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모님 세대와 비교한다면 각 부모가 맡아 키우는 아이들 숫자는 줄어들었고 각종 교육 프로그램이나 양육법 등은 발전했고 무엇보다 교육비 지출은 크게 늘어났다. 그러니 아이들 키우는 일이 좀 더 쉬워졌어야 하겠지만 요즘 엄마 아빠들이 느끼는 체감 난이도는 더 높아진 것 같다.
특히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하소연이 끊이지 않는다. 어려서는 제 멋대로만 하려고 하고 좀 더 커서는 TV나 컴퓨터만 끼고 있다가 사춘기로 접어들면 아예 부모 얼굴도 쳐다보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 최악의 시나리오면서 사실 자주 접하는 사연들이기도 하다.
이런 고민을 돕기 위한 다양한 대책도 등장했다. 통제 불능인 아이들을 '몰래 카메라'의 힘을 빌려 전문가가 고쳐주는 TV 프로그램들도 있고, 아이 버릇 고치는 방법을 담은 각종 책들이나 교육 프로그램들도 있다. 어린이·청소년을 전문으로 하는 심리 클리닉이 개업하는 경우도 자주 볼 수 있다.
‘어린이를 위한 심리학’이라는 소개를 달고 있는 <나 좀 내버려 둬!>가 눈에 띄는 이유는 이 책이 어린이 입장에서 ‘스스로 감정을 다스리는 법’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부모가 아이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하는 방향에서 접근했다면 이 책은 어린이를 주체로 놓고 자기감정을 파악하고 그것에 따른 행동을 조절하는 방법을 일러주고 있다. 감정을 다스리지 못해 문제 행동을 일으키는 아이들을 다뤄야 할 대상으로만 놓기보다는 아이의 입장에서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책을 찾는 시도는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내용들을 살펴보면,
-친구들이 놀려요(화)
-혼자 있으면 무서워요(무서움)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아요(좌절감)
-엄마 아빠가 싸워요(불안)
-발표하는 게 무서워요(긴장감)
-하고 싶은 것이 달라요(짜증)
-친구한테 미안한 일을 했어요(죄책감)
-할머니가 하늘나라로 가셨어요(상실감)
아이들이 좋아하는 학습만화 형식이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만화로 상황을 보여주고 원인을 살펴 본 다음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어떤 감정에 휩싸였을 때 몸, 생각, 행동으로 나눠 살펴보는 방식은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부모님들께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아이들에게 이 책 한 권 던져주고 끝내기보다는 책에 나오는 내용들을 함께 살펴보며 실천해 나갔으면 하는 점이다. 모든 교육이 그렇겠지만 어떤 교육 프로그램이나 비법 하나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 부모가 좋은 애착 관계를 가지고 서로 대화하면서 함께 풀어나가는 과정 그 자체가 중요하다.
버릇을 고쳐야 할 대상으로만 아이들을 보는 관점에서 벗어나 아이들 스스로가 감정을 다스릴 수 있는 주체임을 믿어 주면서 든든한 보호자요, 안내자 역할을 해 주는 것이 바로 부모 몫이리라. 적어도 자기가 다스리지 못한 감정을 아이들에게 떠넘기지 않는 어른이 되는 것은 최소한의 도리일 테고.
덧붙이는 글 | 기자는 국어능력인증시험(KET) 시행본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