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덕여대 총학생회 소속 학생 10여 명은 26일 낮 12시부터 27일 오후 2시 현재까지 이틀째 본관 2층 총장실과 부총장실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점거 학생들은 ▲손봉호 총장 등 주요 보직자들의 퇴진 ▲등록금 재책정 및 부당 인상분 반환 ▲학생 요구안 실현을 요구하고 있으며, "전체 학생총회에서 나온 안건을 전달했으나, 학교 쪽은 답변을 회피했고 계속해서 학생 자치를 탄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총학생회와 학교 쪽은 학기초부터 등록금 인상과 학보사 탄압, 이주미 교수 채용보류, 총학생회 선거 논란 등 학내 현안을 둘러싸고 충돌을 빚어왔다.
문수연 총학생회장은 "더 이상 총학생회를 탄압하고 독선을 일삼는 손봉호 총장을 인정할 수 없어 이 공간을 학생들이 사용하기로 했다"며 "요구안이 실현되지 않으면 점거 농성을 풀지 않겠다"고 말했다.
학교 쪽은 총학생회측에 점거를 풀고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자고 설득하고 있지만, 학생들은 총장과의 직접 대화를 요구하며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김태준 부총장 등 교수 10여 명은 26일 저녁부터 총장실 앞에 의자 등으로 바리케이드를 치고 외부인의 출입을 막으면서 학생들과 밤새 대치했다.
특히 26일 밤 여러 언론사의 취재가 시작되고 일부 교수와 학생들이 카메라로 현장 상황을 촬영하자, 학교 쪽 관계자가 이를 제지하면서 고성이 오가고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날 농성장을 찾았던 동덕공투위 집행부는 학교 쪽의 바리케이드에 막혀 발길을 돌렸다.
학생들은 이날 학교 쪽에서 본관 2층의 전기를 끊는 바람에 손전등과 촛불을 켜놓고 밤샘 농성을 이어갔다.
이에 대해 학교 쪽은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는 기밀 문건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전기는 27일 새벽 1시40분께 들어왔다.
27일 오후 2시 현재 총장실 안에는 10여 명의 학생들이 문을 걸어 잠그고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총장실 밖에는 농성 중지를 요구하는 교수들과 총장실을 막고 있는 총학생회 소속 학생들 등 50여 명이 대기하고 있다.
한편, 손봉호 총장은 학생들이 총장실 점거에 들어가자 이날 총장실 바로 맞은편 미팅룸에서 긴급 교수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 오후 5시15분께 학교를 나갔다.
김태준 부총장은 "총장 퇴진을 요구하려면 중대한 비리의 발생 등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되는 것 아니냐"며 "무턱대고 '니가 싫으니 물러나라'는 식의 무리한 요구는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김 부총장은 "총학생회 선거가 제대로 치러졌는지 여부가 학생 자치에 매우 중요하다"면서 "총학생회 스스로 투표 용지를 받아간 학생이 3425명이라고 밝혔지만 실제 선거인명부에 도장이 찍힌 것은 3369명이었다"고 선거 부정 의혹을 거듭 제기했다.
또 김 부총장은 "투표한 학생 2100명에게 확인한 결과, 선거인명부에 도장 대신 서명을 했다는 학생이 794명이었지만 실제로는 100% 도장이 찍혔다"며 "총학생회에 해명을 요구했지만 아직까지 해명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선거인명부 조작에 따른 선거부정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이외에도 이양희(전 총장직무대행) 교수는 "농성 학생들에게 교수들이 대화로 문제를 풀자고 하는데도 학생들이 거부하고 있다"면서 "교육환경 개선 요구가 아닌 무리하게 손봉호 총장 퇴진을 외치는 학생들을 보면 슬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