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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야와 달마대사
호야와 달마대사 ⓒ 한명라
별처럼 생긴 모양과는 다르게 향기는 그리 아름답지만은 않은, 조금은 독특한 향을 지닌 별꽃은 매년 봄부터 여름내내 피고 지기를 반복하면서 저에게 커다란 즐거움을 선사하고는 했습니다.

그 별꽃의 정확한 이름이 '호야'라는 것을 알게 된 시기는 지난해 봄이었습니다.

비좁은 화분에 두개의 새끼를 친 군자란이 안타까워 보여서 분갈이를 해 달라고 꽃집 아저씨께 맡겼는데, 늦은 저녁 화분을 가져 온 아저씨께 저 별꽃의 정확한 이름이 무엇인지 여쭈었더니 아저씨는 대번에 '호야'라고 알려 주었습니다.

몇년동안 제 마음대로 '별꽃'이라고 불러왔던 꽃이 '호야'라니 왠지 꽃의 생김새와 꽃의 이름이 전혀 어울리지 않다는 생각에 '호야'라는 이름이 제 마음에 자연스럽게 와닿기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며칠 전 저는 무수한 꽃봉오리를 맺고 있는 호야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다음에 활짝 핀 모습과 비교해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에 카메라에 담아 두었습니다.

별처럼 고운 호야가 달마대사와 친구가 되었습니다.
별처럼 고운 호야가 달마대사와 친구가 되었습니다. ⓒ 한명라
두 눈을 부릅 뜬 듯한, 무뚝뚝한 모습을 지으려고 애써 노력하는 달마대사의 얼굴은 처음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똑같은 모습일테지만, 활짝 핀 호야 앞에서는 좀 더 부드럽게 느껴집니다.

아끼던 화분을 저에게 반강제로 빼앗긴 넷째 언니네 가족은 결국 2003년 4월에 다른 시댁식구들과 함께 미국으로 떠났습니다. 그리고 언니네 가족이 떠나간 지 벌써 만3년이 지났습니다.

우리집의 열두 남매 중에서 유일하게 외국에 나가서 살고 있는 넷째언니. 그 언니네 집에서 가져 온 화초들이 꽃을 피울 때면 유난히 넷째언니의 안부가 궁금하고, 보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해마다 이른 봄이면 화사한 웃음을 터트리는 군자란. 겨우내 소리없이 숨죽이고 있다가 5월이면 동시에 별꽃 웃음을 한꺼번에 쏟아놓는 호야. 지난 해에는 좀처럼 만나기 쉽지않은, 청초한 느낌의 산세베리아꽃까지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올 봄, 모녀가 나란히 화사한 웃음을 보여 주었던 군자란
올 봄, 모녀가 나란히 화사한 웃음을 보여 주었던 군자란 ⓒ 한명라

해마다 우리집 거실을  밝혀주는 별꽃 '호야' (지난해 사진입니다.)
해마다 우리집 거실을 밝혀주는 별꽃 '호야' (지난해 사진입니다.) ⓒ 한명라

청초한 모습과 은은한 향기를 선물해 주었던 산세베리아꽃
청초한 모습과 은은한 향기를 선물해 주었던 산세베리아꽃 ⓒ 한명라
저에게는 넷째형부처럼, 남이 내다버린 죽어가는 화초까지 살려내는 남다른 재주는 없습니다. 하지만 넷째언니가 준 화초를 가꾸면서, 죽어가는 화초까지 건강하게 살려내기 위하여 온갖 정성을 쏟아 부었을 넷째형부의 화초에 대한 사랑을 감히 헤아려보기도 합니다.

올해에도 변함없이 작은 꽃망울을 활짝 터트린 호야를 보면서, 제 작은 정성의 수만배의 즐거움으로 되돌려주는 화초들의 푸짐한 인심과 넉넉한 여유를 느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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