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미술품 전시는 거의 갤러리나 미술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미술관에서 펼쳐지는 전람회도 나름대로 뜻이 있겠지만, 하얀 벽에 할로겐 조명을 받으며 홀로 걸려 있는 그림과 도자들은 거리감을 주어 아쉽기도 하다.
그런데, 살림집에서 미술전시를 한다는 소식이 들려 찾아가 보았다. 물론, 처음부터 전시를 염두에 두고 지은 집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마음만 먹고 기획만 제대로 한다면 집에서 하는 전시가 미술관보다 못하지는 않을 것이다.
기대하고 있던 일이 실제로 펼쳐졌다. 인사동에 있는 민예사랑(대표 장재순) 기획초대전이지만 전시하는 곳은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 보구곶리 212-1에 있는 쥔장의 살림집이다. '세 사람이 길에서 만나도'전인데 6월6일까지 한다.
하우스 전시는 삶과 생활공간에 미술품을 조화롭게 전시하는 형태라는 점에서 마음을 사로 잡는다. 미술관의 박제화된 전시나 소통방식과는 달리 삶과 생활 속에서 나누고 교감한다는 점과 친밀감과 사교성이 강조된 점이 멀리 있어도 발길을 끌게 한다.
전철을 타고 버스를 타고 물어물어 갔을 때 나무로 둘러싸인 아늑한 잔디 마당에서 장어구이와 와인파티가 열리고 있었다. 전시는 집 안에 거실, 안방, 화장실, 서재까지 세 작가의 작품을 생활공간과 자연스럽게 어울려 놓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마음을 끄는 것은 비단 작품만이 아니다. 곳곳에 설치된 정갈한 고가구와 단순, 소박, 여유로운 인테리어에서도 주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 속으로 조용한 감탄이 일었다.
서양화가 이청운, 생활도예가 변승훈, 김정옥 세작가가 펼치는 살림집에서의 작품전시! 어떻게 소통되고 유통되는 걸까?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한번쯤 발품을 파는 일도 아쉬울 것 없겠다. 게다가 이층 창밖으로 보이는 한강과 북녘땅! 붉은 일몰도 눈길을 사로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