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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기호는 요지경, 1, 2, 3, 4…도 부족해 이젠 1-가, 2-나까지.
선거기호는 요지경, 1, 2, 3, 4…도 부족해 이젠 1-가, 2-나까지. ⓒ 최육상

평소 정치에 관심이 많다는 황형욱(36)씨. 그는 요즘 선거를 보면 도무지 뭐가 뭔지 모르겠다고 푸념한다. 특히 '1-가' '1-나' '2-가' '2-나'는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가 없다고 한다.

선거 기호에 대해 의문을 갖는 이는 황씨뿐만이 아니다. 몇몇 유권자에게 확인한 결과 선거 기호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두 명 출마했는데 기호 1번과 기호 6번?] "1~5번은 고정"

시장·도지사·구청장·군수 등을 뽑는 광역·기초단체장과 시·도의원을 뽑는 광역의원 선거는 정당 추천의 경우 국회 다수의석 순으로 1, 2, 3, 4, 5번 순으로 표기되고 무소속의 경우는 후보자 성명의 가나다순으로 배정받는다.

예를 들어 서울시장 선거의 경우 의석 순에 따라 열린우리당 1번, 한나라당 2번, 민주당 3번, 민주노동당 4번, 국민중심당 5번, 시민당 6번, 한미준 7번이고 무소속 후보가 8번이다.

1~5번까지의 기호는 후보자를 내고 못 내고 상관 없이 전국에서 공통적으로 사용된다. 국회의원을 한 명 이상 보유한 다섯 정당의 고유 번호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전북 순창군수 선거의 경우 출마 후보자는 2명인데, 열린우리당 후보가 1번이고 무소속 후보가 6번이다. 2번~5번에 해당하는 정당후보자가 없더라도 무소속 후보는 이 기호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 '1-가' '2-나'는 또 뭐야?] "기초의원은 같은 정당에서 여러 후보"

그러나 구의원과 군의원을 뽑는 기초의원 선거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광역·기초단체장과 광역의원은 한 선거구에 1명만을 뽑는 소선거구제인데 반해 기초의원은 한 선거구에서 2명에서 3명을 뽑는 중대선거구제이기 때문이다.

현행 기초의원 선거도 정당 추천의 경우 국회 다수의석 순으로 1, 2, 3, 4, 5로 기호가 정해지는 것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한 선거구에서 여러 사람을 뽑다 보니 같은 정당에서 여러 명의 후보자가 출마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래서 나온 기호가 1-가, 1-나, 2-가, 2-나 등의 기호이다.

원래 선거구를 정할 때 기초의원의 경우 4명씩 선출하자고 뜻을 모았었다. 이는 지역기반이 약한 정당이라도 다양하게 의회에 진출해 기초의원만이라도 여러 당이 함께 참여하자는 의도였다.

하지만 정치권은 여러 차례 논의를 거쳐 선거구별로 2~3명을 뽑는 것으로 최종 결정했다. 그 바람에 지역에서 강세를 보이는 정당이 같은 선거구에 여러 명의 후보자를 출마시키는 등 원래 취지가 빛을 바라고 있다.

예를 들면, 서울 영등포구 대림1동의 경우 구의원은 1번부터 11번까지의 후보가 있는 가운데 2-가, 2-나 등 한나라당 후보 2명을 포함 총 12명이 출마했다. 이 중 득표 순에 의해서 3명의 구의원을 뽑는다. 같은 당에서 2명이 출마하게 된 배경이다. 경상도와 전라도 지역일수록 이같은 경우가 더 많다.

부산에서 일 때문에 서울에 잠시 올라 왔다는 한수정(35)씨는 "부산에서는 현수막 기호가 '2-가' '2-나'가 많던데 지금도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며 "가뜩이나 출마 후보자들도 많은데 기호까지 복잡해 누가 누군지 정말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대림1동이 포함된 선거구에 기초의원을 출마시킨 민주노동당 영등포구위원회 김정순 사무국장은 "선거구에서 3명을 뽑는 것은 다양한 정당이 참여하자는 의도였는데, 한 당에서만 2명이 출마했다"며 "같은 정당 후보자들이 표를 분산시키면 모두 떨어질 수도 있지만, 거꾸로 모두 당선될 수도 있는 등 현재의 정당 구도에서 소수 정당이 기초의회에 진출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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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순창군 사람들이 복작복작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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