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아파트의 분양원가에 해당하는 50개 항목 공사비 공개가 2002년 9월 26일부터 의무 조항으로 규정돼 있었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24일 "주택법상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아파트 분양원가에 해당하는 총 사업비와 공종별(공사종류별) 총공사비 내역을 사실대로 공개할 의무를 부여했음에도, 단체장들이 법을 지키지 않아 공개조차 않거나 엉터리로 공개해 분양가가 폭등했다"고 주장했다.
현행 주택법 제24조 및 시행령 제26조 제2항과 건설교통부 고시 '주택건설공사감리자지정기준'에 따르면 자치단체장은 감리자 모집공고를 낼 때 '총사업비 산출 총괄표(16개 항목)'와 순공사비(48개 항목), 일반관리비, 이윤이 포함된 '공종별 총공사비 구성 현황표'를 반드시 포함시켜 공고하도록 의무화돼 있다.
민간아파트가 소비자들에게 분양되는 과정은 크게 사업계획단계 → 감리자 지정단계 → 분양단계로 구분되며, 승인권한은 전적으로 기초·광역 자치단체장에 있다.
심상정 의원은 "서울시 구청장을 비롯한 수도권 지자체가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의무와 분양승인권한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부풀려진 분양가는 2000년 이후에만 2조원에 이른다"면서 "한나라당은 지난 4년 동안 지방자치단체장 10명 가운데 7명을 차지하는 등 명실상부한 지방정부의 주체 세력인 만큼 분양가 폭등의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심 의원은 이어 "참여정부는 총선 공약이었던 분양원가 공개를 포기했고, 관계부처는 현행법으로도 분양원가를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하는데도 이를 위해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면서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분양원가 공개를 바라는 국민의 여망을 무시하고 아파트 값을 치솟게 한 주범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고 정부와 여당을 비판했다.
이에 대해 건설교통부는 "감리자 공고시 공개되는 가격은 예정 공사비에 불과하기 때문에 원가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지자체의 승인 과정에서 공개된 공사비가 부풀려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담당 사무관은 "부풀려진 가격을 신고해서는 안 된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처벌조항이 있느냐는 질문에 담당 사무관은 "그 부분은 구체적으로 찾아봐야 알 수 있다"고 정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심상정 의원은 "앞으로 관련 법을 재검토해 분양원가 공개 의무를 지키지 않아도 처벌조항이 없는 현행법을 고치도록 제도개선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참여정부는 2004년 총선공약으로 분양원가 공개를 약속했다가 노 대통령의 제동으로 분양원가 공개는 무산됐다. 이후 정부는 시민사회단체 요구와 법원의 원가공개 판결이 잇따르자 올 2월부터 택지비, 직접공사비 등 7개 항목의 추정 원가를 공개하도록 법을 개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