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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내표지판
ⓒ 최명남
천마산(天摩山)은 남양주시의 한가운데에 우뚝 자리 잡고 있는 높이 812m의 산이다. 남쪽 방향에서 보노라면 산세가 마치 달마대사가 어깨를 쫙 펴고 앉아있는 형상이고 또한 산이 높아 겨울에는 흰눈으로 덮여 설산을 이루고, 봄, 여름에는 짙푸른 녹색을 띠고 가을이면 단풍이 마치 수채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라 사시사철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아름다운 산이다.

과거 임꺽정이 이곳에 본거지를 두고 마치고개를 주무대로 활동했다고 전해지며 이외에도 전설에 따르면, 고려말 이성계가 이곳에 사냥을 나왔다가 산세를 살펴보니 산이 높고 매우 험준해 손이 "석자만 더 길었으면 가히 하늘을 만질 수 있겠다.(手長三尺可摩天)"라고 한 데서 천마산이라는 이름이 비롯되었다고 한다.

또한 천마산은 노란 잎이 반짝반짝 광택을 내어 어디서든 눈에 잘 띄는 복수초를 비롯하여 약 800여종의 야생화 및 곰취와 더덕, 참나물, 고사리 질경이 등이 자생하고 있으며 이밖에도 50년 이상 된 소나무, 자작나무, 떡갈나무, 물푸레나무, 잣나무 등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어 일반인 뿐만 아니라 식물연구자들도 자주 찾는 산이다.

그런데 나는 남양주시에서 생활한지도 어언 20년이 지났건만 지척에 있는 천마산을 한번도 가보지 못했다. 하여 지난 5.31 지방선거일 아침, 나는 근처 고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치고 나서 곧장 천마산을 향해 차를 돌렸다.

마치터널을 지나 군립공원 천마산에 도착해 보니 아직 8시가 안되었다. 매표소앞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산행을 시작, 헌데 발걸음을 몇 발짝 옮기지 않아 매표소 바로 뒤편에 얼마 전에 만들어진 듯한 묘지 3기가 있었다. 그 옆에는 한 여인이 묘지를 에워싸고 있는 상석을 정성을 다해 물걸레질을 하고 있다. 참으로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군립공원, 당연히 관리인도 상주할 것이며 또한 군립공원 안에 묘지를 쓸 수 있다는 것이 내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었다.

▲ 구름다리
ⓒ 최명남
불쾌한 마음을 뒤로하고 나는 산행을 시작했다. 세면으로 만들어진 계단을 올라가다보니 길이 72m 폭 12m의 구름다리가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지난 1982년도에 만들어진 다리였다. 나의 느낌으로는 당시에는 이 다리가 필요했는지 모르지만 현재는 별 효용가치가 없어 보인다.

다리 옆으로 약10분쯤 오르니 야영장이 보인다. 야영장 주변에는 그리 넓지 않은 무대도 보이고 넓은 공간과 벤치도 보인다. 나는 화장실을 이용하기위해 화장실을 찾았다. 그러나 내 눈에 비친 화장실은 불결하기 그지없었다. 또 야영장주변에는 매점으로 활용하는 흉물스러운 가건물과 허름한 건물의 식당이 영업을 하고 있었으며 주변 곳곳에는 현재 사용하지 않는 건물들이 방치되고 있었다. 이곳이 과연 군립공원이라는 것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어쩌랴 산행은 계속되었고 그곳에서 조금 더 오르니 등산로 옆으로 약수터가 보인다. 이곳에서 잠시 머물러 갈증이 나는 목을 적시고 나서 다시 오르니 나무로 만들어진 92개의 계단이 나온다. 계단하나하나에는 고무판으로 위를 덮어놓아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감촉이 좋다.

이곳에서 정상까지는 등산객 개개인에 따라 약 30분에서 1시간이 소요되며 등정길 곳곳에 암벽으로 이뤄진 관계로 로프를 타고 올라야하는 짜릿한 체험도 할 수 있다.

특히 바위봉인 정상에 올라가면 정상을 알리는 삼각점 푯말이 있고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으며 북쪽방향으로는 철마산(711m)·주금산(813.6m) 능선은 크게 ‘에스(S)’자를 그으며 이어졌고, 서리산(825m)·축령산(865m)이 수동천을 에워싸고 있다. 동으로 북한강 건너 화야산(754.9m)·통방산(649.8m)·중미산(833.9m)이 한눈에 들어온다. 뒤로 용문산 줄기가 백운봉으로 이어지고, 고만고만한 산들이 키재기를 하고 있다.

나는 산 정상에서 만난 여인에게 사진을 찍어줄 것을 부탁해 기념사진을 찍었다. 답례로 사진을 찍어준다 했지만 여인은 일언지하에 사양해 그만두고 대신 이곳을 찾게 된 경위를 물었다. 그의 답변은 천마산에서 그리 멀지 않은 창현리에 살며 박00씨(여, 40세)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동행한 학생은 현재 5학년에 재학 중인 아들 (유진환)이라고 한다. 이들 모자는 천마산 주변의 산들을 매주 찾는데 이유는 산을 오르다보면 사회에서 겪고 있는 갖가지 희로애락을 산이 깨우쳐주기 때문이며 아이에게는 산이 산교육장의 의미를 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편 이들 모자와 이야기를 나누며 하산하다보니 어느새 야영장 앞까지 당도했다. 그곳에서 가지고간 봄쑥을 섞어 만든 절편과 토마토를 그들 모녀와 함께 나누어 먹으며 잠시휴식을 취한 후 곧장 주차장으로 내려와 인사를 하고 헤어져 집으로 돌아왔다. 참으로 유익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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