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밀을 많이 심는 곳이 전남 구례) 경남 합천입니다. 그리고 이 두 곳에서 우리 밀을 지켜내기 않으면 우리 밀은 설 자리를 잃는 것과 같지요. 우리밀이 많이 심어져 있는 합천의 들녘은 다른 지역과는 달리 밀로 가득 차 있습니다. 합천군 초계면과 적중면 지역에 약 350㏊의 밀이 재배되고 있습니다.
우리 밀을 지켜야 한다는 농민들의 강한 의지가 ‘밀사리 문화 한마당’으로 이어졌습니다. 어쩌면 우리 쌀도 우리밀과 같은 신세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생깁니다. 모내기와 가을걷이를 하며 쌀을 지키자고 행사를 해야 하겠지요.
한때는 최고의 쌀로 대접을 받으며 부자들의 밥상에 오르던 미국산 쌀인 ‘칼로스’를 다들 아실 것입니다. 그 칼로스가 찬밥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두 달이 넘게 걸리는 유통과정에 있지요. 미국에서 우리나라까지 오는데 걸리는 시간입니다. 금방 찧은 우리 쌀과 비교가 되지 않지요. 밀도 마찬가지입니다. 몇 년을 버려두어도 벌레가 생기지도 않고 썩지도 않는 수입 밀에 대하여 궁금해 하지 않으셨나요? 이에 반하여 우리 밀은 금방 벌레가 생기거나 상하게 되지요. 왜 그럴까요?
'밀사리'는 덜 익은 밀을 꺾어다 불에 살짝 익힌 뒤 손바닥으로 비벼 껍질을 벗겨 먹었던 것입니다. 넘기 힘들다는 보릿고개를 넘기려는 수단으로 했던 것이지요. 아이들은 새로운 놀이를 발견한 것처럼 재밌어 합니다. 한때는 먹고 살기 위한 것이 이제는 놀이가 된 것이지요.
행사에 참석한 어른과 아이들은 허수아비 만들기, 새끼 꼬기, 자연염색하기, 감자구워먹기 등의 체험 행사와 투호던지기, 윷놀이, 널뛰기, 줄넘기 등의 민속놀이, 그리고 우리농산물과 수입농산물을 비교하여 보는 전시 마당 등을 통하여 많은 행사를 즐겼습니다.
참가자들은 ‘우리농산물살리기 결의문’을 채택하고, 농민과 도시의 소비자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대동놀이를 하며 흥겨운 잔치를 마무리하였습니다.
우리농산물살리기 결의문
오늘 우리는 생산자 농민과 소비자가 함께 손잡고 힘과 정성을 모아, 이 땅에서 사라져 버렸던 우리 밀을 되살려 낸 그 의지와 열정과 경험을 바탕으로 수입농산물의 홍수 속에서 심각한 위기에 놓여 있는 우리의 밥상과 우리의 농촌과 우리의 땅과 자연생태계를 지키고 살리기 위한 ‘우리농산물살리기 운동’에 다시 한 번 앞장설 것을 다짐하고 결의한다.
- 우리는 우리농산물을 살리는 일이 우리 모두의 고향인 농촌과 생명창고인 농업을 지키는 것이며, 우리 모두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최우선의 과제임을 깊이 인식한다.
- 우리는 최소한 쌀, 밀, 콩 등 주곡식량의 자급 없이는 인족생존과 국가의 안보가 보장될 수 없음을 인식하고 식량자급의 달성을 위해 적극 노력한다.
- 우리는 농촌 농업이 우리의 환경을 보존하고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보루임을 깊이 명심하고 땅을 살리는 농업을 바탕으로 안전한 농산물의 안정적인 생산을 위해 함께 노력한다.
- 우리는 유해한 수입농산물로부터 우리 가족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우리농산물 애용을 생활화한다.
- 우리는 국민의 뿌리인 농업과 농촌을 살리기 위하여 우리농산물을 보호 육성하는 활동에 앞장선다.
- 우리는 농촌과 도시의 상호교류를 통하여 농촌과 도시 사이에 믿음과 사랑을 바탕으로 서로 삶을 나누는 도․농공동체를 만들어 간다.
2006년 5월 28일
2006 우리 밀 밀사리 문화 한마당 참석자 일동
덧붙이는 글 | 밀사리 문화 한마당은 해마다 열립니다. 올해로 열번째가 되는데, 밀이 익어가는 5월 말경이면 합천군 초계면을 중심으로 열리게 됩니다. 아쉽게 올해 참가를 하지 못하신 분들은 내년을 기다려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