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병풍바위 위에는 꽃 핀이 꽂혀 있습니다.
ⓒ 김강임
봄이 무르익어 가는 5월, 전국 명산에서 들려오는 연분홍빛 꽃소식은 봄바람 난 처녀처럼 가슴이 술렁인다. 산행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명산의 꽃소식은 그리움을 안겨다 준다.

"봄 산의 계곡에는 어떤 꽃이 피었을까?, 오백장군 허리에는 철쭉꽃이 피었을까? 한겨울 눈 속에 파묻혔던 털 진달래는 꽃망울을 터트렸을까?"

이런 저런 궁금증에 얼마나 주말을 기다려 왔는지 모르겠다. 이렇듯 산은 계절마다 각기 다른 풍광으로 사람들을 유혹한다.

▲ 선작지왓 앞산에 군불 지피다.
ⓒ 김강임
5월 14일 오전 8시, 한라산 영실은 전국에서 몰려드는 산 사람들의 행렬로 가득했다. 한라산 영실 소나무 숲은 산행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발자국 소리로 요란하다. 신록이 깊어가는 소나무 숲으로 오백나한의 가슴에는 벌써 초록이 물들었다. 영실 계곡에서는 졸-졸-졸- 흐르는 '녹담만설' 계곡물이 쉼 없이 흘러내렸다. 소나무 숲 사이로 불어오는 산바람이 감미롭다.

▲ "오백나한 허리에 다홍치마 입었네!"
ⓒ 김강임
한라산 영실 1400고지, 영실코스 중에서 가장 힘든 등산코스에 붉은 군불이 지펴졌다. 이곳에는 마음을 서두르면 더욱 힘들다. 급경사의 계단을 밟고 한 걸음 한 걸음 발걸음을 옮기면 계단 아래 숨쉬고 있는 키 작은 봄꽃들이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눈다. 어디 그 뿐이랴. 오고 가는 사람들끼리 눈인사를 나누면 산행이 더 더욱 즐겁다.

5월의 한라산은 뭐니뭐니해도 연분홍 철쭉과 털 진달래의 조화다. 해발 1400고지에서 만난 산철쭉은 이제 막 꽃망울을 터트리려 한다. 한라산의 계절은 오백나한의 허리에서부터 시작된다. 나한의 알몸에 신록이 물들면 봄은 시작되고, 나한의 허리에 연분홍 치마를 두르면 한라산은 붉게 타오른다.

▲ 연분홍 물결로 물들인 한라산.
ⓒ 김강임
누군가 산에 불을 놓은 듯, 울긋불긋 피어나는 연분홍빛 무더기. 누가 불을 놓았을까? 한라산 오백장군의 허리에서 피어난 철쭉꽃은 병풍바위를 타고 기생화산으로 퍼져나간다. 한라산 1600고지, 겨우내 눈 속에 파묻혔던 털 진달래가 만발하였다. 한라산 고산지대에서 자생하는 털 진달래는 선작지왓까지 이어졌다. 산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터져 나오는 감탄사는 "야 장관이다!"라는 느낌표 뿐. 이날 한라산은 산행 온 사람에게 털 진달래를 한 바구니씩 선사했다.

▲ 등산로를 따라 흐르는 꽃소식.
ⓒ 김강임
연분홍 꽃은 오백나한의 얼굴에도 허리에도 꽂혀 있었다. 병풍바위 머리에도 연분홍 꽃핀이 꽂혀 있다. 한라산 영실의 최고 전망대는 해발 1600고지. 이곳에 서면 한라산 능선을 타고 제주 오름들이 아기자기 하게 누워있다. 오름은 신록의 양탄자를 깔고 누워있으니 얼마나 보송보송 할까?

▲ 능선을 타고 오름으로 불붙는 연분홍 연서.
ⓒ 김강임
병풍바위 꼭대기에서 바라보는 산의 풍경은 한마디로 장관이다. 가슴까지 파고드는 연분홍빛 연서. 이곳에 서면 누구나 시인이 된다. 아니 천사처럼 고운 얼굴과 고운 마음을 간직한다고나 할까. 세상의 모든 힘겨루기에서 탈피하여 연분홍 물결에 젖어드는 여유. 이마에 보송보송 떨어지는 땀방울을 닦으며 물 한 모금을 들이 마시니 서늘한 기운이 온몸으로 퍼진다.

▲ 백록담을 가슴에 안고 ...
ⓒ 김강임
선작지왓에서부터 이어지는 연분홍 벌판은 벌써 활-활- 불이 붙었다. 발끝에서부터 머리끝까지 연분홍빛으로 물들인 연분홍 물결이여! 군락을 이룬 털 진달래와 철쭉은 하나의 하모니를 그려냈다. 붉게 타는 능선을 바라보며 심호흡을 하기도 하고, 너울너울 춤추는 털 진달래를 사진에 담으며 추억 속에 젖기도 한다.

▲ 백록담까지 갈 수 없는 아쉬움이여!
ⓒ 김강임
백록담까지 갈 수 없음이 못내 아쉽지만, 백록담을 품에 안고 걸어가 보면 정상은 바로 우리들의 가슴속에 있는 것 같다.

▲ 연분홍 물결 가슴까지 파고 들다.
ⓒ 김강임
지금 한라산은 연분홍 빛 물결이다. 신록 우거진 계곡에도, 오백나한의 허리에도, 병풍바위의 머리에도, 그리고 내 가슴속까지 연분홍 치마를 두르고 있다.

덧붙이는 글 | 5월 14일, 한라산 영실코스-윗세오름에 다녀왔습니다.(한라산 영실코스-윗세오름은 3.7km로 산행 시간은 왕복 3시간 정도입니다.) 철쭉과 털 진달래가 장관입니다. 다음주에는 절정을 이룰 것 같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