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차량에서 흘러나오는 로고송, 마이크를 잡고 공약을 발표하는 사람 - 우리가 선거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풍경 중에 하나다. 이처럼 홍보차량은 선거운동에 매우 중요한 요소. 때문에 출마하는 사람들은 너나없이 어느 후보 차량이 더 크고 좋은가, 어느 후보 차량의 비디오·오디오 장치가 더 멋지고 큰가 하는 문제를 가지고 신경을 바짝 쓰게 마련이다.
하지만 여기 색다른 선거홍보차량이 있다. 우리가 흔히 주위에서 볼 수 있는 가스 배달 차량에 그저 플래카드 정도 걸어놓은 수준이다. 필수요소라 생각할 수 있는 확성기도 없는, 도무지 홍보차량이라고 하기엔 수준 미달인데….
"지난 총선 때 주민들이 시끄럽다는 말을 많이 하고 교통장애를 호소하는 것을 느꼈기에 이번에 저는 확성기 장치도 안하고 가지고 있는 배달차량을 활용하게 되었습니다."
순천시 기초의원 라 선거구(덕연, 풍덕)에 출마한 김유옥 민주노동당 후보는 홍보차량이 특이하다는 얘기에 나름대로의 이유를 설명한다. 2004년 총선 때 한 차례 출마 경험을 갖고 있는 김 후보이기에 선거기간 주민들이 무엇을 원하고 또 불편해 하는지를 잘 알고 있는 듯했다.
김 후보가 가스 업을 시작한 것은 지난 97년부터라고 한다. 공단에서 어렵게 직장생활을 하다보니 커가는 아이들 뒷바라지 하기가 벅찼던 것. 가지고 있던 가스면허증을 활용하여 가스배달업을 시작했다고 하는데, 성실하게 일하다보니 이제는 형편이 조금 나아졌다고 말한다.
자신이 어려웠던 만큼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고자 한다며 자신이 당선되면 소외된 계층의 삶의 질 향상에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유세차량에 오른다.
김 후보의 유세차량을 따라 시내를 한 바퀴 돌다보니 역시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엔 서너 대씩의 유세차량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고, 음악에 맞춰 선거운동원들은 율동을 차량연단에서는 목청껏 연설을 해대는 진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조용히 명함을 들고 차에서 내린 김 후보, 상인의 손을 잡으면서 "김유옥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라는 말 한 마디 남기고 또 가스배달 홍보차량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