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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S교회의 J담임목사가 30여 년 전 자신의 처조카를 성폭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4월부터 피해자 가족들은 교회 앞에서 J목사의 공개사과와 담임목사직 사임을 요구하는 1인시위를 벌였다.
서울 S교회의 J담임목사가 30여 년 전 자신의 처조카를 성폭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4월부터 피해자 가족들은 교회 앞에서 J목사의 공개사과와 담임목사직 사임을 요구하는 1인시위를 벌였다. ⓒ <뉴스앤조이> 이승규

필리핀 선교사 성추행, 교인 성추행 등 목회자의 성폭력 사건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한 대형교단의 지도급 목사가 30여년 전 당시 16세였던 여조카를 성폭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충격을 주고 있다.

가해자로 지목된 인사는 서울 S교회의 담임목사인 J씨. 또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L씨는 한 방송사에서 주최한 가요제에서 장려상을 탄 뒤 한때 대중가수로 활동했다.

하지만 J목사와 S교회측은 "돈을 뜯어내기 위한 허위사실 유포"라며 전면 부인하고 있다.

피해자 L씨 "30년 전 이모부인 J목사에게 성폭행 당해"

J목사의 성폭력 의혹을 폭로한 사람들은 L씨의 언니와 남동생들이다. L씨는 지난 1월 처음 가족들에게 30여년 전 이모부인 J목사에게 성폭행을 당한 사실을 털어놓았다.

가족들에 따르면, J목사의 성폭력 사건은 30여년 전에 일어났다. 당시 L씨의 가정형편이 어려워 J목사에게 의지하고 있던 상태였다. L씨는 이모부를 잘 따랐고, 동년배의 친척도 있어 자주 J목사 집에 놀러갔다. 그러던 중 여고생이었던 L씨는 J목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L씨는 지난 3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당시 집안형편이 어려워 이모부 집에서 자기도 하고, 일도 도와드렸다. 그러던 중 이모가 지방으로 출타한 사이 이모부가 TV를 보면서 저에게 다리를 주무르라고 하더니 입을 막고 성폭행을 했다. 그때 순결을 잃었다. 너무 고통스러웠다. 살을 찢는 고통이었다."

이후 J목사의 성폭행이 2년여 동안 이어졌다는 것이 L씨의 주장이다. L씨는 "(J목사의 성폭력은) 셀 수 없을 정도였다"며 "안방에서, 서재에서, 목회관에서, 길에서, 서울역 근처 여관에서 (성폭력을) 했다"고 주장했다.

L씨는 "당시 우리 가족도 J목사를 신뢰하고 있었고 교인들도 '우리 목사님, 우리 목사님' 하며 우러러 봤다"며 "교인들의 그런 모습에 구역질이 났다"고 토로했다. 그는 심지어 <오마이뉴스>에 이런 얘기까지 들려주었다.

"제가 무교동 등지에서 노래하던 시절, 전두환 대통령의 안가에 불려가 노래를 부른 적이 있다. 사람들은 그를 살인마라고 하지만 그분은 최소한 그런(성폭행 같은) 일은 하지 않았다. 그래서 저는 J목사보다 그분이 더 좋은 사람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

이후 L씨는 J목사로부터 벗어났지만 성폭행을 당한 기억은 쉽사리 치유되지 않았다. 2번이나 자살을 기도했고, 서울대 출신 의사와의 결혼생활도 결국 파경에 이르렀다.

J목사 전면 부인..."거액의 돈을 뜯어내기 위한 술수"

하지만 J목사는 L씨와 그 가족들의 성폭행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7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여조카를 성폭행하거나 성추행한 사실은 전혀 없다"며 "그들이 나에게 (거액의) 돈을 뜯어내기 위해 술수를 부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J목사는 "저는 오는 12월 47년간의 목회활동을 접고 공식 은퇴할 예정"이라며 "제가 은퇴하기 전에 돈을 뜯어내기 위해 허위사실을 퍼뜨리고 있다고"고 L씨 가족들을 비난했다.

이어 J목사는 "현재 L씨를 비롯해 그의 가족들의 형편이 어렵다"며 "L씨의 남동생은 10억을 내놓으라고 하고, 그의 어머니는 5억 정도면 합의해주겠다고 얘기했다"고 주장했다.

J목사는 "우리 가족 중에서 '저쪽이 어려우니까 1억원 주고 살려주자'고 얘기한 사람도 있었다"며 "하지만 저는 (돈을 주기 전에) 사실이 아닌 얘기를 유포한 것에 대해서는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또 J목사는 "L씨 가족들로부터 전화 위협 등에 시달리고 있다"며 "우리 애들의 생명도 위협받고 있다고 느낄 정도"라고 토로했다. 그는 심지어 L씨의 어머니가 "3일 여유를 주겠다, 우리 아들을 살인마로 만들지 마라"고 자신들을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L씨 가족들은 "이것은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그런 돈을 요구할 만큼 우리 가족이 궁하지도 않다"고 거액 요구설을 일축했다.

이들은 "J목사가 지난 3월 두 번째 만남에서 '너희가 먼저 원하는 액수를 얘기해라'고 했다"며 "이에 우리가 '당신이 그렇게 돈이 많아 10억이든 100억이든 당신이 줄 수 있느냐'고 얘기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들은 "'우리가 L을 데려올 테니까 L에게 먼저 사죄를 해라'고 요구했더니 J목사가 'L은 만나기 싫다'고 얘기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들은 어머니가 합의금액으로 5억원을 제시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말도 안되는 얘기"라며 "오히려 어머니는 이 정도로 망신을 준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하자고 얘기하는 쪽"이라고 반박했다.

이들은 전화 위협 주장에 대해서도 "전화로 욕설을 한 적은 있지만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를 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J목사, 지난 3월 "조용히 끝냈으면 좋겠다" 제안

특히 L씨 가족들은 J목사가 성폭행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나선 것에 대해 "지난 3월 15일 우리 가족들과 면담했을 때는 성폭행 사실을 인정하면서 '조용한 해결'을 제안했다"고 반박했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당시 대화록에 따르면, 이날 J목사는 "내가 볼 때도 너희들 속이 상했을 것"이라며 "내가 어떻게 해결하면 좋겠냐"고 L씨 가족들에게 해결책을 되물었다.

J목사는 "내가 볼 때 이 문제에 대해 입이 열 개라도 천번, 만번 말할 자격이 없다"며 "(우리) 애들이 그래도 (나를) 아버지라고 생각해왔는데 우리 애들도 상처 안받고 잘 수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J목사는 "나는 너희에게 부끄럽다"며 "그래도 너희가 절제하고 나를 이렇게 대해준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J목사는 "너희가 나를 어떻게 하든 분이 풀리지 않을 것"이라며 "뒤에 애들도 있고 교인들도 많이 있으니까 너희가 어떤 방법이든 제시하면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J목사는 '조용한 해결'을 강조했다. 그는 "너희가 백번, 천번 속이 상하더라도 이 문제를 조용히 끝냈으면 좋겠다"며 "각자 이성을 가지고 문제를 잘 해결하자"고 주문했다.

L씨의 가족들은 이러한 발언들을 근거로 J목사가 성폭행 사실을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당시 대화록만 보면, J목사는 명시적으로 성폭행 사실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J목사는 "성폭행 사실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라며 "사실이든 아니든 이런 문제가 밖으로 나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대화를 통해 해결하자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L씨 "진심어린 사과를 받고 싶다"

L씨 가족들은 J목사의 태도가 지난 3월 첫 만남 이후 달라졌다고 주장했다. L씨의 가족들은 J목사는 여조카 성폭행 사실을 부인하면서 "공소시효가 지났으니 마음대로 해라"고 말하는 등 태도가 돌변했다고 전했다.

결국 L씨의 남동생은 지난 4월부터 J목사가 목회활동을 하고 있는 S교회 앞에서 1인시위를 벌였다. 또 지난 4월 16일 잠실주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교회부활절연합예배 때에도 1인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L씨와 그의 가족들은 J목사의 공개사과와 담임목사직 사임을 요구하고 있다. L씨도 "진심 어린 사과를 받고 싶다"며 "J목사가 맡고 있는 모든 목회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L씨는 최근 J목사에게 보낸 편지에서도 "당신은 왜 용서의 하나님을 만나지 못하고 심판의 하나님을 만나길 원하십니까?"라며 "우리에게 죄를 실토하여 죄 사함 받으심이 옳지 않을까요?"라고 '진실한 사죄'를 요구했다.

하지만 법적인 대응은 어려운 상태다. 형사처벌을 할 수 있는 공소시효가 지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족들은 성폭행 범죄의 공소시효 폐지까지 주장하고 나선 상태다.

L씨가 30여년 만에 성폭행 사실을 털어놓은 이유는?

왜 L씨는 지난 30여 년간 이같은 사실을 숨겨오다 최근에서야 가족에게 털어놓은 것일까?

목회를 하고 있는 이모부가 피해를 입을까 걱정돼서 밝히지 않았다는 게 L씨의 얘기다. 당시 입은 상처를 혼자 안고 가겠다는 생각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L씨는 남편과 이혼을 하는 등 지금까지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고 정신적 후유증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가족들도 L씨의 행동에도 이상한 점이 많았다고 말했다. L씨가 평소 다른 모임에는 잘 참석하면서도 유독 가족 모임에는 잘 나오지 않았다는 것. 특히 이모부 가족과의 만남은 극도로 꺼려했다고 한다.

또 1988년 결혼했다가 8년 뒤 별다른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이혼하기도 했다. 이같은 행동을 이상히 여긴 가족들이 L씨를 추궁했고, L씨는 결국 언니에게 성폭행 사실을 털어놓았다.

L씨가 이모부의 성폭행 때문에 겪은 또다른 아픔도 있었다. L씨와 교제하던 남성이 이를 빌미로 이모부인 J목사에게 돈을 뜯어냈다는 것.

L씨는 결혼 전인 80년대 후반 한 남자와 교제했고, 결혼하기로 약속까지 한 사이였다. L씨는 그에게 어렸을 때 자신이 이모부에게 당한 성폭력 사실도 털어놨다.

그러자 그는 J목사를 찾아가 당시로서는 꽤 큰 돈인 500만원을 요구했고, J목사는 이 돈을 그에게 줬다고 한다. 돈을 받아낸 남자는 L씨에게 이별을 통보했다.

가족들은 만약 J목사가 L씨를 성폭행 하지 않았다면 그렇게 많은 돈을 주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즉 약점을 잡혔기 때문에 거액의 돈을 줄 수밖에 없었다는 것.

이에 J목사는 "당시 그 사람이 L를 위해서 쓴다고 해서 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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