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운동원마저 위축되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마치 우리가 죄인이 돼 버린 것 같다"
'박근혜 대표 피습사건'으로 한나라당 '텃밭'인 대구경북(TK)지역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가뜩이나 선거 초반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열린우리당 후보들은 참담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으로 인해 격앙된 민심이 열린우리당 후보들에 대한 물리적인 위해로 이어지지나 않을까라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구지역 열린우리당 후보들은 분위기 쇄신을 위해 제2의 출정식을 치르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열린우리당, 분위기 쇄신 나섰지만...
이재용 대구시장 후보 등 열린우리당 대구지역 지방선거 후보 20여명과 선거운동원 등 50여명은 22일 오전, 대구 신암선열공원(동구 신암동 소재)에서 공식 선거전 이후 두번째로 5·31 지방선거 출정식을 열었다.
자리를 함께한 열린우리당 후보들은 선열공원 단충사에서 분향을 한 후 참배하고 성명을 통해 이번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열린우리당 후보들은 "우선 박 대표의 빠른 쾌유를 빈다"면서 "이번 사건은 결코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될 불행한 일로써 철저한 수사를 통해 배후 여부 등이 한 점 의혹없이 밝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어떤 후보자나 정당도 이번 사건을 정략적으로 이용해서는 절대 안된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과거를 반성하고 책임 정치, 정책 정당의 모습을 갖추는 전기로 삼도록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출정식은 공식적으로는 박 대표의 빠른 쾌유를 밝히는 자리이기도 했지만 사실 잇따라 터지는 각종 난제를 피해가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나온 것이었다.
지역의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선거 초반부터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박 대표 사건으로 후보들 사이에서 마저 선거전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제2출정식은 이런 상황에서 흐트러진 전열을 정비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치 않다. 일단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와 특히 박 대표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TK지역에서 이번 피습 사건은 단순한 정치적 이슈의 의미를 넘어서 그나마 관망하고 있던 지역 민심에도 불을 지핀 격이 됐기 때문.
이러한 분위기는 열린우리당의 후보자나 선거운동원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열린우리당 소속 한 구청장 후보는 "무엇보다 후보자나 선거운동원들의 심리적 위축이 가장 큰 문제"라며 "정당 지지도에서 열세인 상황에서도 상승하는 분위기가 있기도 했지만 이제는 선거 결과에 대해 위기감을 느끼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선거 캠프의 심리적 위축이 가장 큰 문제
한 구의원 후보는 "피습 사건 이후 선거운동을 하다보면 상대 후보진영에서 유권자들에게 칼로 얼굴을 긋는 흉내를 낸다"면서 "마음도 섬뜩하지만 열린우리당 선거운동을 하는 것이 가해자가 된 기분마저 들게 한다"고 착잡한 마음을 드러냈다.
시민들의 반응도 냉담하다. 열린우리당의 한 시의원 후보는 "선거운동을 하다보니 유권자들이 '당신은 (박 대표 피습사건) 뉴스도 안 보냐'며 비아냥을 하기 일쑤"라고 시민들의 반응을 전했다.
열린우리당은 이러한 분위기 속에 전통적인 한나라당 지지층이 결집하고 부동표마저 한나라당으로 쏠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따라 열린우리당은 사건 발생 다음날인 21일 오후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긴급기자회견을 연데 이어 같은날 밤에도 대책회의를 갖고 악화된 민심을 회복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일단 22일 하루동안 유세차량을 이용해 선거 로고송을 트는 선거운동 방식을 금지하고, 유세를 하는 경우에도 박 대표의 쾌유를 비는 것을 우선시하는 등 격앙된 민심을 달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특히 박 대표에 대한 피습사건이 한나라당과 박 대표 지지자들에 의한 열린우리당 후보에 대한 위해로 이어지지나 않을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열린우리당은 광역단체장 후보 사무실에 24시간 상황실을 설치하는 등 만반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 | 지역정가 '박근혜 피습' 후폭풍에 촉각 | | | | 박근혜 대표 피습사건이 5·31 지방선거에 파장을 몰고온 가운데 여당뿐 아니라 대구경북지역 민주노동당, 무소속 후보 등도 이번 사태의 후폭풍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후보들은 사실상 박 대표 피습사건에 대해 경악스럽다는 반응을 일제히 보이면서도 정책선거 기조가 흔들리지 않을까 내심 우려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연재 민주노동당 대구시장 후보는 21일 논평을 내고 "민주노동당은 평화를 지향하는 정당으로서 박 대표에 대한 테러사건에 커다란 유감을 표한다"면서 "형용할 수조차 없는 큰 충격을 받았을 박 대표의 안정과 쾌유를 빌어마지 않는다"고 밝히고 관계당국의 철저한 수사와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한나라당의 대안세력으로 무소속 바람을 일으킨다는 전략으로 한나라당 지지층의 이탈표를 기대했던 무소속 후보들도 이번 사태로 표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되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대구지역 무소속 연대를 이끌고 있는 백승홍 대구시장 후보는 사건 발생 후 연달아 논평을 내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백 후보는 "한나라당이 이번 사건을 정략적인 소재로 삼으려는 시도는 자제해야 한다"면서 "지역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에서 시민들은 감성보다는 이성에 따라 투표해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충격 속에서도 정치적 배후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면서 열린우리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한나라당 대구시당과 경북도당은 지난 21일 안택수 대구시당 선거대책위원장 등 국회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대책회의를 열었다.
또 같은날 오후 6시 대구시당 주차장에서 한나라당 후보자 137명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박근혜 대표 쾌유 기원 및 정치테러 진상규명'을 위한 촉구대회를 열었다. 이날 시당 사무실 앞에는 '박근혜 대표의 쾌유를 기원합니다'는 문구의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