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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그는 당황하지 않았다. 그는 자연스럽게 양다리를 쫙 벌리며 지면과 수평이 되도록 만들었다. 동시에 양발은 그의 좌우에 있는 칼날에 의지하면서 아직까지 팔짱을 풀지 않은 채 허공에 떠 있었다. 담천의가 노린 회심의 일격을 그는 아주 단순한 동작 하나로 간단하게 피한 것이다.

몸을 낮추며 아래로 파고들던 담천의는 오히려 등이 훤하게 빈 상태. 아니나 다를까? 방백린의 왼발은 마치 자석처럼 칼날에 붙어있는 채 오른쪽 발바닥을 떼어 그의 등짝을 밟듯이 내리 꽂혔다. 아주 간단한 듯 보였지만 그 위력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었다.

만약 저 발에 밟히게 된다면 등뼈가 무사하지 못할 터였다. 허나 이미 예상했다는 듯 담천의의 반응도 빨랐다. 담천의가 몸을 홱 돌리며 방백린의 발 공격을 피하고, 그 탄력을 이용해 오른발로 늘어진 칼날들을 연속적으로 차기 시작했다.

파파파팍---!

담천의의 발에 차인 칼날들이 방백린의 상체를 향해 빠르게 쏘아갔다. 시간적으로 미세한 차이를 두고 있어 예리한 끝은 한순간 반원을 그리는 것 같았다. 빠른 반격이 너무 근접한 거리에서 이루어졌고, 매우 위협적이어서 이때만큼은 방백린도 경시할 수 없었다. 그의 몸이 왼발에 붙어있는 칼날을 타고 급히 돌았다.

촤르--촤르르륵---!

담천의가 차낸 칼날들이 방백린을 향해 날아가다가는 비스듬히 호선을 그리며 퉁겨 나갔다. 확실히 지금까지 보여준 방백린의 무위는 담천의보다 한 수 위인 것 같았다. 그는 아직까지 여유가 있는 듯 보였고, 그것은 곧 바로 주위의 칼날들이 요동을 치기 시작하면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슈우우-----

그가 타고 돌던 칼날에서 갑자기 백색의 광휘가 뿜어지며 내리꽂혔다. 무형의 검기. 자신의 진기로 매달려 있던 칼날에 기를 실어 발출해 낸 것이다. 그것은 칼날 끝이 순식간에 한 자나 늘어난 것처럼 보였다.

마침 그 틈을 노려 검을 위로 찔러가던 담천의는 나직하게 신음성을 토하면서 재차 바닥 쪽으로 빠르게 퉁겨 나갔다. 만일 그가 무모하게 방백린을 공격했다면 그의 정수리부터 발바닥까지 방백린의 검기에 의해 관통 당했을 터였다.

파파팍---

대 위를 덮은 천에서 폭죽이 터져 나오듯 구멍이 뚫리며 먼지와 천 가닥이 솟아올랐다. 방백린의 검기는 일종의 강기(罡氣)였다. 무쇠라도 관통할 위력이 있었다. 하지만 공격은 연이어 이어졌다.

바닥을 쓸 듯이 퉁겨 나가는 담천의를 향해 방백린이 빠르게 다가들면서 재차 연속적으로 발로 차기 시작했다. 누워있는 모습의 불편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담천의로서는 대항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담천의가 두 손바닥을 바닥에 댄 채 물구나무를 서며 두 발로 엇갈려 쳐냈다. 자신을 덮쳐오는 방백린의 공격을 막기 위함이었을 뿐 아니라 흔들리는 칼날을 차서 방백린을 공격하기 위함이었다. 이쯤 되면 확실히 빼곡하게 늘어서 있는 칼날들이 반드시 담천의에게 불리한 것만은 아니었다. 두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 늘어진 칼날들이 요동치고 있었다.

“정말 괜찮군. 역시 나를 실망시키지 않아......”

방백린이 뒤로 물러나며 흰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단 두어 수 교환해 보고 나서 괜찮은 상대를 만났다고 생각해 만족하는 듯 했다. 허나 담천의는 상대의 여유를 그냥 바라만 보고 있지 않았다.

그는 발을 엇갈려 누워있던 몸을 세우면서 자신의 주위에 이는 칼날들을 또 다시 차기 시작했다. 더구나 먼저 방백린에게 날아갔다가 되돌아오는 칼날들까지 다시 차내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오는 속도에 비례해 더욱 속도가 붙어 방백린의 몸을 향해 날아갔다.

허나 방백린은 절대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아무리 담천의가 발로 칼날들을 차도 칼날은 기이하게도 방백린 곁으로 다가가서는 호선을 그리며 비껴나가는 것이다. 헌데 여유 있는 미소를 짓고 있던 방백린의 얼굴에 이채가 띠어졌다.

“............?”

담천의의 움직임 때문이었다. 사실 그가 칼날을 찬 것은 방백린을 어찌 해보고자 한 것이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그는 주위의 칼날들을 차면서 점차 자신의 몸을 더욱 위로 끌어올리고 있어 칼날들이 서 있는 위치보다 더 높게 차고 올라갔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곧 그가 의도한 공격으로 이어졌다. 그의 몸이 수직으로 꺾이며 검과 함께 아래쪽으로 방백린의 상체를 향해 내리 꽂혔다. 고수들 간에 이어 조그만 방심과 마찬가지로 상대를 애써 무시하는 듯한 가장된 태연함은 왕왕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두 사람의 긴박한 대결을 주시하던 좌중은 모두 그렇게 생각했다. 방백린이 너무 여유를 부린 탓으로 담천의의 결정적인 반격이 시작된 것이 아닌가 하였던 것이다. 허나 그것은 오산이었다. 방백린은 절대 있지 않은 여유를 부린 것이 아니었다.

그가 양손을 빠르게 휘젓자 주위의 칼날들이 모여들어 마치 부채처럼 만들어졌고 그것은 이미 담천의의 검을 더 이상 다가오지 못하게 막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두세 겹으로 뭉친 칼날들이 마치 자석처럼 담천의 검을 옭아매어 빼내지도 못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

담천의의 눈에 잠시 당황한 빛이 흘렀다. 아무도 방백린의 진정한 능력을 알지 못했다. 인간으로 갈 수 있는 최고의 단계에 오른 인물이라는 사실을 아무도 모른 것이다. 그리고 이어 갑자기 모아들었던 칼날들이 폭죽이 터져 솟구쳐 오르듯 허공으로 비산되는 듯 했다.

파아아--- 슈우우----

너무나 위급한 상황이었다. 검이 붙잡혀 있는 것도 그렇지만 그의 몸은 허공에 떠 있는 상태. 칼날이 날아오른다면 피할 길이 없어진다. 더구나 주위에 있던 칼날들도 기이한 호선을 그리며 담천의를 향해 쏘아오고 있었다.

“으음....!”

담천의의 입에서 신음이 터졌다. 어려운 상황이다. 그는 허공에 물구나무 선 듯한 모습 그대로 오른발로 쇠사슬을 발목에 감았다. 왼발 역시 늘어진 쇠사슬에 지탱하면서 자세를 안정시키며 진기를 최대한 끌어올렸다.

츠르르 --- 파팟----파아악----!

그의 검을 옭아매다가 비산하기 시작한 칼날들이 다시 그의 검 주위로 모여들었다. 그리고 갑자기 모여들었던 칼날들이 터져 나가기 시작했다. 생사판관(生死判官) 표공도(表孔道)와의 대결에서 보여주었던 만검의 위력이 재현되었던 것이다. 십여 자루의 칼날들이 터져 나가며 그 조각들이 비산되면서 호선을 그리며 담천의를 노리고 날아들던 칼날들과 부닥치면서 방향을 틀어 비껴나가게 했다.

동시에 담천의의 검은 어느새 방백린의 미간을 향해 내리꽂히고 있었다. 표공도가 느꼈듯이 방백린 역시 갑작스럽게 자신의 몸이 마비되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느릿하게 찔러오는 듯한 저 검. 마치 캄캄한 동굴에서 조그만 구멍 사이로 비치는 빛과도 같이 오직 한 점으로만 보이는 저 검은 어느새 눈앞에 다가와 있었다.

변화도 없었다. 그러나 아무리 자신이 움직여도 저 빛이 자신을 향해 쏘아오는 것에는 변함이 없었다. 방백린의 얼굴에도 처음으로 이채가 떠올랐다. 만검의 위력이 이런 것인지 몰랐다. 그 위력은 천동의 무학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었다.

담천의의 검이 이미 방백린의 미간을 꿰뚫고 있었다. 미간의 치명적인 사혈로 두 치만 파고 들어가도 즉사하는 곳이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담천의의 검은 방백린의 미간 바로 앞에서 멈췄다. 손가락 하나 들어갈까 말까한 거리.

자세히 본다면 담천의의 검이 파르르 떨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방백린이 담천의 검을 합장한 모습으로 감싸 쥐고 있었다. 피할 수 없다면 막는 방법밖에 없다. 팽팽한 긴장감이 찰라간 스치자 두 사람이 약속이나 한 듯 떨어졌다.

덧붙이는 글 | 소주 한 잔할 장소와 일시를 공고합니다. 
5월 마지막 주로 정하려 하다가 모두 바쁘실 것 같아 조금 앞당겼습니다. 미국에 있는 분 중 운 좋게 한국에 나오셔서 참석하셨으면 좋겠다는 말씀도 계셨고, 다음날 부담도 없을 것 같아 금요일로 잡았습니다. 

일시 : 5월 26일(금) 오후 7:00시 
장소 : 광화문 뒷골목 밥상머리 2층(세종문화회관 뒷편 : TEL 02-723-0288) 

이십여 분 정도가 게시판에 글을 남기고 메일을 주셨습니다. 오히려 외국에 나가 계시는 분들이 메일주시며 참석하지 못해 서운하다고도 하셨습니다. 그 동안 저에게 메일을 주시며 격려하셨던 분들이나 댓글로 성원해 주셨던 분들, 날카롭게 비판하셨던 분들이 모두 참석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그 동안 조용히 그리고 꾸준하게 읽으셨던 분들도 이번 기회에 한 번 뵈었으면 합니다. 

편하게 나오셔서 삼겹살에 소주 한 잔 하자는 것 외에는 다른 일은 없습니다. 흉금 없이 제가 보지 못한 시각에서 본 <단장기>에 대한 평도 듣고 싶은 마음입니다. 물론 메일이나 답글을 주시지 않고 참석하셔도 무방합니다. 

비용은 그 동안 오마이뉴스에서 단장기를 연재하면서 받은 원고료와 여러분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셔 주셨던 '좋은 기사 원고료'로 충분할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의 참석을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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