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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이종호
특정정당의 지방권력 싹쓸이를 막기 위한 열린우리당의 절박감이 '초당적'인 수준에 이르렀다.

송영길(사진) 의원은 "시장, 도지사 찍으면서 시·도 의원도 같은 소속 정당으로 '묻지마 투표'를 하지 말아달라"며 "열린우리당이 아니라도 좋다. 민주당, 민주노동당이라도 좋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를 이틀 앞둔 29일, 송 의원은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시도지사 선거와 시도의회 선거를 분리투표해 달라"고 호소했다. 다시 말해 도정, 시정을 감시하고 견제할 의회만은 같은 당에 투표를 하지 말아달라는 얘기다.

송 의원은 "특정정당이 싹쓸이하면 129조원에 달하는 우리 국민의 세금집행과 각종 개발, 인허가, 예산배정에 우리 주민들의 요구가 제대로 반영되기 어렵다"며 "서울, 경기, 인천 등의 광역의원들에게 연봉 5000∼6000만원이 지급된다"는 점을 들어 꼼꼼이 따져보고 투표하라고 호소했다.

다음은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129조원, 국민의 혈세 누가 감시하겠습니까?
- 시도지사 선거와 시도의회 의원 선거 분리투표 하여 주십시오. -

풀뿌리 민주주의를 위해 견제와 균형의 지방의회를 만들어 주십시오.
열린우리당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129조원의 우리 주민들의 세금 집행 누가 견제 감시할 것입니까?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이제 5.31 지방선거일을 이틀 남겨 두고 있습니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접한 민심을 통해 스스로를 돌이켜 보고 다시 한번 반성하고 있습니다. 싹쓸이를 막아달라는 말조차 제대로 수용되지 못할 정도로 우리당에 든 국민의 회초리가 매서움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심판을 겸허하게 수용하겠습니다. 오늘은 우리당을 살려달라고 표를 구걸하기 위하여 기자회견을 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을 떠나 한 지방자치단체에 속한 시민의 한사람으로서 호소하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시민여러분

여러분에 모두 각 후보자들이 정성들여 만든 홍보물이 도착했을 것입니다. 광역자치단체장은 물론 기초자치단체장들은 각종 텔레비전 토론, 시민단체토론, 지상토론을 통해 상대적으로 국민여러분들께서 판단할 수 있는 최소한 정보를 가지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시도의원이나 군,구의원의 경우 법정홍보물 이외에 누가 누군지 알기 어려운 상태입니다. 생활이 바쁘시더라도 투표하시기 전에 꼭 선거 홍보물을 꼭 읽고 투표해주시기 바랍니다.

시장, 도지사 찍으면서 시도의원도 같은 소속 정당으로 묻지마 투표를 하지 말아주십시오. 열린우리당이 아니라도 좋습니다. 민주당, 민노당이라도 좋습니다. 견제와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시도광역의회를 만들어주십시오. 특정정당이 시장과 시의원, 도지사와 도의원을 단순 과반수를 넘어 90%이상 장악한다는 것은 129조원에 달하는 우리 국민의 세금집행과 각종 개발, 인허가, 예산배정에 우리 주민들의 요구가 제대로 반영되기 어렵습니다.

올해부터는 시도의원, 지방의회의원에게 월급이 지급됩니다. 서울 경기 인천 등의 광역의원들에게 연봉 5000∼6000만원이 지급됩니다. 여러분이 운영하는 회사에 연봉 5000∼6000만원짜리 직원을 채용한다면 대충 느낌과 인상만으로 결정할 수 있겠습니까. 이력서를 꼼꼼하게 따져보지 않겠습니까.

현재 추세라면 지방은 말할 것도 없고 수도권을 보면, 서울시의원 106명(지역 96, 비례 10), 경기도의원 119명(지역 108, 비례 11), 인천시 의원(지역 30, 비례 3)중 거의 95-100%가 특정정당이 독점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방자치시대에 대통령이나 국회도 지방자치단체를 감시할 수 없습니다. 감사원도 인력이 부족합니다. 오직 시도의회만이 지방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4년동안 각종 인허가, 개발, 예산집행과정에서 부정과 부패, 예산낭비를 막기 위해서 지방의회의 최소한의 견제균형이 필요합니다.

지난 4년 동안 국민 여러분이 살고 계시는 동네에 시도의원 군구 의원이 누구인지 알고 계시는 분이 몇 분이나 되십니까? 국회의원 이름도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데 시군구 의원 알고 계시는 분이 드물 것입니다. 이번에 뽑힌 시도의원들은 매달 400∼500만원의 월급이 우리 주머니에서 나갑니다. 4년 동안 뭘 하는지 감시를 할 여유도 없습니다. 그래도 국회의원들은 언론의 감시와 시민단체 감시가 따르지만 지방의원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여력이 없습니다.

효과적인 수단은 서로 견제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올바른 의식과 정신으로 무장된 한 명의 시도의원이 수백 억의 예산낭비와 난개발 부정부패를 막아 우리 시민들의 재산을 지킬 수 있는 것입니다.

정당에 대한 심판은 비례대표 정당투표란에 해주십시오. 열린우리당에 대한 심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지역구 시도의원은 인물과 정책을 보고 판단해 주십시오. 한나라당에도 좋은 후보가 있는 반면 여러 가지 공천과정이 의심스러운 함량미달의 후보도 있습니다. 우리당, 민주당, 민노당도 좋은 후보가 있고 그렇지 않는 후보도 있을 것입니다. 그 후보가 우리 지역을 위해 우리 이웃을 위해 얼마나 적합한 사람인지를 보고 선택해 주십시오.

오만과 무능력했던 열린우리당 의원의 한사람으로 정당투표에서 냉정하고 엄중한 국민들의 판단을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그 뜻을 받들어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2006년 5월 29일
국회의원 송영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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