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신부들이 삭발을 하고 평택의 생명·평화를 위한 무기한 단식 기도회에 들어갔다.
사제단 소속 신부들은 17일 오후 서울 광화문 열린공원에서 신자와 시민 8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미사를 열고 "정부의 부당한 공권력을 성찰하고 평화를 지키지 못한 죄를 참회하기 위해 단식 기도회를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노무현 대통령은 잘못된 공권력 행사에 대해 대추리 농민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길 바란다"며 "하루 빨리 대추리 들녘의 철조망을 제거하고, 구속자 전원을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지난 4일 대추분교 옥상에서 경찰에 저항했던 김영식 신부는 "지난 2002년 미군 장갑차에 희생된 효순이·미선이를 위해 삭발 단식 기도회를 할 때 노 대통령이 찾아와 '다시는 신부들이 삭발 단식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해서 믿었는데 다시 길거리로 나오게 됐다"면서 "농민들의 소망을 빼앗고 내쫓는 공권력에 대해 분명한 식별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삭발식에서는 모두 10명의 신부가 머리카락을 깎았다. 참석자들은 머리카락이 잘려 하얗게 드러나는 신부들의 머리를 보며 고개를 떨구거나 눈물을 흘렸다.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은 임은숙(43·회기동)씨는 "힘없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부당한 힘으로 몰아낸 것이 비통하다"며 "농민을 농사를 짓고 신부는 성당에 있어야 하는데 그렇게 안돼서 안쓰럽다"고 말했다.
신부복에 삭발을 한 모습으로 기자들 앞에 나타난 전종훈 사제단 대표는 "이 정권에 배반당했다는 느낌 때문에 서글프다"며 "약자들의 꿈으로 탄생한 정권이 오히려 약자를 짓밟는다"고 비난했다.
이어 전 대표는 "평택 미군기지 이전은 중요한 사업인데 보수 언론의 그릇된 보도가 국민들의 눈과 귀를 다 막고 있다"면서 "앞으로 국민들에게 대추리의 본질을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저녁 열린공원에 천막을 치고 단식 기도회를 시작한 사제단은 매일 오후 3시 평택 평화 정착을 위한 미사를 열고 저녁에는 평택 미군기지 확장 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의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