. 15일 오후 이 곳을 지키던 경비는 붕괴된 구조물에 어린이가 다가가자 주의를 줬다. 아파트 경비들이 안전사고 대비와 현장 훼손을 막기 위해 자리를 돌아가면서 지키고 있었다.

지난 11일 밤 11시47분께 114동 1·2호 라인 아파트 출입구 처마(캐노피- 콘크리트 구조물)는 '쿵' 소리와 함께 무너져내렸다.

한밤 중 16개 동 1096세대 주민들은 가슴을 쓸어내릴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그 시간에 주민이 지나가지 않아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5톤이 넘는 콘크리트 구조물의 붕괴는 충격적인 일이었다.

사고 현장인 114동의 1층 101호에는 어린이집이 있어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 했다.

주민들은 지어진지 2년도 채 되지 않은 아파트(준공일자 2004년 9월 5일)에서 이런 사고가 일어난 것에 대해 부실공사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더욱이 이 아파트의 시행과 시공을 맡은 현대산업개발은 2005년 기준으로 도급순위 6위의 대형건설업체다.

무너진 아파트 처마에는 철근이 거의 없었다

현대산업개발은 같은 공법으로 만든 입구 처마에 지지대를 설치했다.
현대산업개발은 같은 공법으로 만든 입구 처마에 지지대를 설치했다. ⓒ 오마이뉴스 박수원
이 아파트에 살고 있는 S(44. 건축업)씨는 "현장을 보면 알겠지만 붕괴된 아파트 처마와 본 건물이 철근으로 연결돼야 하는데, 철근이 거의 없었다"면서 "안전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재벌 기업의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고 지적했다.

S씨는 "빗물이 빠지도록 출입구 처마 상단에 배수구를 설치해야 하는데 오히려 그 부분의 약 30㎝를 시멘트와 모래를 섞은 몰탈로 채워넣어 비가 올 경우 오히려 하중이 가중됐다"면서 "아파트를 과연 제대로 지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오마이뉴스> 기자가 확인한 결과 처마와 본 건물 사이 콘크리트 연결 부위에 철근 몇 개만이 보일 뿐이었다. 사고 발생 직후인 12일 현대아이파크는 같은 공법으로 시공된 19개 출입구에 지지대를 설치해 놓은 상태다.

사고가 난 114동에 살고있는 한 주민은 "부녀회에서는 아파트 가격 떨어진다고 쉬쉬 하는데, 그게 말이 되느냐"면서 "잘못은 정확하게 따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 아파트 관리소장은 "문제가 된 입구는 재시공을 약속했으며, 16일 입주자 대표회의와 협의를 통해 한국시설안전기술공단에서 안전 진단을 받고 그 비용을 현대산업개발에서 부담하기로 했다"면서 "집값 문제도 있고 이 사실이 크게 보도되는 것을 주민들이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민 S씨는 "주민 의사도 제대로 수렴하지 않고 안전 진단업체를 지정했다"면서 "관리사무소에서 입주자 대표 연락처도 알려주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10년 이상 살 생각을 하고 입주한 만큼 아파트 가격보다는 안전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기자가 관리소 사무소는 입주자 대표와 통화를 요구하자 "전화번호를 알려줄 수 없다"고 답변했다.

"건설업체, 주민들 정서 이용해 책임 피하고 있다"

이번 사고에 대해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왜 붕괴사고가 발생했는지 원인이 아직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면서 "입주자 대표자회의의 요구에 따라 구조안전진단을 실시해 봐야 문제의 원인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입주자 대표자회의가 원하는 요구사항을 적극적으로 수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현재 잘못된 감리시스템와 아파트 가격 올리기에만 급급한 구조 속에서는 부실 공사가 개선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거품빼기운동본부장은 "지금처럼 건설업자가 감리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기형적인 구조에서는 감리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없다"면서 "감리가 외국처럼 독립체제를 갖지 못하면 부실공사는 피할 수 없다"고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김 본부장은 이어 "사고가 나도 아파트 가격 떨어질까봐 조용히 넘어가기를 원하는 주민들의 정서를 이용해서 건설업체들은 책임을 피해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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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 정신을 신뢰합니다. 2000년 3월, 오마이뉴스에 입사해 취재부와 편집부에서 일했습니다. 2022년 4월부터 뉴스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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