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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에 배불리 먹은 사냥꾼들은 잡은 영양을 불 가까이에 두고 풀로 덮어놓고서는 잠이 들었다. 사냥꾼들은 따로 불침번을 두지 않더라도 짐승들이 영양의 시체를 노리고 모여든다면 그 즉시 일어나 가까이에 든 불쏘시개에 불꽃을 붙여 들고서는 언제든지 맞서 싸울 태세가 되어 있었다. 게다가 그곳에 오래 산 짐승들의 대부분은 어두운 밤중의 밝은 불빛은 인간들의 상징이라 여겨 함부로 범접하지 못했다.

-사아악

멀찍이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것을 알아차린 건 9명이 거의 동시였다. 그 만큼 상대방은 몰래 접근한다고 보기에는 움직임이 서툴렀다. 사냥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불쏘시개에 불꽃을 받아 들고서는 긴장을 늦추지 않고 침입자를 대비했다. 소리가 나는 방향은 아주 명료했기에 경험 많은 사냥꾼들은 그리 당황해하지는 않았다. 풀을 밟는 소리는 점점 가까워져 왔고 마침내 상대방은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침입자의 모습을 확인한 사냥꾼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것은 지금껏 보아왔던 어떤 짐승들과도 모습이 달랐다. 두발로 걷는 동물이었지만 드물게 마주치는 커다란 원숭이와는 체구부터가 달랐고 그렇다고 작달막한 원숭이 보다는 더 컸다. 그것은 전혀 털이 없었고 손에는 이상한 빛을 내는 횃불을 들고 있었다.

-크악!

이락이 큰 소리와 함께 손에 든 횃불을 휘둘러 상대를 위협했다. 놀란 상대는 크게 뒤로 물러나며 새된 목소리로 비명을 질러 대었다.

-이라라라악

그것은 사냥꾼들이 알고 있는 범주 내에서 처음 들어보는 소리였다. 하지만 횃불에 겁을 내는 것을 보아서는 다른 짐승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이락이 다시 다가서자 그 짐승은 손에 든 횃불을 놓치고서는 부리나케 도주해 그 모습을 감추었다.

사냥꾼들은 마치 악몽을 꾼 듯한 기분이었다. 이락은 짐승이 놓고 간 이상한 횃불을 조심스럽게 집어 들었다. 횃불의 불빛은 사냥꾼들에게 정말로 이상하게 보였다. 그것은 어찌 보면 마치 달빛과도 닮아 보였고 매우 환하면서도 곧게 비치었다. 더욱 이상한 것은 아무런 열기를 느낄 수 없었다는 점이었다. 이락은 조심스럽게 이상한 횃불의 불빛에 손을 대어보았다.

-우!

놀란 사냥꾼들이 동시에 소리를 질렀지만 이락은 불빛에 손을 댄 채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그것은 신기하게도 빛을 내면서도 아무런 열기도 내지 않고 있었다. 사냥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횃불에 손을 대어 보았고 심지어 오시는 그 불빛을 얼굴에 대어서 다른 사냥꾼들을 기겁하게도 만들었다.

사냥꾼들의 이런 여유로움은 오래가지 못했다. 또다시 풀숲 속에서 불빛과 함께 움직임이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이번은 하나가 아니었다.

-적어도 셋

분명 아까 도망쳤던 짐승이 자신의 패거리를 이끌고 온 것이었다. 그래도 이쪽이 숫자는 더 많았고 상대의 불꽃은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 다는 사실을 터득한 바였기에 사냥꾼들은 자신만만하게 횃불을 부여잡고 짐승들이 모습을 드러내기를 기다렸다. 순간 밝은 불빛이 제일 앞에 선 사냥꾼의 눈을 부시게 했다.

-우억?

그와 동시에 새하얀 불꽃이 그 사냥꾼의 몸을 덮쳤고 그는 비명도 못 지른 채 그 불꽃에 몸이 두 토막이 나서 땅에 내동댕이쳐졌다. 이락은 무섭게 소리를 내지르며 나무위로 대피할 것을 지시했다.

-피이익!

하얀 불꽃은 연이어 사냥꾼들을 덮쳤고 그때마다 정확히 그들의 몸을 두 토막 냈다. 이락은 도무지 상대방을 짐작조차 할 수가 없었다. 오로지 몸이 반응하는 것은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뿐이었다. 한 사냥꾼이 나무에 오르자마자 그 불꽃은 나무까지 치달아 올라 사냥꾼과 나무를 동시에 두 토막 내었다.

-꽤액!

무시무시한 비명소리가 밤하늘을 뒤덮었다. 불덩이가 되어 쓰러지는 나무를 가까스로 피한 오시가 땅에 납작하게 엎드려 부들거리자 이락은 그를 안아들어 부축하고서는 무작정 뒤로 달음박질쳤다. 이락의 뒤에서는 밝은 불꽃이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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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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