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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먼타임스
국회의원 아내를 둔 남편들은 보통 일하는 아내가 있는 가정의 남편보다 훨씬 힘들다. 새벽부터 밤늦도록 바쁘게 뛰어다니며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아내를 위해서는 각별한 외조법이 필요할 듯. 국회에서 이름난 외조 남편들. 국회의원 아내를 위한 세 남자의 특별한 외조법을 들여다봤다.

부부 국회의원으로 화제를 모은 이경숙 의원과 남편 최성규 의원. 같은 일에 종사하다 보니 이 의원에 대한 남편 최씨의 외조법은 아내를 ‘터치’하지 않는 독립형. 여성평우회, 여성민우회, 여성단체연합 대표 등을 역임한 이 의원은 여성운동가 출신답게 남편과의 의정생활에서도 평등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남편 최 의원은 전북 김제·완주 선거구에서 당선됐고, 부인 이 의원은 비례대표로 금배지를 달았다. 열린우리당에 소속된 당내 모임도 다르다. 이 의원은 유시민 의원 등 개혁당 출신 의원들이 주도하는 참여정치연구회에 소속되어 있고, 최 의원은 친 김근태 인물로 구성된 국민정치연구회에 가입되어 있다. 물론, 민감한 정치 현안에서도 각자의 목소리를 낸다. 2004년 이라크추가파병안을 두고 이 의원은 ‘반대’, 최 의원은 ‘찬성’을 던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을 엄격하게 구분하는 것도 남편 최 의원의 외조법. 공식 석상에서는 반드시 ‘이 의원’이라고 부르고, 출퇴근도 따로 한다. 하지만 서로의 의정생활에 도움이 되도록 손발이 맞는 부부공조를 보여줘 주위의 부러움을 사곤 한다.

이 의원은 여성가족위, 문화관광위원회, 최 의원은 산업자원위원회에 속해 있다. 이 의원은 학교교육시설에 대한 전기요금감면혜택을 영유아 보육시설에까지 확장하자고 주장했다. 이때 산자위 소속 남편은 산자부를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아내의 의지에 힘을 보탰다.

이처럼 서로 소신을 갖고 행동하되, 때론 힘을 보태는 동지사이다. 2005년 11월, 최 의원이 발의한 ‘쌀값인상촉구결의안’에 이 의원이 동참했고, ‘양극화 해소’와 ‘선진복지구현’을 위한 ‘민주개혁지도자회의’에도 함께 준비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서혜석의원의 남편 이종범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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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혜석 의원의 남편 이종범씨의 외조법은 솔직한 ‘글발’로 아내의 홍보를 자임하는 홍보형. 이씨는 한국이스라엘 산업연구개발재단에서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그는 의정생활 1주년을 맞이하는 아내에게 4편의 글을 선물했다. 글 속에는 ‘비정치적’이었던 아내가 정치인이 되겠다고 발표했을 때의 일화와 아내가 억울한 사건에 연루된 일, 인간 서혜석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글을 통해 그는 “국회의원에 대한 편견과 오해도 씻는 기회를 가졌다”고 털어놓았다.

아내의 정계 진출 결심을 두고 가족들이 ‘침 튀기며’ 벌인 가족토론은 이씨의 외조가 홍보를 넘어 엄격한 감시자의 역할까지 맡고 있음을 보여준다. 서 의원이 정치인이 된다고 했을 때, 딸을 제외하고 다른 가족들은 일제히 반대했다. 토론 끝에 가족들은 몇 가지 정치인으로서 가져야 할 원칙을 만들었다. ‘이상한 돈은 절대 받지 않고, 쓰지도 않는다.’ ‘아들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어떤 경우에도 아들 이름이나 신상은 공개하지 않는다’ 등이다.

그러나 항상 감시자의 역할만 하는 건 아니다. 억울한 누명을 쓰거나 국회의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싸잡아 비난을 받을 때는 당사자보다 가족들이 더 화를 내고, 아내에게 힘을 북돋아준다. 라디오나 TV에서 아무 근거 없이 국회의원을 싸잡아 욕할 때는, “당신들보다 깨끗하고 정직하다!”고 외친다. 이씨가 홍보가로 당당히 나선 것은 부인이 소신을 지켜나갈 수 있게 밑거름이 되겠다는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혜훈의원의 남편 김영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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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훈 의원의 남편 김영세씨의 외조법은 바깥일을 잘하도록 양육과 가사일에 신경 쓰는 ‘아내형’. 그는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의정활동에 여념이 없는 아내보다 세 아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다. 주말에 몰리는 지역구 행사에 바쁜 아내를 대신해, 세 아들에게 아침을 먹이고 놀아주고 밀린 공부를 봐주는 것은 그의 몫이다. 틈틈이 자녀들의 학교 학부모회의에도 간다.

아내 역할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인 것은 2002년 안식년을 맞아 미국에서 보낸 1년간의 육아 경험 때문. 당시 대선캠프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선거운동을 돕던 아내를 서울에 두고, 아들 셋과 미국으로 갔다. 그곳에서 말 그대로 아이 셋을 먹이고, 입히고, 가르치며 육아를 체득했다.

다른 남편보다 아내의 의정생활을 더 잘 이해하는 데는 아버지의 영향도 크다. 김 교수의 부친은 4선 의원을 지낸 김태호 전 의원. 김 교수는 곁에서 아버지의 모습을 지켜봤기 때문에 의정활동이 어떤 것인지 누구보다 잘 안다. 엄마의 빈자리에도 불구하고, 아빠의 사랑을 먹고 씩씩하게 잘 자라주는 자식들. 그들이 김 교수에게는 국회의원 아내를 외조하는 힘겨움을 잊게 하는 힘의 원천이다.

"국회의원 아내가 별건가요"

여성들의 정계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국회의원 아내를 둔 남편도 늘어나게 됐다. 그러나 여전히 정치인 아내는 낯선 모습. 최근 5·31지방선거에서 남편들의 적극적인 ‘외조형’선거활동이 유권자들의 눈길을 끌면서 시대의 변화가 엿보인다.

아내의 유세차량에 ‘외조’라고 적혀진 스티커를 붙이고 당당히 선거운동에 나서는 남편이 있는가하면, 아내의 수행비서 역할까지 자처하며 명함을 돌리는 남편들도 심심찮게 만나볼 수 있다.

30대 기혼 남성들을 대상으로 “아내가 국회의원이 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돌발 질문을 던졌다. 결과는 주부남편을 자처하는 사람부터 국회의원 아내의 이미지와 인맥을 관리하겠다는 ‘적극형’ 남편까지, 외조를 펼치겠다는 대답이 많았다. 국회의원 아내를 위한 외조에 ‘반대’하는 남성은 한 명도 없었다.

건설회사에서 소방 업무를 담당하는 박경환씨는 “직장에 사표를 내고 ‘주부남편’으로 변신해 외조하겠다. 살림에서부터 정책 제안, 여론 수렴까지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박씨는 “부부 중 더 활동적인 사람이 바깥일을 하고 한쪽이 보조하는 역할을 하는 게 좋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문화기획 회사에 근무하는 서대식씨는 “아내의 이미지 관리와 인맥 형성을 위해 스스로 사회봉사활동에 나서고, 커뮤니티 활동을 하면서 지원하겠다”며 ‘적극적 외조형’을 자처했다.

“국회의원 아내는 자랑스런 존재”라는 답도 나왔다. 출판사에 다니는 30대 중반 이석호씨는 ‘본인의 전문 경험을 토대로 외조를 펼치겠다’고 답했다. 그는 “국회의원은 더 큰일을 하고 바쁜 사람이므로 자랑스럽게 느껴질 것이므로 당연히 의정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며, “지역구 관리까지 공개적으로 지원하기에는 부담스럽지만 간접적인 방식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유통업에 종사하는 최민기씨는 “국회의원이라고 특별할 게 있나?”라고 반문하면서, “국회의원 아내를 위한 특별한 외조가 필요하지 않고 평범하게 지내는 것이 돕는 것이다”라고 답했다. 정보통신업체에서 일하는 김민규씨 역시 국회의원은 직업일 뿐, ‘국회의원 아내를 두는 게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고 말했다.

직장일로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바쁜 아내와 사는 지금처럼 “대신 덜 바쁜 사람이 집안 살림을 맡는 게 당연하므로 가사 분담으로 외조하겠다”고 답했다.

이동통신회사에 근무하는 양현진씨는 “아내의 직업을 인정하겠다. 아내가 국회의원이라고 전혀 부담될 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외조법에 대해 “뉴스를 같이 보면서 정치토론을 벌이고, 정책도 제안하겠다. 내가 다니는 회사 사람들의 여론을 전달해주겠다”고 답했다.

‘돌발 질문’에 응한 남편들은 국회의원 아내를 특별히 부담스러워하지 않았다. 국회의원이라는 직업도 여성의 일자리 중 하나로 당당히 자리 잡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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